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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결국 '빌드업 축구' 할 거면서…그럼 벤투 왜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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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신문로, 김정현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선택이 결국 지난 1년 반을 허비하게 만들었다.

돌고 돌아 빌드업 축구를 지향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왜 붙잡지 않았는지 의문부호를 다시 남기게 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는 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선임과 관련해 브리핑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명보 감독이 차기 대표팀 감독에 내정됐다고 전했다. 홍 감독 내정에 대해서는 새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책임지고 있던 이임생 기술이사가 이날 브리핑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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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기술이사가 밝힌 홍명보 감독 선임 이유로는 크게 ▲게임 모델 ▲리더십 ▲대표팀 연속성 ▲성과 ▲시간 ▲경험 ▲국내 체류 등을 들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KFA의 철학 및 게임 모델 연결을 고려했을 때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빌드업 시 라볼피아나와 비대칭 백3 형태를 가져간다. 이러한 빌드업을 통해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면서 "선수들 장점을 살려서 어태킹 서드에서 라인 브레이킹과 상대에 맞춘 카운터 어택과 크로스를 통한 공격, 측면 컴비네이션 플레이 등 다양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에도 지속하고 발전해야 할 경기 템포 조절과 공수 밸런스, 포지셔닝, 기회 창출도 보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작년 데이터 기준으로 기회 창출과 득점 리그 1위, 빌드업 1위, 압박 강도 1위, 활동량 10위였지만 효과적으로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했지만, 활동량은 하위 그룹에 있었다. 이런 것이 우리 한국 축구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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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최종 후보로 언급된 두 명의 외국인 감독, 거스 포옛과 다비드 바그너의 철학에 대해 한국 축구의 기술 철학과 다르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이사는 "외국인 감독 후보자들이 빅리그 경험이 있고 확고한 철학을 존중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홍명보 감독보다 더 뚜렷한 성과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그들의 철학을 대표팀에 입히기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시간 부족을 말했다.

또 "9월부터 월드컵 3차 예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외국인 감독이 한국 대표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라 설명했다.

아울러 "외국인 감독은 인터뷰 결과 각급 대표팀 연계에 필요한 충분한 체류시간 확보에 확신이 없었다. 한 분은 체류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분은 이 부분이 까다로웠다. 이전 재택 논란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었다"라며 클린스만 감독 때 겪었던 재택 논란 리스크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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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는 나아가 다른 외국인 감독의 철학이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주도적인 빌드업 축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이사는 "나는 스스로 이들의 축구 철학이 강하고 확고하지만, '이분들의 축구 철학을 과연 지금 우리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을까'가 첫 번째였다"라며 "한 명은 사실 우리가 벤투 감독 때처럼 빌드업에서 미드필더에서 기회 창출하려고 해오고 있다. 수비에서 롱볼을 사용해서 우리가 경쟁을 유도하고 빠른 지원으로 하는 축구는 아니지 않나(생각했다), 이 부분이 잘못되고 나쁜 게 아니라 '과연 한국 축구, 우리 선수들에게 맞을까'였다. 다른 한 병은 강도 높은 압박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난 이들을 존중한다. 지금 빌드업을 시작하면서 대표팀이 미래를 위해 가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이런 전방 압박, 압박에 대한 철학을 가진 분을 모셔서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게 맞나(생각한다). 중동 국가를 상대로 많은 기회 창출을 해야 하는데 수비 라인을 끌어 올리면 중동 국가에게 역습으로 당한 경험이 있는데 잘 극복할 수 있나. 후반까지 체력 문제는 없나, 이들의 철학이 10일간 소집하는 대표팀에 이들의 철학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고민이 됐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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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의 결정은 결국 한국인 지도자인 홍 감독이었다. 빌드업을 추구하는 한국 축구의 철학을 이어가고 한국 선수들을 원팀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이 서 내린 결정이지만, 최종 후보 3인 중 빌드업 축구를 지향하는 감독이 홍 감독뿐이었기 때문에 홍 감독을 사실상 내정해 두고 협상을 진행한 것 같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애초부터 빌드업 축구를 원했다면 근본적으로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왜 신뢰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대표팀에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빠르게 전방까지 전진하는 '빌드업' 축구를 장착시킨 장본인이고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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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에개 협회는 2022년 재계약 협상 당시 장기계약이 아닌 2023년 아시안컵 중간 평가를 징검다리 옵션 삼아 단기 계약으로 제안했다.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를 더 이끌길 원했던 벤투 감독은 이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월드컵 종료 후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때 졸전을 거듭하며 우승에 실패했다. 빌드업은커녕 말레이시아와 같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동남아시아 팀에게 3-3으로 비기며 체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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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벤투 감독 시절에 전방압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서 먼저 공을 뺏어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시도했고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혹은 친선 경기에서 이 점이 효과를 거둔 케이스도 존재했다. '빌드업'과 '압박'이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 아닌데 오히려 외국인 감독 후보가 '압박'에만 매몰된 감독처럼 보이게 했다.

협회는 돌고 돌아도 너무 돌아 10년 만에 다시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단기적으로만 계획을 세운 결과는 10년 전과 똑같았다. 협회는 왜 벤투 감독을 포기했는지 의문만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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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문로, 고아라 기자/엑스포츠뉴스DB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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