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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지금 시기 인터뷰하는 게 부끄럽고 죄송하다” ‘막중한 책임감’ 제주 캡틴 임채민의 진심 [이근승의 믹스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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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는 팀의 주장이에요. 이 시기 인터뷰에 응하는 게 맞나 고민했습니다. 솔직히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임채민(33·제주 유나이티드)이 인터뷰 말미 전한 진심이다.

임채민은 2013시즌 성남 일화 천마(성남 FC의 전신)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상주 상무(김천상무의 전신), 강원 FC, 선전 FC(중국)를 거쳤다. 2023시즌부턴 제주 후방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2024시즌엔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올 시즌이 순탄하진 않다. 임채민은 4월 13일 김천상무전에서 오른쪽 무릎을 다쳐 한동안 팀 전력에서 이탈했었다. 임채민은 착실한 재활로 6월 16일 대구 FC전에서 그라운드 복귀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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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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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사진 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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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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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6월 5경기에서 1승 4패를 기록하며 강등권과의 격차를 벌리지 못하고 있다.

임채민이 인터뷰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던 건 이 때문. 임채민은 고심 끝 인터뷰에 응해 속 안에 담아두었던 여러 이야기를 꺼내놨다.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임채민을 만났다.

Q. 4월 13일 김천상무전 이후 한동안 팀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6월 16일 대구전에서 돌아와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데요. 부상은 완전히 떨친 겁니까.

부상으로 한동안 팀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어요. 부상 재발에 유의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듯합니다. 몸이 피곤하면 또 다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것 같아요. 근육 관리 등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Q. 재활하면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제가 전력에서 이탈한 사이 팀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치고 나가야 할 땐 확실히 치고 나가지 못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팀에 저를 포함한 부상자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전력을 구축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주장으로서 팀에 안타까움과 미안함 등 여러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부상으로 쉬어야 하는 데 심리적으로 편하지 않았다랄까. 하루빨리 그라운드로 복귀해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Q. 4월 13일 김천상무전에서 다친 거잖아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공중볼을 따내려고 점프한 상태였어요. 착지 과정에서 밸런스를 잃었죠. 떨어지는 순간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오른쪽 무릎이 뜯겨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죠. 병원 진단 결과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 부분 파열이었습니다. 재활에 성실히 임했어요. 구단에서도 완쾌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재활을 잘 마치고 그라운드로 복귀해 감사한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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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사진 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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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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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상 복귀 후 제주의 주장이자 수비 핵심으로 활약 중입니다. 성남 시절 김학범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은 바 있잖아요. 제주에서 다시 만난 김학범 감독과의 호흡은 어떻습니까.

감독님이 선수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 주려고 하세요. 한 가지 아쉬운 건 저를 포함해 부상자가 하나둘 생기다 보니까 완벽한 상태로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적다는 거죠. 팀이 완벽한 전력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고민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감독님과 인연이 있어서인지 그런 부분이 더 안타깝다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더 잘해야죠.

Q. 주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대단히 커 보입니다.

프로선수잖아요. 프로의 세계에선 개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거든요.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겁니다. 무언가 계속해서 엇박자가 나는 듯해서 아쉬움이 있죠. 감독님도 말씀하시지만 우린 매 경기 결승전이란 각오로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제가 더 단단한 팀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해요.

Q. 김학범 감독과 함께 했던 게 2014시즌부터 2016시즌까지입니다. 당시의 김학범 감독과 지금의 김학범 감독에게 차이가 있습니까.

감독님은 강·약 조절이 확실하신 분이세요.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항상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죠. 팀이 조금 느슨해진다 싶을 땐 확실하게 휘어잡으시고요. 이전과 바뀐 점이라면 조금 더 부드러워지시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하세요.

Q. 그라운드 위에선 주장이 감독의 역할을 하곤 하잖아요. 6월 5경기에서 1승 4패를 기록했습니다. 동료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있을까요.

올 시즌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긴말하진 않았어요. 딱 하나 강조했습니다. 선수들에게 “밖에서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라. 우리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자. 서로 책임감을 갖고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프로엔 열심히 안 하는 선수 없습니다. 다 열심히 하죠. 프로에선 작은 차이 하나가 승패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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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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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슨 이야기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습니까.

사소한 것 하나에 신경 쓰다 보면 감정적으로 흔들리게 됩니다. 불안감이 커지고, 심리적인 압박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수 없어요. 자신감이 확 떨어지니까.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해야 할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그 일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모든 선수가 자기 역할에 온전히 집중할 때 팀은 더 좋은 경기력을 뽐낼 수 있습니다.

Q. 풍부한 경험이 있어야만 해줄 수 있는 얘기인 듯합니다.

저는 강등 싸움을 여러 번 했어요. 생각보다 잔류 경쟁 경험이 많습니다. 어릴 땐 형들에게 많이 의지하기도 했지만 매 경기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이 엄청났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그 부담을 줄이고, 내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는 법을 터득했죠. 그래서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준 것 같아요.

