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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배드민턴협회장 “안세영 얼마나 한 맺혔으면…의견 전부 검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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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투어 슈퍼 500 코리아오픈 개막 현장서
"구세대 관습 철폐" 강조
"엘리트 체육 인사들이 눈과 귀 가렸다" 주장도
한국일보

2024 파리 올림픽 일정을 마치고 지난 7일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안세영의 작심발언으로 파장이 커지자 선수단보다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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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이 지적한 대표팀 내 불합리한 관습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7일 전남 목포체육관에서 개막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500 코리아오픈 현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전체적으로 구세대의 관습은 없애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 선발, 후원과 계약에 대한 규정을 모두 손봐야 한다”며 “선수가 국가대표 생활을 편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개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국가대표 선발, 후원, 계약 관련 규정은 안세영이 개선을 요구한 것들이다. 안세영은 파리 대회 금메달 획득 직후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언급했다. 현재는 국가대표 은퇴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허용 기준을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는 또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는 현재 국가대표 운영 지침의 불합리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는 ‘(선수는)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 및 경기 용품을 사용하고 협회 요청 시 홍보에 적극 협조한다’고 돼 있다. 또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규정에는 ‘(신인선수 중)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계약기간은 7년으로 한다. 계약금은 7년간 최고 1억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입단 첫해 연봉은 최고 5,0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연봉은 (3년 경과 전까지) 연간 7% 이상을 인상할 수 없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얼마나 (한이) 맺혔다는 것이겠느냐”며 “(협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안세영 선수가 의견을 낸 부분에 대해서 전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종목 단체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들과 전체적인 흐름은 같아야 한다”며 “내가 혼자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등 어디가 됐든 (제도 개선에 대한) 합의점이 나오면 그에 맞춰 개선은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에 대해선 “수십명의 선수들과 코치진을 지도하려면 여러 자질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개인적인 성향이 많지 않았나 싶다”며 “올림픽 출전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운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잘하는 선수들과의 소통도 진짜 원활히 이뤄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협회 임원진의 후원이 전무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협회 정관에 임원에게 분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집어넣으면 해결될 일”이라고 답했다. 외부 후원을 유치하는 노력도 부족했다는 평가엔 “내가 협회에 왔을 때는 (후원사가) 거의 다 정해져 있었다. 이제는 돈을 많이 주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인정했다.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우선 정부 사업으로 셔틀콕을 사들이면서 전체 30%에 달하는 물량을 이면 계약을 통해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후원 물품으로 받은 것인데 당시 변호사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법리 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기념품 제작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직원에게 폭언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큰소리를 친 부분은 잘못했다. 만약 내가 욕을 해서 상처를 입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엘리트 체육 인사들의 방해로 생활체육 출신인 김 회장이 제대로 협회 행정을 펼칠 수 없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엘리트 체육 인사들이) 내 눈과 귀를 가렸다. 이사회를 할 때마다 한 번도 내 의견이 관철된 적이 없었다”며 “결국 '무능한 회장'이 안세영의 말로 인해 선수들의 불편함을 알게 된 격”이라고 토로했다.

안세영의 작심 발언 이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은 내부 파벌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안세영 선수가 말한 것에 대해 무엇을 개선할지 의논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엘리트 체육 출신 인사들은) 지금도 관심 없고 비방만 하고 있다”며 “그러고 다닐 게 아니라 대안을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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