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메달리스트 이다빈 선수가 4일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2024 국제 오픈 버추얼 태권도 대회’ 이벤트 경기에 참석해 진지한 모습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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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국제 오픈 버추얼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두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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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도복 입은 두 명의 태권도 선수가 무대 위로 올라온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겨루기를 펼치는 것이 아니다.
선수 양손과 다리에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 특수효과에 나올법한 센서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머리에는 가상 현실로 들어가는 VR기기를 착용한다. 잠시 후 대형 화면에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들은 선수가 움직이는 대로 발차기와 주먹 공격을 날린다. 마치 유명한 격투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나 ‘철권’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바로 ‘태권도의 미래’로 불리는 버추얼 태권도의 한 장면이다.
버추얼 태권도는 선수 간 직접 접촉 없이도 VR 헤드셋과 모션 트래킹 장치를 이용해 가상 대결을 펼치는 새로운 태권도 종목이다. 선수는 60초 동안 발차기를 구사해 상대편 게이지(막대 형태로 표시되는 측정값)를 먼저 0으로 만드는 선수가 이긴다. 나이, 성별, 신체 조건과 관계없이 대결할 수 있다. 국내에선 아직 낯설지만 버추얼 태권도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주목하는 새로운 스포츠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 e스포츠 위크(OEW)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탁구, 양궁, 사이클, 체스, 요트, 모터스포츠, 사격 등 e스포츠화된 10개 종목 가운데 투기 종목은 태권도가 유일했다.
허공을 향해 발차기하므로 언뜻 보기에는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다. 화면을 통해 나타나는 게임 캐릭터는 그렇지 않다. 선수들은 1분 내내 쉴 새 없이 돌려차기, 뒤후리기 등 고난도 발차기를 해야한다. 경기가 끝나면 당연히 녹초가 된다.
지난 4일 전라북도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2024 국제 오픈 버추얼 태권도 대회에선 한국 여자 태권도 간판스타 이다빈(27·서울시청)도 스페셜매치를 치렀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 이다빈은 이날 세계태권도품새대회 금메달 9개를 보유한 서영애 사범과 이벤트 경기를 했다. 태권도 최고수인 그 역시 버추얼 태권도는 처음 접하는 신세계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이 나쁘진 않은 듯 환하게 웃었다.
이다빈은 “실제 태권도랑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발끝 타격이 아닌 무릎까지 상대에게 닿아야만 데미지를 입힐 수 있어 상대와 거리조절이 가장 어려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다양한 발차기를 사용했는데 그래도 잘 먹혀 매력 있었다”며 “굳이 직접 몸을 부딪치지 않더라도 상대와 격투를 즐길 수 있어 관객들도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다빈의 말처럼 버추얼 태권도는 실제 타격이 이뤄지는게 아니다. 그래서 부상 위험이 훨씬 덜하다. 수준높은 엘리트 선수가 아니더라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MZ세대들에겐 더 친숙하다.
다만 버추얼 태권도가 겨루기, 품새 등과 더불어 태권도의 한 종목으로서 확실히 인정받기 위해선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이날 경기에선 기술적인 문제로 경기가 자주 끊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이 센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화면이 멈추는 일도 여러차례 나왔다.
그래픽 역시 중간중간 캐릭터의 동작이 부자연스럽거나 깨지는 상황이 종종 나왔다. 두 선수의 캐릭터 모습이 같다 보니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지 구별이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은 “이번 대회는 세계태권도연맹 버추얼 태권도 규정이 처음 적용되는 대회다”며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 2025년 e스포츠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자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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