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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데뷔 20년'에도 광활한 윤하의 우주..."씹고 뜯는 해적왕 되기를"[mh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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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에도 마르지 않는 윤하의 호기심이 '태양물고기'로 태어나 세상의 편견을 깬다.

지난 2일 서울 중랑구의 한 카페에서 신보로 돌아온 윤하와 이야기를 나눴다.

윤하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오후 6시 정규 7집 'GROWTH THEORY'를 발매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발매한 6집 'END THEORY' 이후 2년 10개월 만의 컴백이다.

해당 앨범에는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를 비롯해 '맹그로브', '죽음의 나선', '케이프 혼', '은화', '로켓방정식의 저주', '코리올리 힘', '라이프리뷰', '구름의 그림자', '새녘바람'까지 총 10곡이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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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컴백 소감으로 윤하는 "1년 동안 준비한 앨범이다. 제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화려한 앨범이 될 것"이라며 "저한테는 목에 칼이 들어왔다는 느낌으로 공백기가 3년을 넘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 후 활동 끝나자마자 바로 착수한 앨범"이라고 그간의 준비 과정을 풀어냈다.

신보의 출발점은 호주 여행 당시 만난 '맹그로브 나무'로 꼽았다고. 윤하는 "회사 대표님과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번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세계사도 공부하며 여러 관계를 파악해 보면 어떠냐는 제안도 있었는데 되게 예민한 주제라고 생각했다"며 "굳이 현실에 있는 내용으로 판타지 노래를 할 필요가 있나 싶었고, 역사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이어 윤하는 "그렇게 한 자리에서 계속 고민하다 보니 생각이 고여서 호주로 여행을 떠나게 됐다. 은하수를 보기 위해 간 건데 한국인도 거의 가지 않고 경유해서 가야 하는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다 마주친 게 맹그로브 나무인데, 그때 느낀 건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생물의 역사로 풀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서로 예민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도 이입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고, 자연에서 해답을 얻은 것 같았다"는 뒷이야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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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보 타이틀곡 '태양물고기' 영문명은 'sunfish'로, 개복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하는 '태양물고기'를 통해 타인의 평가나 잣대가 아닌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길을 가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녹여냈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복치는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숨을 거둘 정도로 생명력이 짧은 어류로 알려져 있어 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소재로 개복치를 사용한 것에 관해 윤하는 "저도 그런 의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개복치의 영문명이 sunfish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수많은 어종 중 sun이 붙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며 "그런데 알아보니 수명이 길더라. 한국과 일본에서만 그런 밈으로 돌아다니는 친구고, 성체가 된 이후 20년 이상을 산다고 하더라. 마침 20이라는 숫자도 제 데뷔 20주년으로 의미 부여를 하면서 애착이 가기 시작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윤하는 "책도 사서 읽었는데, 수면 위부터 심해 800m까지 왔다 갔다 하는 친구들이더라. 이것처럼 개복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 친구인데, 이게 여러 장르를 찔러보는 저와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동화되기 시작했고 매력이 있었다"며 "개복치에 관한 오해를 바로 잡는 노래를 만든다면 페르소나에 집착하고 남에게 보이는 모습을 신경 스는 사회 속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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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신보 또한 '사건의 지평선'에 이어 직접 작사한 한글 가사로 의미를 더했다.

