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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좋은데 이유 있나요” 제주가 제주도에 입도한 2006년부터 함께하는 ‘역사의 산증인’을 만났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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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는 2006년 제주도에 입도했다. 제주는 2006시즌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선순옥 씨는 제주가 제주도에 입도한 순간부터 제주를 응원하고 있다. 제주가 리그 K리그 준우승(2010·2017)을 차지했을 때나 강등(2019)을 당했을 때나 변함없이 제주의 홈구장을 찾는다. 시간이 허락하면 비행기를 타고 원정을 떠나 제주 선수들과 함께 뛰기도 한다.

선순옥 씨는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라며 “제주는 제주도 유일 프로스포츠단으로 팬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팀”이라고 힘줘 말했다. 선순옥 씨는 6월 2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제주 홈경기에 앞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제주 ‘리빙 레전드’ 정 운의 200경기 출전 기념 현수막, 풍선 등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제주 ‘역사의 산증인’ 선순옥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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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역사의 산증인’ 선순옥 씨.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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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역사의 산증인’ 선순옥 씨(사진 맨 왼쪽)와 함께 제주를 응원 중인 친구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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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역사의 산증인’ 선순옥 씨와 그의 친구들이 제작한 정 운의 200경기 출전 기념 현수막.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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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 운의 200경기 출전 기념 현수막, 풍선 등을 손수 준비하신 겁니까.

우리가 했죠(웃음). 우린 제주가 제주도에 입도한 2006년부터 쭉 응원하고 있어요. 정 운은 제주의 살아 있는 전설이잖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고요. 정 운의 200경기 출전을 기념하고자 조금이나마 힘을 더했습니다.

Q. 본래 축구를 좋아했습니까.

축구를 엄청나게 좋아했던 건 아니에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국가대표팀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보던 게 다였죠. 우리는 제주도 제주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제주가 입도하기 전까진 제주도엔 스포츠팀이 없었죠. 지금은 제주가 제주도 유일 프로스포츠단이잖아요. 제주가 제주도에 입도한 순간 이건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벌써 18년째네요.

Q. 18년 동안 한 팀을 응원한다는 게 쉽지 않을 듯한데요.

한눈팔게 없잖아(웃음). 제주도를 대표하는 유일 축구단이자 스포츠단인데 당연히 응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주도민에게 제주시에서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서귀포시로 이동하는 건 쉽지 않아요. 제주 사람들은 차 타고 산 넘어가면 아주 멀리 간 거거든. 서울 사람들하고 달라. 우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제주 홈경기는 무조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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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역사의 산증인’ 선순옥 씨는 정 운의 오랜 팬이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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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역사의 산증인’ 선순옥 씨는 정 운의 오랜 팬이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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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월드컵경기장 서포터스석에서 제주를 응원하는 어린이 팬들. 맨 왼쪽부터 정이준 군, 김시우 군, 한서은 양, 오다예 양. 제주 서포터스석은 그 어떠한 욕도 용납하지 않는다. 홈경기마다 어린이들이 서포터스석에서 가족과 함께 응원하는 까닭이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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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포터스석에서 축구를 즐기고 계십니다.

이 자리가 좋아요. 제주 서포터스석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다른 팀은 잘 모르지만 우리 서포터스석엔 가족이 많아요. 아이들이 많다는 거지. 다른 팀처럼 엄청나게 열성적이진 않지만 팀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들 못지않아요. 신기한 건 선수들도 이를 잘 알아요. 팬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알아줍니다.

Q. 최근 K리그 몇몇 서포터스의 과격한 문화가 문제 됐습니다.

우린 가족 팬이 많다 했잖아. 상대 팀 선수라도 경기 중 다치면 마음이 아파. 다 같이 아파해요. 제주 서포터스가 자부할 수 있는 건 우린 이 자리에서 욕을 안 해.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못 하게 해. 누군가 이 자리에서 욕을 하잖아요. 옆에 아이들이 바로 따라 하거든. 어른이 그걸 보고 가만있을 수 있나. 부모님들을 시작으로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일전에 물병을 집어 든 친구가 있었는데 바로 그랬어요. ‘너 그러면 안 돼. 잘못된 거야. 내려’라고 하니깐 내리더라고.

Q. 제주란 팀이 왜 그렇게 좋습니까.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정 운 선수가 좋으니까 이런 거 만들고 하는 거지. 바라는 거 크지 않아요. 선수들이 건강하게 잘 뛰어주는 거면 충분합니다. 제주 팬들도 많은 걸 겪었습니다. 파이널 A,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경험했고, 파이널 B에 강등까지 겪어봤습니다. 우리 선수들 K리그2에서도 뛰어봤어. 기쁠 땐 같이 웃고, 힘들 땐 함께 울 수 있는 팀이 있다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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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는 6월 2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 앞서 정 운의 200경기 출전 기념식을 진행했다. 구창용 제주 대표이사(사진 맨 왼쪽)와 정 운의 가족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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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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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 팬들에게 정 운은 어떤 의미입니까.

딱 두 단어가 떠올라. 헌신, 믿음. ‘정 운은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거다’라는 확신이 있어요.

Q. 잘생긴 외모는?

그건 당연한 거고(웃음). 설명해야 아나. 저는 정 운 선수 유니폼을 입은 팬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나 말고도 정 운을, 우리 선수를 좋아해주는 팬이 있구나 싶어서.

Q. 정 운과 제주의 계약이 올해까지입니다.

고민할 게 있나? 정 운 아내 분이 이쪽에 곧 식당도 열어요. 개업하면 바로 갈 건데 어딜 가려고. 구단도 설마 정 운을 놔주겠어요? 혹시라도 그럼... 우리 어긋날 겁니다(웃음). ‘바위는 작은 틈에서부터 갈라진다’는 걸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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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나이티드 ‘역사의 산증인’ 선순옥 씨.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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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제주 유나이티드를 응원 중인 이들. 이들이 있어 제주도 유일 프로스포츠단인 제주 유나이티드는 존재할 수 있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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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는 홈경기 때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제주월드컵경기장에 오시면 경기 말고 즐기는 것도 있습니까.

우린 경기장에 오면 선수들 몸 푸는 거 꼭 챙겨봐야 해요. 선수들 몸 풀고 뛰는 거 보는 게 아주 좋거든요. 제주월드컵경기장을 18년째 다니고 있지만 이벤트에 참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Q. 원정 경기도 다니십니까.

시간이 허락하면 가지. 우린 원정 경기 가서도 다른 거 안 봐요. 선수들 몸 풀고, 경기만 보고 와. 공항에서 경기장만 딱 가는 거지(웃음). 원정 다니시는 분들은 거의 비슷할 거예요. 생업이 있으니까. 경기 보고 바로 제주로 돌아오거나 다음 날 아침 일찍 오곤 하죠.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맛집을 찾아다닌 적은 한 번도 없네. 올 시즌엔 대전만 두 번 다녀왔어요.

Q. 설마 성심당도 안 가셨습니까.

안 갔지. 공항, 대전월드컵경기장만 오갔어요. 작년에 대전 원정 갔을 때 성심당 한 번 가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웃음). 오래 걸려서 그냥 왔어요. 대전역점에 있는 거 한 번 가볼까 했는데 줄이 길어서 그냥 왔죠. 우린 그냥 축구 볼게요. 어디 돌아다닐 에너지 아껴서 제주를 더 열심히 응원해야지.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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