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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집에서 5분 거리’ 울산 홈구장 두고 제주 찾는 한 가족의 이야기 “우린 제주란 팀의 일원입니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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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 구창용 제주 대표이사는 평상시 홈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경기 시작 전 팬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구 대표는 홈구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던 중 한 가족을 가르쳤다.

“울산에서 오신 분들이에요. 23일 울산 HD FC전에 이어 2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도 찾아주셨습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우리 팬이에요. 멋지지 않습니까” 구 대표의 얘기였다.

이 가족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에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까지의 거리가 5분이라고 한다. 5분 거리에 있는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팀을 마다하고 제주를 찾은 가족을 지나칠 수 없었다. 26일 울산에서 날아와 제주의 홈 2연전을 직관 중인 가족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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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씨(사진 왼쪽)의 가족은 제주 유나이티드 팬이다. 최지원 씨와 남편 천재승 씨, 첫째 천해준, 둘째 천승민 군은 6월 23일 울산 HD FC전에 이어 26일 인천 유나이티드전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지켜봤다. 이들은 제주월드컵경기장 서포터스석에서 제주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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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용 제주 유나이티드 대표이사.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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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서포터스석.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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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울산에서 오신 제주 가족 팬이라고 들었습니다.

울산에 거주하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가족입니다(웃음). 23일 울산전부터 26일 인천전까지 홈 2연전을 직관 중이에요. 울산전에선 아쉽게 패했지만 인천전에선 꼭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Q. 가족이 제주를 응원 중입니다. 가족이 제주 유니폼을 맞춰 입은 것도 인상적인데요. 언제부터 제주를 응원한 겁니까.

남편이 울산에 있는 SK 에너지에서 근무 중이에요. 제주에 푹 빠지게 된 건 우연찮은 기회였습니다. 작년이었죠. 제주가 울산 원정을 앞둔 때였습니다. 제주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죠. 제주가 울산 원정 경기 전 SK 임직원 자녀와 함께 하는 축구 교실을 열었어요. 제주 선수들이 직접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시간이었습니다.

Q. 제주란 팀에 대해선 조금 알고 계셨습니까.

솔직히... 구자철 선수를 제외하곤 잘 몰랐어요. K리그도 열심히 챙겨보는 편이 아니었죠. 그런데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선수들을 보니깐 아주 멋진 거예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모습이 얼마나 멋지던지. 그때부터 제주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보고 있어요. 특히나 지난해 코리아컵 8강전 울산과의 맞대결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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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씨의 가족이 제주 유나이티드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됐던 바로 그 경기. 2023년 6월 2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울산 HD FC의 코리아컵 8강전. 이날 경기는 승부차기 접전 끝 제주의 승리로 끝났다. 제주는 이날 승리로 10년 만에 코리아컵 준결승에 올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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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배 골키퍼.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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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배 골키퍼.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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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가 울산을 승부차기 접전 끝 따돌리고 10년 만에 코리아컵 준결승에 올랐던 그 경기군요.

김근배 선수가 엄청난 선방 능력을 보여주면서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그걸 눈앞에서 보는 데 얼마나 짜릿하던지요. 그날 경기는 주중에 열렸습니다. 솔직히 울산으로 원정 온 제주 팬은 많지 않았어요. 소수의 원정팬이 선수들과 함께 뛰어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랄까. 직관의 맛이 이런 거구나 확실히 알았죠.

Q. 제주 홈 경기는 자주 오는 편입니까.

마음은 제주의 모든 홈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싶죠. 하지만, 가족이 제주에 오는 비용이 만만하지 않거든요. 대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제주의 원정 경기는 현장에서 보는 편입니다. 골대 뒤편에 앉아서 목청껏 제주의 승리를 외치죠. 시간이 갈수록 제주란 팀, 선수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애정이 커지는 걸 느껴요.

Q. 올해는 23일 울산전이 제주에서의 첫 직관입니까.

홈 개막전은 제주에서 봤습니다. 김학범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으시고 첫 경기였잖아요. 이번엔 울산, 인천전이 연달아 있어서 큰마음 먹고 제주로 날아왔죠(웃음). 울산 팬을 한다면 마음이 편하긴 할 거예요. 집에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까지의 거리가 5분입니다. 걸어서 5분이에요.