이에 관해 윤하는 "지금은 K-팝 가수들이 빌보드에서 내로라 하는 뮤지션이 되고 있는 시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역으로 한글 가사를 통해 나의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한글만이 전할 수 있는 특유의 문체로 가사를 쓰고 싶었다"며 "영어 자막을 봐도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리스너에게 베네핏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윤하는 '혜성', '사건의 지평선'을 비롯해 이번 앨범에 수록된 '죽음의 나선', '로켓방정식의 저주', '코리올리 힘' 등 이과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우주 소재의 곡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에 관한 물음에 윤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너무 심심했다. 3인 이상 집합금지일 때는 가족들이 만나도 제가 빠지는 경우가 많았어서 유튜브, 강아지에 의존하는 삶을 살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그러다 하늘을 보고 우주와 별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학창시절에 못했던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다. 사실상 우주 관련 알고리즘이 저를 잠식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하는 "제목은 난해해 보일 수 있지만 여전히 관계,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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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9월 1일 일본 싱글 앨범 '유비키리'로 데뷔한 윤하는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주년에 관해 윤하는 "두 번째 스무 살이다. 20주년이라고만 하면 너무 중견 가수 같고, 스무 살이라고 하면 젊어 보여서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쾌적하더라"라며 "그때 못한 걸 다 생각해 보면 엄청 건강하지도 않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으니 지금 해보자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젊다고 가스라이팅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다만 윤하는 20년을 달려오는 과정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고. 윤하는 "중간에 5~6년 정도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첫 회사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하다가 레이블을 차리고, 마음 맞는 스태프들을 모아 좋은 결과물도 나왔는데 환경적으로 너무 힘들어 와해되듯 찢어졌다"며 "당시에 뭘 해야 하나 너무 고민했고, 그러다가 5년 5개월 만에 5집이 나오면서 조금씩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 5~6년의 시간이 그만둬야 할지를 고민했던 시기였는데, 그때 안 버텼으면 큰일났겠구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윤하는 "속물 같지만 그 시기에 첫 집을 샀었다. 영끌이라 대출은 많았지만 행복했다. 한강뷰가 성공의 상징이라지만 살면서 마음은 힘들었다. 저는 정규 앨범이 5년 밀려있는 상황이고 가수가 노래도 하고 곡도 써야 하는데 작업이 지지부진해 결과물도 안 나오니까 힘들었다"며 "결국 이 아파트는 팬들이 사주신 거니까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려고 노력했고 타일 하나, 문고리 하나도 팬분들이 해줬다는 느낌으로 극복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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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비밀번호 486', '혜성', '기다리다' 등 다수 히트곡을 통해 사랑받았던 윤하지만, 그는 지난 2022년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하며 굴지의 인기를 얻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윤하는 "삶이 윤택해졌다. 역주행 이후 회사에서도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해 주시고, 함께 하는 동료들도 더 많이 믿어준다.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 부담감을 즐겁게 이겨내고 있다"며 "꾸준히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 더 해먹을 수 있겠다 싶다. (웃음) 하지만 판매량이나 매출을 떠나서 저한테는 제가 존재하는 이유가 너무 중요하다. 나만 할 수 있는, 대체할 수 없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하의 근본은 '락'이었던 만큼, 밴드 음악이 강세를 보이는 최근 차트를 본 그의 마음은 어떨까.

개척자 정신으로 락의 길을 걸어왔다는 윤하는 "전에는 댄스 아니면 발라드여서 락 가수라고 하면 인디 느낌이 강한 서브 컬처 느낌이었다. 그리고 락 음악이 잘 안 팔리고, 사람들이 기피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때 저는 왜?라고 생각하면서 속상했던 때도 많다"며 "락 음악은 항상 하고 싶었고 제 영혼의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에는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고 씌워진 프레임이 있는 건지 좋아하는 분이 많이 계시지도 않았던 것 같다. 요즘에는 락 음악 자체가 유순해지고, 이것은 유해 물질이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가 된 것 같다. 시대가 저를 많이 도와준 것 같아 이제 꿈을 펼칠 시대가 되지 않았나"라는 바람을 밝혔다.

끝으로 이번 앨범은 정주행 욕심이 없냐는 물음에 윤하는 "되면 너무 좋겠지만 이미 너무 만족스럽다. 그리고 순위보다는 리뷰에 집착하는 편이라 리스너들이 씹고 뜯고 맛보시면서 이런 저런 해석을 하시면 좋겠다"며 "댓글을 보니 나는 해적왕이라고 하길래 성공했구나 싶었다.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선장이 된 것처럼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는데, 해적왕의 마음으로 출근하신다면 만족할 것 같다"고 독특한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윤하는 지난 1일 정규 7집 'GROWTH THEORY'를 발매하며 컴백했다.

사진=C9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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