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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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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과정을 믿어라” 야구 그만둘 뻔했던 시라카와, 추신수 조언 품에 안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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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창원, 김태우 기자] “이야기를 해봤는데 야구를 그만둘 뻔 했다더라”

이숭용 SSG 감독은 최근 팀 대체 외국인 투수로 좋은 활약을 한 시라카와 케이쇼(23)와 면담을 하다 한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시라카와가 야구를 그만둘 뻔 했다는 이야기였다. 시라카와는 고교 졸업 후 일본프로야구 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에 독립리그에서 뛰며 꾸준하게 지원서를 냈지만 매년 낙방이었다. 당연히 지쳐 갔고, 야구 선수로서의 미래에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았고, 그러자 기회가 열렸다.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복사근 부상을 확인한 SSG가 올해 리그에 도입된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수소문을 하다 일본 독립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였던 시라카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6주 계약을 하고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그 경력은 시라카와의 야구 인생을 바꿨다.

시라카와는 KBO리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 포심패스트볼의 좋은 수직무브먼트, 그리고 포크볼과 커브의 변화구에서도 좋은 점을 확인했다. 꼭 성공의 경험에서만 얻은 건 아니었다. 독립리그에서는 잘 느껴보지 못한 벽도 부딪혀가며 야구 인생에 좋은 공부를 했다. 시라카와는 모든 동료들과 프런트, 그리고 코칭스태프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고마워했다. 다시 의욕을 가지고 뛸 수 있는 기분 전환을 한 채 SSG에서의 6주를 마쳤다.

많은 것을 느꼈던 6주였다. 시라카와는 그중에서도 6월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뽑았다. 이날 시라카와는 큰 시련을 겪었다. 1⅓이닝 동안 7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말 그대로 얻어터진 끝에 8실점(7자책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도 졌고, 개인적으로도 큰 시련이었다. 시라카와는 지금껏 자신이 해왔던 것에 의구심을 느꼈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알고 보니 너무 긴장했다. KBO리그에서도 응원 열기가 가장 뜨겁기로 소문난 사직구장의 열기에 압도됐다. 관계자들이 “더그아웃에서 봐도 시라카와의 유니폼 하의가 흔들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고 떠올릴 정도로 떨었다. 시라카와도 “쫄았다”고 솔직하게 말했을 정도였다. 그 결과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일본 독립리그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시련이었다. 의기소침했다.

시라카와는 2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당시에 대해 “지금까지는 내가 어떤 공을 던져도 안 맞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유난히 던질 때마다 맞았다. 거기서 내 약점을 깨닫고 다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경기”라며 그날의 기억을 아직도 가슴에 품고 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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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등판 사이까지 힘든 시기가 이어졌지만 팀 주장이자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의 야수, 그리고 전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뛴 추신수(42)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추신수는 “어리고 경험이 많이 없는 선수였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긴장하고 떨려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시라카와에게 "여기까지 해왔던 과정을 믿어라"고 조언했다.

추신수는 "여기보다 더 큰 무대에 가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던질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으면서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올라가야지, 물음표가 생기면 안 된다. 자신을 믿어라”고 조언하고 또 격려했다.

다가가기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시라카와의 눈에는 대선수였던 추신수다. 그런 추신수가 먼저 다가와 힘을 불어넣은 건 시라카와의 야구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 시라카와도 그런 추신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였다고 고마워했다. 공교롭게도 시라카와는 그 조언 이후 마운드에서 더 단단해진 표정과 구위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이는 SSG를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한 발단이 됐다.

시라카와는 스스로 “우리 마을은 촌”이라고 웃는다. 도시에 가본 적도 별로 없고, 그래서 뭔가 ‘큰 세상’이 낯설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큰 도시, 큰 경기장, 그리고 많은 팬들 앞에서 뛴 것은 시라카와가 향후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추신수, 그리고 팀 동료들의 조언을 가슴에 품은 시라카와는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SSG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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