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첫 패럴림픽 무대였던 도쿄대회서 노골드
파리 대회 앞두고 각종 부상으로 시름…마지막 출전 종목서 화려한 '피날레'
환호하는 김영건 |
(파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휠체어 탁구 국가대표 김영건(광주광역시청)은 장애인 탁구의 간판이다.
그는 만 13세였던 1997년 척수에 염증이 발생해 신경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척수염을 앓았고, 더는 일어서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장애인이 된 김영건은 탁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만 16세 때 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문창주 코치의 제의로 탁구를 배웠고,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첫 패럴림픽에 나선 2004 아테네 패럴림픽 탁구 개인 단식과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깜짝 2관왕'에 등극,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도 개인 단식에서 금메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선 남자 단체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기뻐하는 김영건 |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선 단식과 단체전 모두 은메달을 땄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김영건에겐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2021년 1월에 결혼한 김영건은 아내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쿄 대회 준비로 신혼 생활 내내 합숙 훈련을 했던 김영건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3년을 기다린 김영건은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다시 아내에게 금메달을 선물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김영건은 '환상의 콤비' 김정길(광주광역시청)과 함께 출전한 남자복식(스포츠등급 MD8) 8강에서 복병 튀르키예 팀에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아쉬움을 삼킨 김영건은 단식에 몰두했고,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MS4) 결승에서 세계 1위 완차이 차이웃(태국)을 세트 점수 3-2(6-11 11-9 11-7 9-11 11-5)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차이웃은 4강에서 김정길을 꺾고 올라온 선수라서 더욱 뜻깊었다.
아울러 김영건은 결혼 후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결승을 앞두고 아내가 통화에서 '지금도 자랑스럽고 져도 멋있으니까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묻는 말에 "아내가 매우 보고 싶다. 그냥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금메달 거머쥔 김영건 |
사실 김영건이 금메달을 따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지난 4월 어깨 탈구 증상에 시달렸고, 무리하게 운동하다가 장 파열로 고생하기도 했다.
김영건은 "당시 수혈까지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과 의무팀, 과학지원팀 등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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