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일론 머스트 테슬라 최고 경영자부터 미국 CNN 영국 BBC까지.

자고 일어났더니 파리 올림픽 최고 스타가 된 김예지(31, 임실군청)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예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오예진(19, IBK기업은행)과 접전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대뜸 엑스에 한 영상이 올라오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에서 김예지가 사격하는 장면이다.

당시 김예지는 42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최초의 국제대회 1위.

영상에서 김예지는 검은색 모자를 뒤로 쓴 채 마지막 발을 쐈고, 차가운 표정으로 표적지를 확인한 뒤 권총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곧이어 표적지를 다시 한번 바라본 뒤 한숨을 내뱉고 뒤로 돌아섰다. 세계 신기록을 세운 순간인데도 미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채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마치 여전사 같은 모습에 영상을 본 전 세계 엑스 유저가 환호했다. 팔레스타인 국적이라고 밝힌 @TheCartelDel 계정이 게재한 영상엔 조회수가 3400만 명을 돌파했다.

영상을 본 엑스 이용자 중엔 '엑스 소유주'인 머스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머크느기 김예지를 향해 "액션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겉 같다. 빨리 캐스팅해야 한다"고 치켜세우면서 김예지의 이름이 더욱 널리 퍼졌다.

팬들뿐만 아니라 외신 반응도 폭발적이다. 영국 BBC는 SNS에 파리 올림픽에서 김예지가 사격하는 사진과 함께 "한국 권총 사수 김예지는 아마도 올림픽에서 가장 멋진 선수일 것"이라고 주목했다.

미국 CNN는 아예 김예지를 향한 '특집 기사'를 실었다. '인터넷은 한국의 사격 신기록을 수립한 올림픽 선수에게 반해 있다'는 제목 아래 김예지를 "믿기지 않을 만큼 멋진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CNN은 "김예지는 무심하게 세계 기록을 깨고, 최근 인터넷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라며 "김예지의 모자와 안경은 사격경기장에서는 단지 기능적인 장신구일 뿐이지만, 스트릿 패션에 영감을 받은 런웨이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고 치켜세웠다.

다른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에서 역사상 가장 쿨한 아이콘 중 하나로 떠올랐다"라며 "김예지가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은 표적지를 확인하고 조준할 때 나오는 멋이다. 다른 선수들도 김예지처럼 사격 안경을 착용하지만, 김예지는 더 쿨하고 하드코어한 존 윅을 떠오르게 했다"라고 칭찬했다.

또 미국 USA 투데이는 "김예지의 멋진 모습이 SNS상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이게 만드는 안경을 쓰고 있다"며 "김예지는 대회 동안 딸의 코끼리 인형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고 독특한 모습을 주목하기도 했다.

김예지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표적을 바라볼 때면 감정 변화가 크지 않다. 잘 쏴도 들뜨지 않고, 조그마한 실수를 했을 때는 숨 한 번 쉬고 다시 무심하게 표적지를 응시할 뿐이다.

반전 매력도 주목받는다. 총을 잡았을 땐 바늘로 찔러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사격 선수 김예지인데, 딸 아이 엄마로서는 한 없이 부드러워진다.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은메달을 따내고 딸을 향해 "엄마가 조금 유명해진 것 같아"라고 환하게 웃는 장면은 '존 윅'과 완전히 달랐다.

세계의 무대는 다시 사격에 쏠린다. 김예지가 2일 사격 25m 권총 본선과 3일 결선을 앞두고 있다.

2개월 전 사격 월드컵 이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 수립과 함께 우승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 사격은 올림픽에서 '효자 종목'이었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개를 기록할 정도로 강세였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여갑순이 첫 금메달을 선사했고, 2000 시드니 대회에서도 강초현이 은메달로 대국민 스타로 발돋움했다. '권총 황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올림픽에서만 4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던 종목이기도 하다. 주로 대회 초반에 펼쳐지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한국 선수단 금맥에 신호탄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만 3년 전에는 조용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진종오의 금메달을 끝으로 2020 도쿄에서는 금빛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노골드 수모'를 이겨내기 위해 파리를 명예회복의 장으로 삼았다.

그리고 금메달 15개가 걸려 있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28일 공기 권총 10m에서 오예진과 김예지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합작했고 29일엔 반효진이 공기 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중국 황위팅을 0.1점 차로 제치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혼성 더블에서 금지현 박하준 조가 은메달을 따내면서 현재까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로 순항 중이다. 이번 대회 목표치였던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벌써 초과 달성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격 역사상 최고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돌고 있다. 금메달 1개를 추가한다면 런던 올림픽에서 기록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라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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