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인터뷰] ‘벚꽃동산’ 박해수 “전도연과 무대 위 눈맞춤, 경이로운 순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극 ‘벚꽃동산’ 신흥 사업가 황두식(로파힌) 役
폐막 앞둔 소감 “후회없이 즐기고파”
“기회된다면 연극 무대에 계속 오르며 힘 실어주고파”


스타투데이

배우 박해수가 연극 ‘벚꽃동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ㅣLG아트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박해수(42)가 1년 여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박해수는 지난달 4일부터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공연하는 연극 ‘벚꽃동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오는 7일 ‘벚꽃동산’이 막을 내리는 가운데 2일 만난 박해수는 “처음 연습 시작해서 오늘까지 하면 6번밖에 안 남았다. 연습하고 공연할 때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실감이 난다. 굉장히 진하게 오랜 기간 만난 사람들처럼 기대고 살았던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공허할 것 같다. 무대에서 온전히 제 내 민낯을 보이면서 기댄 것도 처음인 것 같다. 배우들끼리 얘기했는데 온전히 후회없이 즐기면서 하루하루 보내면서 ‘안녕’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유작으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박해수는 원작의 로파힌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캐릭터로, 송도영(전도연, 류바)의 집에서 운전기사를 했던 아버지를 둔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 황두식 역을 맡았다.

박해수는 “두식이라는 이름은 내가 지었다. ‘식’ 자 들어가는 이름이면 좋겠다 했다. 예전에는 못먹고 살아서 ‘식’자 들어가는 이름을 많이 썼다. 이름을 짓는다는건 아버지의 성향이 나오는거라고 생각했다. 거칠게 짓고 싶어서 두식이라고 지었다”고 캐릭터명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사이먼 스톤이 ‘벚꽃동산’의 연출을 맡았다. 박해수는 사이먼 스톤의 연출에 대해 “배우에게 캐릭터에 대한 방향성을 준 적은 없다”고 밝힌 뒤 “사이먼 스톤의 연출 방향성과 의도는 자유로움이었다. 실수를 하고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면서 나오는 사고들이 그 순간을 진실하고 자연스럽고 살아있게 만들 것이라 했다. 또 상대방을 직시하면서 상대방을 위험하게 만들거나 강하게 설득할 때 나오는 템포가 서로의 캐릭터를 만들어줄 거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황두식이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황두식은 과거의 어느 순간에 얽매여 있는 인간이었다. 해방돼 인정받고 싶은 불쌍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까 사이먼 스톤이 가장 공감한 캐릭터가 황두식이었다고 하더라. 사이먼도 아버지와의 과거 기억 속에서 인정 받고 싶었던 게 있었다더라”며 “나 박해수 또한 그랬다. 나의 아버지는 폭력적이진 않지만 거칠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로서 딴따라로 바라보는 눈빛을 인정받고 싶어서 증명하려고 한 순간들이 기억이 났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좋아해주시지만 증명해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스타투데이

배우 박해수는 “연극 무대를 통해 배우는게 너무 많다”며 연극 무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ㅣLG아트센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벚꽃동산’은 배우 전도연의 27년만의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박해수는 드라마, 영화 등 매체가 아닌 연극 무대에서 전도연과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박해수는 “공연하면서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무대 위에서 전도연과 진지하게 오랫동안 눈맞춤할 수 있다는 게 좋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처음에 전도연 선배가 ‘박해수가 공연 무대를 서봤기 때문에 든든하다’고 말했는데, 막상 지금까지 무대를 해온 결과 전도연 선배님이 있어서 무대가 든든하다. 아우라와 보듬어주는 사랑의 에너지가 엄청 큰 분이다. 수많은 관객들이 있지만 무대 위에서 나와 둘만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정말 경이롭고 평생 잊히지 않는다. 전도연은 본인이 돋보이려고 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배우들을 믿는다는 눈빛을 보내주는데 상대 배우로서는 굉장히 감사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로 데뷔한 박해수는 지난해 연극 ‘파우스트’에 이어 올해 ‘벚꽃동산’까지, 쉬지 않고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박해수에게 연극 무대는 ‘숙명’이다.

박해수는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니 더욱 간절해지면서 왜 내가 무대를 좋아할까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하게 배우는게 너무 많다. 내 민낯, 내 욕심을 보고 내가 아직 많이 부끄럽고 성숙하지 못한게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무대만의 에너지를 갖고 바깥에 나가서 총칼을 들고 전투를 할 때가 있다”면서 “나는 연약한 사람이다. 눈치도 보고 결핍도 많다. 연습 과정에서 결핍을 위로하는 과정이 행복하다. 결국 관객을 만났을 때 치유를 받는다. 영화와 드라마와는 다르게 그 시간대에서 사라지는 소중함이라는 게 있다. 존재성 순간의 시간들은 나에게 마법같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1명의 관객을 두고 무대를 한 적이 있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정말 모든 배우가 최선을 다했고, 끝나고 나서 부둥켜 안고 수고했다고 얘기했다. 지금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계속 무대를 하고 싶다. 큰 숙명 같다. 매체를 통해서 인지도를 올리고 위로도 전하고 싶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무대에 돌아와서 무대 예술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