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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엉망진창 + 졸속행정, 전강위 왜 있나…박주호 위원 “절차 대로 이뤄진 것 없어, 5개월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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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결과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후보군을 추린 전력강화위원의 존재 여부는 무의미했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직을 맡은 박주호 위원은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를 통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모두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지난 5개월 간의 감독 선임 과정을 세세히 밝혔다.

해당 영상은 7일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주호 위원은 김환 축구해설위원과 함께 감독 선임 과정을 말하는 도중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홍명보 감독 내정 소식을 들었고,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매일경제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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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위원은 “(홍명보 감독께서) 계속해서 안 하신다는 의사를 표했다. 새로운 인물이 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로와 코파 대회가 곧 끝나가는 시점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진다면 더 많은 후보군을 추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분명 거절하셨는데, 입장이 바뀌었다. 어떤 생각이신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돌연 사퇴 후 임무를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역할이 커 보인다. 이임생 이사는 8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차기 국가대표팀 선임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임생 이사는 “시즌 도중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려주신 울산HD에게 감사드리며, 울산 팬들과 K리그 팬들께는 죄송하다”라며 “지난 2일 해외 출장을 통해 두 명의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만난 뒤 5일 귀국해 홍명보 감독을 만났다. 그에게 한국축구의 철학과 게임 모델을 연결해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속성과 발전을 위해서 헌신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홍명보 감독을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홍명보 감독은 꾸준히 차기 감독 유력 후보로 거론됐는데, 그때 마다 홍명보 감독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 5일 수원FC전 이후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꾸는 선택을 했다. 이임생 이사가 구체적인 설득 과정을 밝히지 않으며 오는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울산과 광주FC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의 입에 많은 시선이 쏠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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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박주호 위원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정확한 절차가 아니다. 내가 안에 있었지만 설명할 수가 없다. 앞서 정해성 위원장께서는 왜 외국에 나가 4~5명의 감독 후보를 만났고, 이임생 이사는 왜 유럽으로 간 것인가. 절차 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라고 했다.

이어 “누가 됐든 절차에 맞게, 게임 플랜과 한국축구에 맞는 사람이면 된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번 감독 선임이 어떻게 흘러갔고, 왜 홍명보 감독님이 됐는지 알아야 하는데 모르겠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 지난 5개월 동안 감독 선임을 위해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일했는데 너무 허무하다”라며 “전력강화위원회가 필요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니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신이 든다”라고 허망함 모습이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52조 1항에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남녀 국가대표과 U18세 이상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감독 후보군을 추려 대한축구협회에 제시하는 역할까지가 전부다. 실질적인 협상 권한이 없기에 반쪽짜리 기구에 불과하다.

앞서 정해성 위원장은 여러 후보들과 미팅을 통해 감독직과 관련한 구체적인 제시보다는 감독직 수행 의사만 물어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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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위원은 정해성 위원장의 부탁에 따라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추렸다. 박주호 위원은 제시 마시, 후벵 아모림, 바스코 세아브라 감독을 전력강화위원회에 추천했고, 이 중 마시 감독과는 긍정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마시 감독은 한국 감독직에 대한 열의까지 보였으나, 협상이 결렬되며 캐나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고 코파 아메리카2024에서 경기력과 별개로 4강 진출이라는 결과 일궈내는 모습이었다. 이에 박주호 위원은 “마시 감독과 결렬돼 충격이 컸다”라며 “현재를 봐라. 그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타 위원들은 마시 감독에 큰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박주호 위원은 임시 감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세세한 평가와 분석이 아닌 ‘다수결 투표’를 했다는 사실과 국내감독 선임으로 내부 흐름을 몰고 가는 것, 일부 위원은 사리사욕을 위해 빈 감독 자리를 뒤에서 노렸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전력강화위원회의 치부를 밝혔다.

더욱이 감독 선임 막판에는 이임생 이사의 독단적인 선택도 있었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뵙고 제가 결정을 한 뒤, 위원회 분들을 다시 소집해 미팅을 거쳐야 하나, 또 한 번의 미팅을 진행하게 되면 외부로 소식이 유출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5명의 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동의를 구했다. 이후 홍명보 감독으로 결정됐다”라고 했다.

이어 “정몽규 회장께서는 (정해성 위원장 사임 후)지금부터 모든 결정을 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홍명보 감독으로 정해졌다. 김정배 부회장에게만 보고했고, 아직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외국인 감독과 한국인 감독 동등하게 일을 진행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없는 것이다. 모든 권한을 받았고, 이번 감독 선임 결정은 투명하게 절차대로 저 스스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전력강화위원회는 3월 A매치 이후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감독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부터 구체적인 이유 없이 국내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 등 졸속이었다. 여기에 막판에는 이임생 이사의 독단적인 선택까지 이어지며 전력강화위원회 필요성과 역할 차체에 의구심이 든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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