Q. 임채민이라고 하면 K리그1 정상급 센터백으로 꼽힙니다. 그런 선수에게도 잔류 경쟁은 힘겹고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군요.

프로선수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린 결과로 평가받으니까. 저는 제 경기력을 꼼꼼히 체크합니다. 저는 신인 시절부터 보면 기복이 심한 선수였어요. 잘하는 날도 있었지만, 실수가 잦았습니다. 이전부터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려고 힘쓰는 것 같아요.

앞서서도 말했지만 저는 강등권에서 생존 경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생존 경쟁 중인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다 비슷합니다. 강등이란 단어의 압박이 점차 커지게 되면 자신감이 확 떨어집니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고 ‘지면 안 된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계속 물러서게 되죠. 그래서 더 제 역할에 집중하고 충실히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거예요.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Q. 경험이 풍부하다고 해도 생존 경쟁은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습니까.

저 역시 생존 경쟁을 하면서 마음이 편했던 적은 없어요. 저 또한 흔들릴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장이에요. 중심을 잡아줘야죠. 우린 지금보다 더 올라갈 수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높은 순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 이 시기가 정말 중요해요. 자신감을 잃지 않고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면서 올라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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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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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임채민만의 멘탈 관리 비법이 있습니까.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저는 그냥 부딪혀요. 극한의 상황에 놓였을 때도 평소처럼 나아갑니다. ‘누군가 욕을 먹어야 한다면 내가 먹겠다’는 생각이랄까(웃음).

Q. 제주가 반등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주만큼 운동 환경이 좋은 곳은 없습니다. 운동에만 집중하면서 팀과 선수 모두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에요. 가족적인 분위기도 제주만의 강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코칭스태프, 선수, 프런트, 팬이 더 끈끈하다랄까. 특히나 우리 팬은 가족 단위가 많거든요. 저는 이 고비만 잘 넘어서면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설 수 있다고 확신해요. 자기 자신과 서로를 믿고 계속해서 나아갔으면 합니다.

Q. 휴식일에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있습니까.

선수들과 맛있는 밥 먹고 예쁜 카페에 갑니다. 제주도엔 정말 예쁜 카페가 많거든요. 이제 여름이잖아요. 여유가 있을 땐 바다에 가기도 합니다.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면서 스트레스 푸는 거죠. 제주월드컵경기장에 영화관이 있거든요. 종종 영화관람을 즐기기도 합니다.

도시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땐 제주시로 나가기도 하고요. 제주시는 도시 중에서도 도시에요. 우리 클럽하우스와 홈구장이 있는 서귀포시는 잔잔하고 감성 가득한 느낌이고요. 저는 서귀포시를 더 좋아하긴 합니다. 북적북적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주란 팀에 더 잘맞는 게 아닌가 싶어요.

Q. 축구가 지금도 재밌습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땐 축구 선수가 꿈이었거든요. 꿈을 이룬 거잖아요. 프로에 입문했을 땐 하루하루 감사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신기했거든요. 그런데 이 일을 계속하려면 살아남아야 하더라고요.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으려는 경쟁이 상상 이상으로 치열합니다. 최근 6, 7년 동안엔 ‘축구가 재밌다’는 생각은 못했던 듯해요.

동료들과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도 경기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거든요. 제가 다른 선수보다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기도 하고요. 함께 땀 흘린 동료들과 승리했을 때의 기쁨은 정말 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게 프로의 세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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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은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족은 임채민을 뛰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사진=이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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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임채민을 계속 땀 흘리게 하는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무엇인가요.

2021시즌을 마치고 결혼했어요. 7개월 된 사랑스러운 아이도 있습니다. 가정을 꾸린 뒤로 ‘가족을 위해 뛴다’는 게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힘들 때마다 아이 사진 보고,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거든요. 집에 들어가서 아내와 아이를 보면 절로 힘이 나고요.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감사한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힘이 되어주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어요.

Q, 제주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어릴 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최선을 다한 선수, 정말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어요. 이젠 솔직해질래요. 제 축구 인생의 마지막 목표는 결과에요. 우승입니다. 제 축구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베테랑이잖아요. 제주에 우승컵을 안겨준 선수. 저는 제주에서 결과를 남기고 싶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우승에 대한 욕심이 크진 않았어요. 하루하루 너무 치열하게 살았으니까. 생존하기 위해 눈앞의 경기를 결승전처럼 치러왔거든요. 우승이란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하지만, 마음속엔 늘 우승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제주는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팀이기에 꼭 한 번 결과를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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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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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시 태어나도 축구를 할 겁니까.

해야죠(웃음). 저는 은퇴해도 축구계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그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거거든요. 제가 친구들을 만나면 이것저것 많이 합니다. 다 재밌게 즐겨요. 그런데 축구만큼 내 모든 걸 쏟아낼 수 있는 건 없어요. 축구뿐입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100%를 쏟아낼 수 있는 축구. 그래서 할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어요.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처음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는 얘길 들었을 때 지금 시기에 하는 게 맞나 고민했어요.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합니다. 고민 끝 인터뷰에 응하게 됐는데 다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 같아요.

팬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프로는 결과라는 것을. 더 노력하겠습니다. 이겨내겠습니다. 염치없지만 시즌 끝날 때까지 변함없는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팬들에게 늘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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