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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최저 임금 알바에서 인천의 인기 스타까지… 잘 가 감자야, SSG는 어디 가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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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창원, 김태우 기자] 계약을 원래대로 종료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직후지만, 시라카와 케이쇼(23)는 의외로 담담했다. 동료들과 농담을 나누기도 하는 등 때로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시라카와는 그게 프로의 세계라고 했다. 정작 6주 전까지만 해도 프로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였는데, 어느덧 진짜 프로 선수가 되어 있었다.

SSG는 2일 고심 끝에 시라카와와 계약을 예정대로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SSG와 6주 계약을 한 시라카와는 이제 팀을 떠난다. 계약 만료일(7월 4일)을 앞두고 구단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만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시라카와는 2일부터 4일까지 NC와 창원 원정 3연전에는 동행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의 거취를 찬찬히 생각해 볼 생각이다.

사실 처음에 입단할 때까지는 말 그대로 대체 선수였다. SSG도 처음부터 시라카와를 눈여겨본 건 아니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선수를 찾고, 미국 독립리그에서도 선수를 찾았다. 그러나 엘리아스의 부상이 워낙 갑작스러워 준비가 충실했던 것도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미국에 선수가 없었다. 그때 수소문 끝에 귀에 들어온 시라카와의 구위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본 프로야구 경력은 없었지만 독립리그 최정상급 투수였다. 공에 경쟁력이 있었고 시차 적응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 시라카와는 빠르게 팀과 KBO리그, 그리고 팬들의 마음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시속 150㎞ 이상의 패스트볼은 뛰어난 수직무브먼트와 더불어 그가 타자들과 정면승부할 수 있는 좋은 구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떨어지는 커브와 포크볼의 조합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치른 5경기 중 4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던졌고, 이 경기에서 모두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구위 외에 다른 방면에서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성실하게 훈련을 했고, 동료들을 존중하며 빠르게 녹아들었다. 마운드 위에서도 씩씩하게 공을 던지면서도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아쉬워하고 또 동료들에게 고마워하는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마도 SSG라는 마을이 키우는 하나의 아이라는 감정이 들었을 수도 있다. 국내 어린 선수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팬들은 그를 ‘감자’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많은 팬들이 시라카와를 지지한 것도 그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180만 엔(약 1545만 원), 외국인 선수로는 최저 임금도 안 되는 금액에 계약해 인천의 인기 스타가 됐던 시라카와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SSG를 떠난다. 시라카와는 SSG의 선택을 전혀 원망하지 않았다. 실망스러울 법도 했지만 구단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시라카와는 “일단 안타까운 것도 있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또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나도 이 프로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기 때문에 프로의 세계에 맞춰 내가 더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오히려 팀에 더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해했다. 시라카와는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투수가 아닌, 전 세계 어디서도 통용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은 게 내 목표다. 하지만 한국에서 2승밖에 챙기지 못한 게 조금 많이 아쉽다. 점수 차가 얼마 안 되는 긴박한 시합은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이길 수 있는 시합들이었다. 그것을 내가 끌고 가지 못했다. 능력 부족을 느꼈다. 그런 것에서 더 실력을 갈고 닦아 좀 더 나은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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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의 거취는 무엇일까. 시라카와는 이날도 궁극적인 자신의 목표는 일본프로야구(NPB)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시라카와는 지금까지 매년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독립리그에서 뛰며 기량을 갈고 닦아왔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한국에서 먼저 프로 선수가 됐지만 일본 프로야구 팀에 입단하는 게 궁극적인 꿈이다. 이제 한국에서의 활약상이라는 꽤 근사한 경력이 생겼으니 이번 드래프트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최근 주요 일본 언론에서도 직접 인터뷰를 하러 오는 등 예전과 다른 분위기를 실감 중이다.

다만 한국에서 뛰면서도 드래프트에 나갈 수 있고, 그래서 두산이 주목하고 있다. 브랜든 와델의 어깨 부상 탓에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는 두산은 최근 후보군을 좁힌 채 마지막 결정을 앞두고 있다. 시라카와 혹은 엘리아스 둘 중 풀리는 선수가 자연스럽게 후보군에 올라가고, 여기에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키움에서 5년간 뛰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한 좌완 에릭 요키시도 테스트 중이다. 요키시는 이미 한국에 와 한 차례 테스트를 거쳤다. 3일 두 번째 테스트가 예정되어 있다.

시라카와의 앞길에도 꽤 복잡한 선택지가 있다. 만약 두산이 시라카와를 지명한다면 한국에서 6주 정도 더 뛸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다만 시라카와가 승낙할 때의 일이다. 일본으로 그냥 돌아가 드래프트 준비에 전념할 수도 있다. 두산이 시라카와를 지명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귀국하게 된다. 두산의 선택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시라카와의 거취도 미지수다.

시라카와 또한 향후 거취에 대해 “내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일단 기존 구단인 인디고 삭스 관계자분들, 사장님, 구단주님, 에이전트와 천천히 이야기를 해보고 결정할 문제”라면서 “지금 단계에서는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인천 팬들과 마지막 만남의 기회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SSG는 9일 인천에서 롯데와 후반기 첫 경기를 치른다. 시라카와가 그때까지 한국에 있고, 시라카와가 구단의 제안에 응해야 하는데 일단 웨이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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