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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김희애 “세 번 돌려본 ‘돌풍’...볼 때마다 새로운 작품”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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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오는 작품을 다시 보는 편이 아닌데, 이번 작품은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어서 세 번이나 봤어요.”

‘믿고 보는’ 배우 김희애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 사이의 대결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으로 또 한 번의 ‘정치물’에 도전한 김희애의 존재감은 그 ‘이름값’처럼 막강했다.

매일경제

김희애는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 사이의 대결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을 통해 열연을 펼쳤다. /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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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오래전부터 박경수 작가님의 팬이기도 했고, 언젠가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기도 했었죠. 무엇보다 정수진이라는 인물이 너무 매력적이었기에 좋았고, 안 할 이유가 없었죠.”

평소 자신이 나오는 작품을 여러 번 돌려본 적 없는 김희애에게 있어 ‘돌풍’은 예외적인 작품에 속했다. 무려 세 번이나 다시 봤다고 고백한 김희애는 “재미도 재미지만, 모니터로 보는데 처음 보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원래 연기 모니터링을 제외하고, 제가 나온 거를 잘 안 봐요. 그런데 이 작품은 대사가 어려웠기도 했고, 속도감도 빨라서 그런지, 보는데 새로운 느낌을 많이 주더라고요. 제가 놓친 부분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볼 때마다 새 작품을 보는 느낌도 들고, 볼수록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디테일이 눈에 보이니 다시 보게 된 거죠.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느낌도 받아서 신기하기도 했고요. 좋아하는 작품 여러 번 본다고 하잖아요. 저는 좋아하는 영화도 두 번은 안 보는데, ‘돌풍’은 처음 겪는 경험이었고, 이번 작품을 통해 ‘여러 번 보는’ 감정을 알 수 있게 됐죠.”

‘그날, 대통령의 심장이 멈췄다’라는 강렬한 문구로 시선을 사로잡은 ‘돌풍’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정치세력과 지지자들에 대해 매우 신랄하게 보여준다. 현재 정치적으로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이 같은 시리즈물이 공개된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희애는 “너무 현실 세상이 너무 다이내믹하게 돌아가다보니, 보시는 분들은 실존의 인물이나 사건과 연관해서 보시기는 하는 것 같다. ‘돌풍’은 모든 요소를 믹스해서 새로운 극으로 탄생시킨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 처음 시작할 때는 ‘조금 그렇겠구나’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돌풍’은 여러 이야기가 버무려지고 믹스가 돼 탄생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소재’를 가지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었기에 걱정이 없었고,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이야기가 되고, 화제가 되는 것이 도리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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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경력 30년차가 넘는 김희애에게도 ‘돌풍’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어떤 점이 어렵게 했느냐는 질문에 김희애는 ‘대사’를 이야기 했다.

“처음에 대사를 읽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혀는 꼬이는데 빨리빨리 해야 하는 상황도 많았죠. 그래서 처음에는 ‘연기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발음을 정확하게 하자’는 심정으로 임했어요. 법률 용어를 많이 사용하기에 ‘뉘앙스’보다는 단어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대사 전달을 잘 하자 그것만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시간이 돈이잖아요. 대사 NG를 내서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습할 수밖에 없었죠.”

‘박동호’를 몰락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 전쟁을 펼치는 정수진 그 자체가 된 김희애. 혹시 참고한 인물이 있냐는 질문에 “참고한 건 없다”고 답했다.

