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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눈물 펑펑' 신유빈 여자단식 4강 쾌거…"후회 없는, 이기는 경기 하고 싶다" [파리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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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파리, 김지수 기자) ​올림픽 메달 딸 때도 울지 않았던 '삐약이' 신유빈이 눈물샘을 터트렸다.

그만큼 힘든 승부였다.

국제탁구연맹(ITTF) 여자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한국 탁구 선수로는 남여 합쳐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계올림픽 단식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 만큼 어려운 일을 20살 여자 탁구 에이스가 해냈다.

신유빈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랭킹 13위 일본의 히라노 미우와 1시간30분에 가까운 사투 끝에 게임 스코어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이겼다.

3게임을 얻고 다시 3게임을 내줬다. 그리고 마지막 게임을 얻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

특히 히라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신유빈에게 패배를 안긴 선수다. 신유빈은 당시 일본전에서 1단식과 4단식을 모두 패했고, 한국도 졌다. 특히 4단식에서 히라노에 지면서 한국의 패배가 확정됐다. 당시 신유빈은 히라노에 패한 뒤 자책감에 눈물을 쏟아냈다. 이번엔 기쁨의 눈물, 설욕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대회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동메달을 합작하며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거머쥔 신유빈은 여자 단식에서 1승만 더 올리면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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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유승민(대한탁구협회 회장)이 남자 단식 금메달, 김경아가 여자 단식 동메달을 따낸 뒤 남여 모두 단식 4강에 오른 적이 없었다. 중국 선수들이 단식에 2명만 출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탁구가 단식 만큼은 준결승에도 오르기 힘들었던 게 현실이었다. 신유빈이 20년 만에 그 벽을 넘었다. 남은 2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생애 두번째 올림픽 시상대에 오른다.

신유빈은 2일 오후 8시30분 세계랭킹 4위 중국의 천멍과 결승행을 다툰다. 천멍은 지금은 랭킹 4위지만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을 모두 우승하고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었던 월드 클래스 선수다. 천멍은 이번 대회 8강에선 세계 23위 오스트리아 소피아 폴카노바를 게임 스코어 4-0(11-5 11-3 11-0 11-8)으로 완파했다. 특히 3게임에선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다만 신유빈과는 한 번 붙어 이긴 것이 전부다. 최근 신유빈의 기량이 물이 오른 만큼 천멍과의 승부가 꼭 어렵다고 할 순 없다. 신유빈은 천멍과 지난 3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싱가포르 스매시 8강에서 한 차례 맞붙어 1-4로 졌다.

신유빈은 이날 히라노를 맞아 1게임부터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냈다. 빠르고 정교한 공격으로 히라노 미우를 흔들어 놨다. 초반부터 일찌감치 점수 차를 벌린 끝에 11-4로 여유 있게 1게임을 챙기고 주도권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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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은 2게임에서도 히라노 미우를 압도했다. 4-6으로 끌려가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새 점수 차를 좁힌 뒤 전세를 뒤집었고 먼저 두 자릿수 득점을 선점했다. 10-7에서 강력한 스매시로 한 점을 더 보태면서 게임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히라노는 3게임에서도 신유빈에게 반격하지 못했다. 신유빈 역시 작은 틈도 보이지 않는 탄탄한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으로 히라노 미우를 몰아붙였다. 히라노 미우의 범실이 속출하면서 신유빈이 10-3까지 여유 있게 점수 차를 벌리고 결국 이겼다.

하지만 히라노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온다며 10분 정도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더니 신유빈의 상승세를 딱 끊은 것이다.

앞선 1~3게임과는 다르게 범실이 줄었고 과감한 공격 시도로 점수를 쌓았다. 신유빈도 몇 차례 실수가 나오면서 4게임은 11-7로 히라노 미우가 가져갔다.

신유빈은 5~6게임에서도 고전했다. 특히 6게임은 매 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접전이 펼쳐졌다. 치열한 공방전으로 한 점씩을 주고받았다. 중반까지 정확히 6-6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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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은 6-8로 리드를 뺏긴 뒤 다시 2점을 만회,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시라노 미우가 다시 한 점을 달아나자 곧바로 9-9 동점을 만들면서 관중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신유빈은 6게임 막판 시라노 미우에게 2점을 내주면서 승부를 끝내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7게임으로 이어졌다.

신유빈 입장에선 3게임을 이기고 4게임을 빼앗겨 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은 선수는 신유빈이었다. 듀스에 접어든 신유빈은 11-11에서 히라노의 두 차례 샷이 네트에 걸리면서 90분 가까운 혈투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신유빈과 히라노 미우는 90분 가까운 혈투가 끝난 뒤 나란히 눈물을 터뜨렸다. 히라노는 패배가 확정된 뒤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울었다. 신유빈은 서서 힘들었던 순간이 떠오르는 듯 역시 울었다. 신유빈은 기쁨의 눈물과 함께 준결승에 올라 메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신유빈은 곧이어 울음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도 눈물이 안 났는데 오늘은 마지막에 '끝났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약간 안도의 눈물이었다"며 "이어지는 준결승도 늘 해왔던 것처럼 잘 먹고 잘 쉬고 상대 분석을 잘해서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유빈은 이날 승리로 이번 대회 여자 단식 4강에 안착, 메달을 향한 도전을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혼합복식에서 임종훈과 호흡을 맞춰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조를 게임 스코어 4-0(11-5 11-7 11-7 14-12)으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가운데 또 한 번 포디움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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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의 상대는 예상대로 세계 최강 중국을 대표해서 나온 천멍이지만 당차게 싸울 작정이다.

신유빈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될 것 같다. 정말 어려운 게임이었는데 마지막에 이길 수 있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가서 나에게도 잘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국 여자 탁구는 아직 하계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결승 무대를 밟았던 선수가 없었다. 여자복식의 경우는 1988 서울 대회에서 양영자-현정화 조가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땄지만 여자단식은 중국 선수들이 워낙 강해 결승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신유빈이 준결승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한국 여자 탁구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신유빈은 "일단 4강에 올라온 게 너무 영광스럽다. 이렇게 올라온 만큼 더 후회 없는 경기,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결승에 가면 좋겠지만 한 경기 한 경기 하다 보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집중력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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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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