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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신유빈 “내가 만난 최고의 감독님”…무명 설움 날린 오광헌 감독도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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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파리올림픽 ◆

16년만에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한국의 세자매 뒤엔 오광헌 감독이 있었다.

오 감독은 10일 동메달 확정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한게 별로 없다. 선수들 운동 열심히 할 환경 만들어주고, 스트레스 안 줬을 뿐”이라며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매일경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승리한 한국의 (왼쪽부터) 신유빈, 이은혜, 전지희, 오광헌 감독이 경기를 마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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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이은혜(이상 대한항공), 전지희(미래에셋증권)로 팀을 꾸린 한국은 10일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에 3-0으로 승리했다.

침체 늪에 빠졌던 한국 여자 탁구는 2022년 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상승세를 거듭했다. 신유빈과 전지희가 2023년 더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복식 은메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그러더니 이번 올림픽에서는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이 종목 메달을 수확했다.

하지만 오 감독은 끝까지 그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오 감독은 “선수들의 메달에 대한 집념이 강했는데, 그게 통했다.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고 신뢰하는 부분에서 너무 잘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감독으로서 부족한 점이 있을 텐데도 선수들이 믿어주고 따라와 줬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오 감독은 선수 시절 ‘무명’에 가까웠다.

은퇴 후에는 서울여상에서 코치로 일하다 1995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지도자 커리어 대부분을 쌓았다.

슈쿠도쿠 대학을 일본 정상으로 이끌면서 주목받았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여자 대표팀 코치 및 주니어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일본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같은 해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 등에 기여했다.

2017년 귀국해 남자 실업팀인 보람할렐루야를 이끌던 오 감독은 ‘한국 여자 탁구를 다시 일으켜달라’던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의 부탁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런데 한국에서 선수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던 그를 두고 많은 탁구인이 ‘뒷말’을 했다.

오 감독은 국가대표팀을 이끌기에는 한국 탁구를 너무 모른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 회장으로부터 이미 신뢰를 잃었다더라’는 소문은 그의 임기 내내 탁구계에 나돌았다.

오 감독은 “뭔가 해보자 하는 의지는 있었지만, (나를 향한 공격 때문에) 많이 서러웠다. ‘난 한국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를 지탱한 건, 주변 사람들의 믿음이었다.

올 초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적이 부진하자 그를 향한 비관론은 더 커졌다.

오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으려 했으나 석은미 대표팀 코치가 ‘올림픽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만 더 참으라’며 그를 붙잡았다고 한다.

이정우 부천시청 감독은 4월부터 오 감독이 원할 때마다 소속 남자 선수들을 훈련 파트너로 파견해줬다.

오 감독은 “이 감독의 전적인 도움이 이번 동메달 획득에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선수들도 그를 믿어줬다.

신유빈은 부산 대회 뒤 슬럼프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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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이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 일본 히라노 미우와의 대결에서 접전 끝에 승리한 뒤 오광헌 감독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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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감독은 신유빈이 5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대회 출전을 위해 브라질로 출국할 때 응원과 당부의 말을 담은 손 편지를 써서 줬다고 한다.

이후 신유빈은 거짓말처럼 다시 상승세를 탔고,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3위 결정전 뒤 신유빈은 “오 감독님은 내가 만나 본 감독님 중 가장 좋으신 분”이라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 아래 선수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게 해 주신다. 내가 이 정도 표현력밖에 없어서 너무나 죄송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오 감독은 무엇보다,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유 회장에게 고맙다고 했다.

오 감독은 “대표팀을 세심하게 지원해준 유 회장 덕분에 동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오 감독님은 진짜 고집이 세신 분인데 난 믿었다”면서 “선수들이 이렇게까지 똘똘 뭉쳐서 하는 건 역대 처음 본 것 같은데, 오 감독님의 리더십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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