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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투수 요건의 마지막 관문인 5회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선두 류지혁에게 3루타를 맞았다. 1사 후 이재현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했고, 2사 후에는 강민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5회에만 3실점했다. 그리고 이성규에게 볼넷을 허용해 이닝을 마치지 못했다. 그러자 KIA는 87구를 던져 한계 투구 수에 여유가 있고,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단 한 개를 남긴 양현종을 교체하는 강수를 던졌다.
3점 리드 상황이었고 에이스 자존심도 생각해야 했다. ‘형님 리더십’을 보여주는 이범호 감독의 성향이라면 누가 봐도 양현종에게 그 상황을 맡길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좌타자 김영웅의 타석 때 좌완 김대유(33)를 올렸다. 양현종이 쉽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이, 이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김대유가 김영웅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것이다.
여기서 더 실점하지 않은 건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었다. 삼성은 따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흐름이 끊겼다. 김대유는 김영웅을 잡는 것으로 이날 임무를 끝냈지만, 이 아웃카운트 하나의 가치는 굉장히 컸다. 에이스의 자존심이라는 명분을 어렵게 포기한 KIA 코칭스태프는 확실한 실리를 챙기며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KIA는 이날 경기를 잡았고 돌이켜보면 2위권과 경기차를 벌리는 독주 체제의 시작이었다.
2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KIA는 4회까지 5-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3회까지 잘 던지던 우완 황동하가 4회 들어 흔들렸다. 수비도 황동하를 도와주지 않았다. 그렇게 3점을 내주고 2사 만루 상황에서 좌타자 황영묵의 타석이 왔다. 아직 2점 리드가 있었고 황동하도 68구 밖에 던지지 않았다. 이 상황을 막으면 5회까지 던져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 이 감독은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같은 선택을 했다. 김대유를 호출했다. 김영웅과 마찬가지로 황영묵을 바꿀 상황은 아니었다고 봤다. 좌타자에 강점이 있는 김대유에게 또 중요한 상황에서 한 타자를 맡겼다. 김대유는 기대에 부응했다. 황영묵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한화의 추격 흐름을 막았다.
여기서 추가 실점을 했다면 한화의 기를 살려줄 수 있었고, 남은 이닝 불펜 운영에 머리가 아플 뻔했다. 하지만 김대유가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하면서 KIA는 5회 임기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물론 이후 역전을 당하기는 했지만 김대유의 활용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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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이후 다소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지난해 후반기 좋은 활약으로 다시 기대를 모았다. 올해도 1·2군을 오가기는 했으나 근래 들어서는 중요한 상대 주요 좌타자들을 착실하게 잡아주며 위기를 막아내고 있다. 비록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굉장히 중요한 임무를 잘 해내고 있는 것이다.
김대유는 올해 21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7.04로 좋지는 않다. 하지만 7월 들어 8경기에서는 4⅔이닝 동안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고 있다. 피안타율도 0.071로 짠물 피칭이다. 시즌 초반 좌타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기도 했지만 7월 이후로는 아주 좋다. 12명의 좌타자를 만나 피안타는 단 1개였다. 장타도 없었고, 3개의 삼진을 잡아냄은 물론 5개의 땅볼을 유도하기도 했다. 기록으로나 느낌으로나 안정감을 줬던 이유다.
메이저리그가 이른바 ‘세 타자 룰’을 도입한 상황에서 좌완 스페셜리스트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도 중요한 임무가 주어진다. 좋은 좌타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KBO리그에서는 분명히 그 존재감이 있다. 김대유가 계속 좋은 컨디션을 발휘한다면 이제 슬슬 가을야구를 생각하는 KIA로서는 큰 힘이다. 리그에서 가장 좋은 좌타자가 많은 팀인 LG는 말할 것도 없고, 두산이나 삼성 등 포스트시즌에서 잠재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들은 중심에 좌타자가 적지 않다. 김대유가 그 상황마다 요격에 성공해야 한다. 근래 피칭은 그 계획에 조금씩 확신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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