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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커넥션’ 지성이 밝혀내야 할 무해한 박근록의 치명적 정체는?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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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필경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아니 어쩌면 항상 그토록 다른 두 인생을 살아왔는 지도 모른다.

28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에서 베일 속 인물 ‘닥터’로 밝혀진 정상의(박근록 분) 얘기다.

유순하게 굽이치는 곱슬머리와 어딘지 겁먹은 눈동자, 떨려나오기 십상인 음색까지.. 차가운 느낌의 은색 안경테조차 그 무해한 인상을 해치지 않는다.

최지연(정유민 분)이 장담하던 코인지갑의 비밀번호가 오윤진(전미도 분)과 함께 실패했던 그 번호임을 확인하고 절망한 박태진(권율 분)에게 정상의가 전화를 걸어온다. “어, 큰일이 생겼는데, 공진욱이 거래하던 윤사장이라고..” 대뜸 터져나오는 박태진의 호통. “멍청한 새꺄! 너 내 말 귓등으로 듣냐? 너 이런 얘기 내가 전화로 하지 말랬지! 어?” 이어지는 질책도 수위가 높다. “상의야 너 언제까지 이렇게 병신같이 굴 거야, 어?” 박태진의 호된 질책에 정상의는 고개를 조아릴 뿐이다.

필오동 개발 사업에 이구그룹이 5000억 투자를 확정해 마련한 축하자리에선 원종수(김경남 분)에게도 수모를 당한다. “역시 너구나. 니가 재경이한테 준서 죽던 날 우리 다 같이 거기 갔었다고 말했다며?” “어.. 근데..” “아냐 잘했어. 근데 너 말조심 좀 해야겠더라.” 술병과 술잔을 겨누며 강요한 으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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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수와 박태진의 이 생각없고 멍청한 친구는 하지만 둘에겐 없어선 안될 존재였다. 원종수에게는 이미 중독돼 버린 레몬뽕을 만들어 바칠 소중한 친구고, 박태진에겐 박준서의 뒤를 이은 2대 닥터로서 원종수 몰래 찬 뒷주머니의 소중한 동업자다. 이 친구가 가장 쓸만한 점은 가끔 멍청하긴 하지만 자신들에게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는 소심한 존재라는 점이다. 정윤호(이강욱 분)처럼 제 존재를 호소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무시하는 정윤호조차 무시하는 존재가 바로 정상의다.

이런 시각은 장재경(지성 분)도 마찬가지다. 8회에서 장재경은 정상의를 상대로 박준서 사망 당시를 추궁했었다. “한 명은 자기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시키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모든 걸 다 덮을 수 있는 사람야. 근데 넌 뭐야? 그 세 사람이 뭘 하던 그냥 방관하는 사람? 그게 너야?” 이때도 정상의는 무기력하게 말했었다. “수사는 니가 하는 거니까. 니가 알아내겠지.”

하지만 이 당시에도 정상의는 교묘하게 박태진을 겨냥한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했었다. “태진이가 다가가서 맥박을 짚었어. 그리고 빨리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그래서 급기야 장재경의 입에서 “전부 박태진이야? 너넨 박태진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겠다?”는 말을 끌어냈다.

그리곤 헤어지면서는 장재경이 박준서 사건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도록 만드는 팁도 전했다. “난 봤거든. 신발. 신발을 신고 있었어.” 발견 당시 9층에 있었던 신발을 1층으로 추락한 박준서가 신고 있었다는 증언을 함으로써 박준서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 수 있다는 장재경의 의구심을 확신으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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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투자 유치 축하연 자리에서도 코트 속 핸드폰에 녹음 기능을 작동시켜 정윤호를 죽이자는 박태진의 제안을 녹취, 정윤호에게 전달하는 한편 박준서 살해 증거를 최지연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 최지연 피습을 종용하기도 한다.

자신의 마약중독을 박태진의 소행으로 의심하는 장재경의 인식에도 어느 정도 정상의의 가스라이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작 “나를 왜 끌어들였어?” 묻는 장재경에게 박태진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아 전적으로 정상의 단독 소행으로 보인다.

