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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제는 팬들도 ABS존에 갸웃… 수정하려니 이게 문제? 딜레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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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KBO리그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라는 혁명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미국도 아직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도입하지 않은 제도를 KBO리그가 선제적으로 받아들여 실험하고 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도입 반년을 맞은 지금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호평 일색이다.

KBO는 지난 몇 년간 퓨처스리그 일부 경기에서 ABS를 실험했고, 기술적 완성도가 1군에서 전면 활용해도 될 정도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를 내렸다. 여기에 KBO리그 구단들은 매 경기 일어나는 볼 판정 시비에 신물이 났다. ABS 시스템의 정확도가 100%가 될 수는 없다고 해도, 차라리 해당 경기에서는 양쪽 모두 동일한 판정을 받자는 구단들의 뜻이 모였다. 10개 구단의 의결에 KBO도 움직였고, 올해 전면 도입돼 반년이 지났다.

물론 문제도 있기는 했다. 서둘러 도입한 탓에 준비가 안 된 부분이 있었다. 존을 놓고 현장과 소통이 부족했고, 이 때문에 실제 존을 체험한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자잘한 기술적 문제, 초창기 심지어 구단도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없었던 폐쇄성, “경기장마다 존이 다르다”는 의혹 제기 등 ABS를 둘러싼 논란이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아직은 ABS를 놓고 갈 길이 멀고, KBO도 더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인간 심판보다는 적어도 지정된 존에서는 더 정확하다는 것을 의심할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 주심들의 판정 정확도는 평균적으로 92~93% 수준이다. 100구를 보면 7~8개는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다. 반면 ABS는 적어도 지정된 존에서는 심각한 기계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같은 판정을 한다. A팀에 불리한 존이면, B팀에도 불리하다. ABS가 팬들에게 큰 호평을 받는 이유다.

다만 타자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존이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타자들이 칠 수 있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어야 하는데 칠 수 없는 공마저 스트라이크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투수들도 볼인 줄 알았는데 스트라이크가 된 공에 웃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단 모서리 존을 조금 깎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타자들 사이에서 지배적으로 나온다. 우리보다 상단 존이 높은 국제대회에서도 그 코스는 안 잡아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ABS존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 ‘적폐’로 취급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소신 있게 발언해도 ‘자신이 불리하니 저런 말을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낀 선수들이 아예 입을 다물어버리는 흐름으로 이어진 이유다. 그러나 최근에는 존의 소폭 수정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계속 보면 스트라이크로 판정하기에는 지금까지의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는 공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KBO는 시즌이 끝난 뒤 존 수정이나 ABS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금 누구도 ABS 제도를 폐지하고 다시 인간 심판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제도가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여론을 수렴하고 모든 관계자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 논의 자체도 분명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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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존 수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타자들은 존이 너무 넓다고 하고, 투수들은 존이 그렇게 넓지 않다고 말한다. 서로의 느낌이 다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상단과 모서리 쪽에서 다소간 투수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기서 존이 수정되면 조금이나마 타자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텐데, 올해 성적을 보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2022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4.06, 리그 평균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38이었다. 리그 타율은 0.260, 리그 OPS(출루율+장타율)는 0.712였다. 2023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4.14, WHIP는 1.41, 타율은 0.263, OPS는 0.712였다.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아주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2024년은 타고 성향이 뚜렷하다. 전반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리그 평균자책점은 4.84로 지난해(4.14)에 비해 폭등했다. 평균 WHIP는 1.51이다. 반대로 리그 타율은 0.276, 리그 OPS는 0.767까지 크게 치솟았다. 야구계에서는 타자들의 발전과 공인구 문제 등 여러 가지 원인을 지적한다. 그런데 여기서 타자에게 더 유리하도록 존을 수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KBO는 경기 시간 단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나치게 늘어지는 경기가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올해 유보했던 피치클락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물론 점수가 적당하게 나는 것은 좋지만, 난타전이 많아지면 그게 무조건 좋다고는 볼 수 없다. 어차피 각 팀들도 타자들만 데리고 있는 건 아니다. 투수들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존 조정은 딜레마가 있을 것이라는 게 몇몇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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