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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외국인? 켈리는 그냥 LG 에이스였어요"…눈물 참고 뛰느라 혼났다, 그래서 펑펑 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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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사실 외국인 선수라고 하기는 조금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진짜, LG 트윈스 에이스였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LG 트윈스 외야수 박해민은 지난 20일 정든 동료 케이시 켈리와 작별 인사를 하다 그만 펑펑 울었다. LG는 지난 19일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계약하면서 켈리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2019년부터 LG와 함께한 켈리는 정든 팀을 그냥 떠날 수 없었다. 구단과 상의 끝에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고별전을 치르기로 했다.

켈리는 LG와 함께하는 마지막 164번째 경기인 만큼 비장하게 마운드에 섰다. 3회 2사 후 비로 우천 중단되기 전까지 2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로 마지막을 장식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폭우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되기까지 무려 1시간 39분이 걸렸는데도 켈리는 그사이 어깨가 식지 않도록 계속 공을 던지며 몸을 풀었다. 그만큼 진심으로 준비한 등판이었다.

켈리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다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켈리의 눈물은 LG 동료 모두에게 전염됐다. 폭우 속에서 포옹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켈리와 선수들은 어찌나 울었는지 눈과 코가 새빨개져 있었다. LG 구단이 마련한 고별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켈리와 LG 동료들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고별식을 마친 켈리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잠실 팬 앞에서 한번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또 팀 동료들, 5년 반 동안 함께하면서 특별하고 감사했는데, 그 동료들과 한번 더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며 또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LG 선수들은 켈리만큼이나 고별전에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 박해민은 "나도 기사를 통해서 (방출 소식을) 조금 제대로 알게 됐다.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정말 팀에 헌신하고 그랬던 선수가 시즌 중간에 이렇게 헤어진다는 게"라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어제(20일) 경기를 하면서 경기를 나간 선수들이 모두 경기를 하는 데 있어서 조금 감정을 누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어쨌든 경기는 이겨야 하고, 하지만 또 켈리는 마지막이라고 하고. 어쨌든 (마지막을) 알고 경기를 하는 거니까. 그런 점에 있어서 조금 경기하기가 사실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단의 결정도 쉽지 않았다. 켈리의 구위 저하 문제는 지난해부터 있었으니 어찌 보면 1년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는 켈리가 후반기에 확실히 반등하면서 시즌을 완주하고, LG 동료들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릴 수 있었으나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반등 그래프를 그리지 못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전반기 끝나고 단장하고 나하고 합의를 했을 때는 '올해 1년은 가자'였다. 실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부수적인 것 우리 팀에서 오래 했던 것을 켈리가 보여줬던 모습들. 그러니까 실력보다는 한국의 정 때문이었다. 사실 차명석 단장이 처음 미국에 갔을 때도 (계약 가능한 선수가) 한 명 나왔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망설이다가 켈리가 작년에도 좋아진 모습이 있으니까. 마무리를 잘 해주는 것도 우리가 켈리한테 할 일이라 생각하고 그때 바꾸려다 말았다. 다른 외국인 선수였으면 그냥 바꿨을 것이다. 켈리라서 거기서 한번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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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이 돌았다.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했다. 시즌 초에 교체설을 들었고, 지금도 들었는데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한국에서 보낸 5년 반이란 시간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팬들이 나뿐만 아니라 가족도 친절히 대해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하게도 한번 더 등판 기회를 가져 기분 좋았다"고 덤덤하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켈리는 LG와 함께한 6시즌 통산 163경기에서 73승46패, 989⅓이닝, 753탈삼진,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LG와 함께하는 동안 첫째 딸이 유치원을 다닐 만큼 성장했고, 둘째 아들은 2021년에 태어났다. 당시 켈리는 출산 휴가도 반납하면서 팀을 위해 경기에 나섰다. 경기 외적으로 에이스다운 워크에식을 갖췄던 선수다.

박해민은 "외국인 선수라고 말하기는 조금 그런 것 같다. 그냥 진짜 LG 트윈스의 한 선수, LG 트윈스의 에이스였다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삼성에 있을 때부터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봤지만, 켈리는 정말 실력부터 인성, 어린 선수들을 챙기는 것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빠지는 게 없는 선수였다. 나도 그렇고 (박)동원이도 그렇고 켈리와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지만, 물론 동원이는 배터리를 맞췄지만, 그런 점에 있어서 정말 외국인 선수라기보다는 LG 트윈스의 에이스 투수가 떠난다는 것에 슬펐던 것 같다"고 진심을 이야기했다.

좌완 손주영은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켈리의 고별전이 무산된 아쉬움을 날리는 호투를 펼쳤다. 7이닝 87구 6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하면서 6-3 승리와 LG의 5연승을 이끌었다. 7이닝은 손주영의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이었다.

손주영은 선발 등판을 준비하느라 20일 켈리의 고별전과 고별식이 진행될 때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나는 선발이라 집에 있었는데, 올라온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다. 사실 켈리가 이룬 업적을 보면서 진짜 대단했다고 생각했다. 켈리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켈리는 방출 직전까지도 영건 손주영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손주영은 "얼마 전에 손목 운동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너는 키도 크고, 팔도 길고 진짜 좋은 조건을 갖췄다. 나 너처럼 되고 싶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잘하면 잘될 것이다. 계속 루틴을 가져'라고 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LG는 이제 눈물을 거두고 켈리와 좋은 기억만 간직한 채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새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는 한국에 입국해도 언제 취업 비자가 나올지 몰라 등판 일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에르난데스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팀에 완전히 합류하기 전까지는 이상영이 켈리의 빈자리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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