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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고정관념 싹다 깬 올림픽 혁명"…첫 수상 개회식, 전세계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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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 대미를 장식한 셀린 디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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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100년 만에 다시 열린 올림픽의 개회식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깬 한 편의 드라마였다. 캐나다 퀘백 출신 팝스타 셀린 디온이 피날레를 장식했고, 프랑스의 현역 유도 국가대표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성화 점화를 맡았다. 세 사람 다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으로 프랑스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27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은 스타디움이 아닌 센강에서 열렸다. 사상 최초로 물 위에서 치러진 개회식으로 기록됐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에 이르는 센 강의 6㎞ 구간에서 선수단의 수상·선상 행진이 진행되는 신선한 방식이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된 것이다.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는 흐린 날씨 속에 시작했지만, 개회식은 사건·사고 없이 치러졌다. 우려했던 테러 위협도 없었다. 파리의 야경까지 선보인 이날 개회식은 약 4시간 진행됐다. 센 강 주변 다양한 장소에서 약 30만 명이 몰려들었다. 인파가 모두 센강변으로 몰리면서 파리 시내는 한때 '유령 도시'처럼 한적했다. 많은 도로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바람에 일부 주민은 귀갓길이 막히기도 했다.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등 글로벌 리더들이 개회식에 참석해 7만여 명의 경찰이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다. 걱정했던 테러 위협은 없었다.

이번 개회식의 특징은 여느 대회처럼 선수 입장이 한 번에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대신 다양한 공연 사이에 나눠서 이뤄진 것이 이번 개회식의 가장 큰 특징이다. 선수단 입장과 공연 외에 성화의 여정을 표현한 영상과 퍼포먼스도 중간에 포함됐다. 영상과 실제 상황의 조화도 호평을 받았다. 노트르담 대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파리의 명소가 틈틈이 공연의 배경으로 등장해 재미를 더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풍부한 문화·예술 유산도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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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화려한 레이저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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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과 현대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프랑스의 작가 가스통 르루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물랭루주 공연으로 유명한 '프렌치 캉캉', 유로 댄스 공연이 쉴 틈 없이 연달아 펼쳐졌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다양한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했다. 프랑스 국가는 그랑팔레 지붕 위에서 프랑스 성악가 악셀 생 시렐이 불렀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2020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가수 지지 장메르의 곡 '깃털로 만든 내 것'을 카바레 공연 형식으로 불렀다.

드비이 육교 위에서 다양한 세대 프랑스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여주는 패션쇼가 벌어지는 등 프랑스의 대표적인 키워드인 '패션'도 돋보였다. 이번 대회 메달 케이스는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이 만들었고, 가가와 생 시렐이 입은 것을 비롯해 개회식 의상 상당수는 디올과 루이뷔통에서 제작했다.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공연에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화면에 이어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와 록 밴드 고지라, 파리 관현악단 합창단이 함께 나섰다. 프랑스의 유명 가수인 아야 나카무라는 프랑스 학술원 앞에서 군악대와 함께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올림픽 쇼'를 보는 것 같았다. 선수 입장이 끝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개회 선언이 있었다. 프랑스 축구의 아이콘인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이 등장하는 영상으로 시작된 성화의 여정이 실제 센 강 주변 현장으로 연결됐다. 지단은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성화를 전달하면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롤랑가로스에서 14차례나 우승해 '파리의 남자'로 불린다. 스페인 출신 나달이 파리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건 뜻밖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다. 나달은 이번 올림픽에도 단식과 복식에 모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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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선 리네르(뒤)와 페레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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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은 칼 루이스(육상), 세리나 윌리엄스(테니스·이상 미국), 나디아 코마네치(체조·루마니아) 등 전설적인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보트를 타고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이후 아멜리 모레스모(테니스), 토니 파커(농구), 르노 라빌레니(육상) 등 프랑스 스포츠 스타들이 성화를 봉송했고, 패럴림픽 선수 여러 명이 함께 달려 페레크와 리네르에게 성화를 전달했다.

막판 성화 봉송 때 펼쳐진 에펠탑 레이저 쇼에선 프랑스 일렉트로닉 뮤지션 세론의 '슈퍼네이처'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수어 댄스를 창작한 청각장애인 댄서 샤힘 산체스의 춤이 흥을 더했다. 개회식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는 프랑스의 현역 유도 국가대표 테디 리네르와 은퇴한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가 맡았다.

페레크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육상 여자 400m와 1996년 애틀랜타 200m와 400m 금메달을 따낸 육상 스타다. 리네르는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유도 남자 최중량급(100㎏ 초과급),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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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왼쪽)에게 성화를 전해주는 지단.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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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의 대미를 장식한 건 캐나다 퀘백 출신의 팝스타 셀린 디옹으로, 주요 공연진에 프랑스 국적이 아닌 아티스트가 다수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디옹은 성화 점화 이후 열기구 모양의 성화대가 올라갈 때 20세기 프랑스 최고 가수로 불리는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를 에펠탑에서 불러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디옹은 2022년 12월 희소 질환인 '전신 근육 강직인간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을 앓는 사실을 공개한 뒤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가 1년 7개월 만에 올림픽 개회식을 통해 복귀했다.

옥에 티는 있었다. 우상혁(육상), 김서영(수영)을 기수로 내세운 한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들어올 때 장내 아나운서가 프랑스어와 영어로 모두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개회식 현장에서 뒤늦게 사실을 알게 돼 급히 회의를 열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이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파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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