“저는 정수진 연기에만 충실했어요. 정수진이 강한 여자이고 웬만한 일에 눈 하나 깜짝도 안 하는 여자잖아요. 회가 거듭될수록 정수진의 감정에 이입하다 보니 연민이 갔고, 자기 실속도 없었잖아요. 피해자라면 피해자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처음에는 대사 전달을 잘해야지 했다는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되더라고요. 저로서는 악당적인 면모보다도 인간에 대한 연민이 많이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연민을 느꼈느냐는 질문에 김희애는 “정수진이 처음에는 정의감에 불타는 순수한 여학생이었다. 남편을 만나고 어쩔 수 없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됐고, 그의 비리를 하나를 감추기 위해 두 가지 거짓말을 하면서, 한 발 두 발 섞이게 됐다. 이 사람은 박동호이길 바랐던 여자였지만, 결국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길을 걷게 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애는 파트너였던 설경구와의 연기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상대역으로 설경구를 만났다는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한 김희애는 설경구가 캐스팅되는데 있어 일등공신 역할을 하기도 했다. 때마침 작품이 없었던 설경구에게 작품을 소개했고, 이후 출연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박동호’라는 캐릭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 있어 설경구는 가장 적임자였죠. 제가 무엇을 했다기 보다는 그냥 인연이었다고 생각하요. 설경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적격이었죠. 무엇보다 정말 열심히 하셨던 것이 화면으로 보여서 좋았죠. 설경구의 연기는 두 말하면 잔소리라고 할 정도로 너무 고급이었어요. 연기를 잘해도 인간성이 별로인 사람도 있는데 설경구는 너무 성실하고 좋은 분이어서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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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에는 ‘배우들의 연기파티’라고 불릴 정도로 설경구와 김희애 외에 걸출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정수진으로서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압도당했던 수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희애는 “김희애가 압도당하더라고 정수진이기에 끝끝내 방어해야 하기에 정신을 바짝 잡았다”고 전했다.

“한민호를 연기했던 이해영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정말 감탄했어요.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렇게 저도 더 몰입할 수 있었죠. 그렇게 연기하기 위해서 얼마나 연습해야 하는지를 너무 잘 아는데, 이해영 배우는 연습의 경지를 뛰어넘고 한민호가 됐었죠. 정말 박수쳐 주고 싶고 자랑스러웠어요. 그리고 장광씨는 화면으로 보니 얄미울 정도로 너무 인물과 똑같았고, 김종구 배우도 내공이 장난 아니었죠. 거기에 박근형 선생님은 ‘내가 배우다’할 정도로 훌륭하셨고, 전배수씨, 김영민씨, 김미숙씨 모두 다 너무 연기를 잘했어요. 저는 배우라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족하면 안 되고 끊임없이 분석도 하고 고민도 해야죠. 다른 사람의 연기를 베껴오기도 해요. 모방하면서 진화하기도 하니까요. 이번 작품은 함께 연기하면서 정말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돌풍’을 통해 또 한 번의 대표작을 만들어 낸 김희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희애의 다음 스텝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한 생활 연기였다.

”저는 반대의 캐릭터도 잘 해요. 수동적인 인물도 잘할 자신이 있어요. 저는 생각보다 똑똑하지도 않고 사회 이슈도 크게 관심도 없고 정치도 잘 모르는 데 너무 똑똑한 역할을 맡아서 때로는 죄책감이 들기도 하죠. (웃음) 때로는 민망할 때도 있어요. 제가 생활극을 잘 하는데, 감독님들이 잊어버리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강한 캐릭터를 연이어 하다보니 연상이 잘 안되시는 거 같은데, 저 다 되는 배우니 다양한 작품에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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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를 수식하는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우아함’이었다. ‘돌풍’ 속 권력을 향해 달려가는 정수진 보다도, 편안한 일상에 더 가까워 보이는 김희애는 ‘연기 잘 하는 배우’보다는 ‘매력적인 배우’로 남기를 원했다.

“연기를 오래 하면 경험이 많으니 연기가 좋을수는 있죠. 하지만 매력의 부분은 별개라고 생각해요. 제 목적은 매력적인 배우가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 주는 배우,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네요.”

‘돌풍’을 마무리 한 김희애의 다음 일정은 ‘워라벨’ 지키기였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에 즐기고 노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 김희애의 설명이었다.

“제가 살아보니 ‘올인’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대사를 외우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워라벨’을 지키려고 해요. 저희는 한 번 일을하면 1년 가까이 사람을 안 만나거든요. 중간중간 비워주는 것이, 나중에 채울 때도 더 좋아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중 하나가 시간이 빠르니 틈틈이 놀라는 거예요. 놀아도 해야 할 일은 다 할 수 있어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데 너무 일에만 몰두하는 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너무 허무하니까요.”

지금의 김희애의 목표는 ‘돌풍’ 속 정수진의 잔상을 지우는 것이었다.

“저는 한 캐릭터를 하고 빠져나오는 데 오래 걸려요. 빠져나오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는 편인데 나이가 들수록 빨리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어요. 잊어버리고 털어버리기 위해. 이번에는 생각보다 쉽게 나왔고, 현재는 정수진과 김희애를 빨리 분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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