Q. 울산 팬 하면 정말 편한 거 아닙니까. 집에서 경기장까지의 거리도 가깝고, 울산은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기도 하잖아요.

울산 홈 경기도 종종 가요. 제주란 팀을 좋아하면서 K리그의 매력에 푹 빠졌으니까. 하지만, 우리 가족의 첫 번째는 제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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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씨와 남편 천재승 씨, 첫째 천해준, 둘째 천승민 군.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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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입니까.

제주를 응원하면서 느끼는 게 있습니다. 선수들이 정말 멋져요. 홈구장 시설과 주변 환경도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팬이 약간 적어요. 선수들과 함께 뛰어 달콤한 승리를 맛볼 땐 ‘더 많은 분이 이 기분을 느끼면 참 좋을 텐데’란 생각을 하죠. 그래서 더 열심히 제주를 응원하는 거 같아요. 우리 가족이 더 열심히 응원하면 우리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어서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하죠. 그러다 보면 팬이 하나둘 더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Q. 웬만한 제주도민보다 제주란 팀을 더 잘 아는 울산시민입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 경기를 꼭 직관해야 하는 이유를 뽑아주신다면.

선수들이죠. 정말 현장에서 보면 다 국가대표감이에요. 누구 하나 부족하지 않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뛰어 쟁취한 승리의 맛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이건 꼭 경험해 보셔야 합니다. 한 번 경험하죠? 그럼 자기도 모르게 주말 홈 경기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또 있어요. 우리 선수들은 정말 친절해요. 팬 서비스가 어느 팀보다 최고라고 확신합니다. 홈 경기 이벤트도 올 때마다 달라요. 매번 새로운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주란 구단은 정말 팬을 위해 존재한다랄까. 그런 느낌을 받아요. 우리도 제주의 일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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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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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리빙 레전드 정 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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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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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족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여전히 구자철입니까.

다 달라졌어요. 저는 유니폼에 정 운 선수를 마킹했습니다. 정 운 선수가 제주의 리빙 레전드이기도 하고 울산 출신이거든요. 제주에서 고향 사람 만나니까 더 정이 간다라고 할까. 임창우, 서진수 선수도 울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최근엔 울산이란 공통점을 안고 있는 이 세 선수에게 눈이 갑니다. 또 한 명 꼽자면 이주용 선수. 출중한 외모에 축구도 잘해서 응원하고 있습니다.

Q. 아버님과 아이들은 어떤 선수를 제일 좋아합니까.

남편은 여전히 구자철이에요. 구자철 선수가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첫째는 군 복무 중인 김승섭 선수를 좋아해요. 첫째 아들은 “김승섭 선수가 축구도 잘하고 잘생겼다”고 합니다. 둘째 아이는 이탈로 선수를 최고로 꼽아요. 둘째는 “이탈로가 키도 크고 축구도 제일 잘한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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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수(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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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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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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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에 대한 사랑이 보통 아니란 게 느껴집니다. 제주 선수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선수들이 경기에서 졌을 때 고개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패 기간 선수들을 보면 많이 힘들어하는 게 보여요. 그럴 때 선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라고 우리 같은 팬이 있는 겁니다. 우리가 계속 응원할게요. 선수들은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우리 같이 힘 합쳐서 올라가 보자고요!

#. 제주는 이날 인천을 1-0으로 잡아내며 리그 3연패에서 탈출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최지원 씨의 가족은 경기 후 행복 가득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가족이 무언가 한 가지를 함께 좋아한다는 건 큰 기쁨이고 행복인 것 같아요.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도 많아지고, 원정 경기를 핑계 삼아 가족 여행도 다니면서 함께 하는 시간도 추억도 많아집니다. 오늘 승리 너무 값지고 행복합니다. 역시 스포츠는 이겨야 제맛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리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큰마음 먹고 어쩌다 한 번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습니다. 그런데 육지에서 제주의 홈 경기를 빠짐없이 찾아주는 팬도 상당하세요. 그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서포터스석에서 모두 하나 되어 응원할 때의 짜릿함. 이겼을 때 배가 되는 그 기분. 더 많은 분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준 제주 선수들과 구단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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