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 축구 기술 철학 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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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한국 축구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철학과 게임 모델을 20일 발표했다.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을 설정하고 이를 각급 대표팀에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국제 무대를 주도하는 축구 강국으로 나아가겠다는 청사진이다.
축구협회는 “국제 대회 때마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우리의 축구가 달라졌다는 반성이 있었다.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일관된 축구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33년까지 세계 ‘톱 10′에 들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축구협회는 “기술 좋은 선수는 많아졌는데 특징 있는 선수가 별로 없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며,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고 했다. 협회가 제시한 기술 철학 슬로건은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이다. ‘빠르다’는 것은 물리적 속도 뿐만 아니라 생각의 민첩성, 변화에 대한 대응 등을 의미하며, ‘용맹하다’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과 경합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뜻한다. ‘주도한다’는 경기 계획을 사전에 세워 우리 방식대로 경기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협회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과 대회 상위 10팀의 각종 수치를 비교해 우리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한국은 고강도 러닝과 스프린트 등 활동량에 강점을 보였지만, 볼 전진과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 등이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는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경기 상황을 1)공격 국면 2)수비 전환 국면 3)수비 국면 4)공격 전환 국면으로 나누고, 각 상황에서 선수와 팀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를 담은 구체적인 게임 모델을 제시했다.
이 게임 모델을 성인 대표팀 뿐만 아니라 U-23(23세 이하), U-20 등 각 연령별 대표팀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어린 선수들이 상위 대표팀으로 성장해나가면서도 연속되고 일관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협회의 목표다.
새로운 연령별 대표팀 운영 방안도 소개했다. 현재는 U-23 대표팀이 2년간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후, 2년간 올림픽을 준비하는 구조. 아시안게임 후 해당 연령대의 선수들을 새로 뽑아 팀을 꾸려 올림픽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협회는 감독 1명이 U-23과 U-20 대표팀을 모두 맡으면서 코치진을 이원화해, 22·23세 선수들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치르는 동안 20·21세 선수들로 올림픽 대표팀을 미리 꾸려 준비하겠다고 했다.
일본이 현재 향후 올림픽에 나설 21세 이하 선수들 아시안게임을 치러 올림픽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과 대비된다. 조준헌 국가대표 지원팀장은 “한국에는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혜택이 있다”며 “우리가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면서 손흥민, 김민재 등이 유럽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아시안게임을 포기할 순 없어서 마련한 방안”이라고 했다.
협회가 이날 제시한 게임 모델과 기술 철학은 현재 선임 과정에 있는 새 성인 대표팀 감독에게도 적용될 방침이다. 이임생 기술 이사는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전력강화위원회에도 우리 게임 모델을 제시했고, 전력강화위에서 이에 관해 감독 후보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새 감독이 오셔서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주면 우리가 흡수할 수 있다. 감독의 전술 자율성을 침해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현재 감독 후보 12명에 대한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중 국내 감독으로는 최근 임시 감독으로 A매치 2연전을 이끈 김도훈 감독과 홍명보 울산HD 감독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전북현대를 이끌었던 호세 모라이스(포르투갈) 감독도 후보 중 하나로 알려졌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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