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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홍명보 품에서 울던 SON, 10년 뒤 홍명보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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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오만전 1골 2도움 맹활약

손흥민(32·토트넘)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 막내였다. 당시 22세. 조별 리그 3차전에서 0대1로 패하며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노랗게 머리를 물들인 그는 펑펑 울며 아쉬워했다. 패장이었던 홍명보(당시 45세) 감독이 그런 손흥민을 품에 안고 다독이며 위로해줬다. 그리고 10년 뒤. ‘캡틴’ 손흥민이 지도자 인생 최대 위기에 처했던 홍 감독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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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1일(한국 시각)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차전 원정 경기 오만전에서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올린 뒤 뛰어가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골 2도움으로 3대1 승리를 이끌며 홍명보호에 첫 승을 안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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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한국 시각)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2차전에서 FIFA 랭킹 23위 한국은 76위 오만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10분 손흥민 패스를 받은 황희찬(28·울버햄프턴)이 낮게 깔린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찌르며 앞서갔지만, 전반 추가 시간 상대 프리킥이 정승현(30·알와슬) 머리를 맞고 자책골이 되며 1-1 동점을 이뤘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흐름을 가져오지 못하며 수세에 몰렸다.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 1차전(0대0 무승부)에서 국내 팬들 야유를 수차례 받은 홍 감독. 이날 오만전까지 비긴다면 자연스레 조기 경질 여론에 휩싸일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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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이 끝나고 홍명보 감독이 손흥민을 위로하는 모습.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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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은 막판까지 팽팽하게 맞섰지만 결정적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한국엔 손흥민이 있었고, 오만엔 손흥민이 없었다. 후반 37분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상대 압박을 이겨내고 공을 건네주자 손흥민은 몸을 돌리면서 절묘하게 상대 수비를 제쳐낸 뒤 왼발로 감아찼다. 이 공이 골문 왼쪽 구석으로 휘어 들어갔다. 오만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미치지 못했다. A매치 49호 골. 한국 대표 최다 골 역대 2위(황선홍 대전 감독·50골)에 한 골 차로 따라붙은 순간이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에도 손흥민이 내준 공을 주민규(34·울산)가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아내가 출산을 앞둔 주민규는 유니폼 속에 공을 넣고 손가락을 빠는 ‘엄지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3대1 진땀승을 거둔 홍명보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1골 2도움으로 승리를 이끈 손흥민을 덥석 안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손흥민은 “첫출발은 깔끔하지 않았으나 원정에서 어려운 경기를 이겨 팀은 더 단단해졌다”며 “매번 인생 최고 경기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요르단이 팔레스타인을 3대1로 꺾고,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0대0으로 비기면서 B조는 혼전 양상이다. 요르단(4득점 2실점)과 한국(3득점 1실점), 이라크(1득점)가 1승 1무를 나란히 거둔 가운데 골득실과 다득점을 따져 요르단이 1위, 한국이 2위, 이라크가 3위다. B조 6팀 중 조 1~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데 한국으로선 내달 요르단(원정)·이라크(홈) 2연전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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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홍명보호는 출항 두 경기 만에 첫 승전고를 울리긴 했지만, B조에서 약체로 꼽히는 오만을 맞아 득점 이후 주도권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특히 초반 밀집 수비를 하던 오만이 앞으로 치고 나오자 공격적으로 나섰던 한국 풀백 측면 뒷공간이 지속적으로 뚫리는 등 전술 대처가 늦으면서 오랜 시간 흐름을 빼앗겼다. 이날 득점도 조직적인 전술보다는 손흥민과 이강인 등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만들어낸 골이었다.

이번 1~2차전에선 전체적으로 새 얼굴보다는 기존 선수를 활용했는데 그래도 오른쪽 풀백 황문기(28·강원)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팔레스타인전 선발에 이어 이날 교체로 투입된 황문기는 활발한 공격 가담과 뛰어난 기동력으로 대표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측면 수비 자원이 귀한 대표팀으로선 황문기가 오른쪽에서 자리를 잘 잡으면 설영우가 자신이 선호하는 왼쪽 풀백으로 뛸 수 있어 전술적으로 선택 폭이 넓어진다.

C조 일본은 바레인 원정에서 5대0 대승을 거뒀다. 지난 5일 중국과 경기에서 거둔 7대0 승리에 이어 또다시 골 폭죽을 터뜨렸다. 2경기 12골 무실점으로 C조 선두를 질주했다. 중국은 한 명이 퇴장당한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2로 패하며 2패로 C조 최하위로 처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전 1대1 무승부에 이어 이날 호주와도 0대0으로 비기며 2무로 선전을 이어갔다. A조 북한은 카타르와 2대2로 비기며 1무 1패로 4위. A조에선 우즈베키스탄이 2승으로 1위를 달린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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