정상의의 이런 적의에는 특별한 동기가 안보인다. 그저 관계들을 망가뜨리는 데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20년 전 채경태 사건으로 장재경이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후 박준서를 받아들이자는 의견들 속에서 정상의는 조용히 의견을 개진했다. “그걸로 될까? 준서랑 오윤진 아직 사귀잖아. 지 손으로 정리하게 해야지” 하고는 박준서와 오윤진의 결별을 제 눈으로 확인하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문제의 채경태 사건도 직접적인 동인이 정상의에게서 시작됐다. 원종수는 자기 똘마니로 생각한 정상의가 채경태에게 맞고 돈을 뺏긴 사실에 분노한다. 채경태 집에 쳐들어가 폭행하다 화재가 발생했고 채경태는 결국 나오지 못했다. 이 현장에 박준서가 등장한 것도 정상의의 문자 한 통 때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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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로 절친였던 장재경과 박준서는 결별했고 오윤진과 박준서도 멀어졌다. 박준서와 원종수 패밀리 사이에서도 어긋남이 발생했다.

정상의가 원종수, 박태진이 쳐낼 수 없는 존재가 된 데는 이명국과 박준서의 죽음이 있다. 두 사람이 사라짐으로써 정상의의 가치는 대체불가가 됐다.

원종수, 박태진뿐 아니라 ‘착한 친구’ 박준서 역시 이 ‘무해한 친구’ 정상의에게 무장해제된 모습을 보였었다. 죽던 날엔 ‘모든 것을 되돌려놓겠다’는 결심을 털어놓았고 그 자리서 정상의는 너무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포지션을 취했었다. 만약 박태진의 마약사업을 원종수 앞에서 까발리고 접을 결심까지 밝혔다면 박준서 자체가 정상의의 위협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고보면 박태진과 최지연의 불륜을 박준서가 알게된 데도 어떤 역할을 했을 것 같고 박준서와 이명국의 죽음을 초래하는데도 어떤 역할을 한듯한 의심이 든다.

박태진을 정윤호의 원수로 만들고 패밀리 중에서도 나름 절친인 정윤호와 오치현도 갈라놓은 솜씨로 보건데 마냥 근거없는 의심은 아닌 듯 하다.

그리고 20년을 격한 이들 사이의 사건들엔 도시 재개발 사업이 연관돼 있다. 20년 전 죽기 직전 채경태와 노규민은 “오늘은 잠잠하네. 데모 안하냐?”(노규민) “원종수 아버지랑 담판 지으러 갔어. 잘하면 보상 좀 받아내겠지.”(채경태)라는 대화를 나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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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박태진과 원창호(문성근 분)의 대화에서도 부연된다. 당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는 원창호의 질문에 박태진은 말했다. “20년 전 안현신도시가 들어올 때 제 아버지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키우던 소도 하나 둘 팔아먹고 쥐꼬리만큼 받은 토지 보상 까먹다가 아무 것도 아닌 채로 돌아가셨습니다. 전 제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습니다.”

20년 만에 진행된 필오동 개발사업은 박태진의 욕망을 자극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정상의에게 영감을 주었을 수 있다. 어쩌면 박태진은 제 스스로 ‘레몬뽕 유통’을 기획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조차 정상의의 설계일 수 있다.

정상의를 거대한 범죄설계자라고 가정했을 때 그조차 예상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공진욱(유희제 분)이 윤사장(백지원 분)을 사살하고 밀항을 시도함으로써 국내 유통망이 마비됐다. 물론 공진욱이 중국 밀항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시장이 개척되겠지만 평범한 연구원으로선 공진욱의 안전한 밀항을 담보할 수 없다. 박태진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 박태진은 마약 수익금 100억 원쯤 잠들어있을 코인지갑의 비밀번호를 여전히 모른 상황에서 이구그룹의 5000억 투자가 성사됐다. 필오동 개발사업 참여가 무산된다면 박태진으로선 검사신분으로 위험한 마약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그럼 과연 정상의는 박태진과 죽은 박준서만 알고있는 지갑 비밀번호를 획득할 방도가 있는 것일까? 아직 나타나지 않은 노규민은 어떤 타임에 무슨 역할로 등장할까? 3회 남은 커넥션의 비밀은 아직도 첩첩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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