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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곪았던 발, 곪았던 마음…안세영이 쏘아 올린 공, 김택규 회장 “신발 강제 규정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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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안세영이 배드민턴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의 신발을 신고 경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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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넥스를 신으면 물집이 잡히고, 아식스를 신으면 물집이 안 잡힙니까.”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를 보고 있던 한 관계자는 혀를 찼다. 문제의 본질을 살피지 않고, 그저 호통치고 변명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이날 문체위 현안 질의에는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질의에 나선 문체위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발바닥 물집 사진을 공개하면서 “(후원사) 브랜드 신발을 신을 때 나타났던 현상이다. 규정 때문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어른들의 한심한 처신이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두 장의 사진 속에는 안세영이 플레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와 함께 그가 신고 있는 신발에 각각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가 돼 있었고, 브랜드는 아식스와 요넥스였다. 배드민턴협회는 유니폼을 비롯해 라켓, 신발은 후원사의 용품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올림픽·아시안게임 44개의 종목 가운데 배드민턴과 복싱뿐이다. 김 회장은 “(규정은) 내가 개인적으로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0~40년 동안 이어져 온 규정이다. 후원사와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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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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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언에 민 의원은 “협회장을 왜 하시느냐. 이런 것 바꾸려고 협회장 하는 게 아닌가. 국가대표 선수가 신발이 안 맞아서 불편을 호소하고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호소를 하는데, 이런 것들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침했다. 결국 김 회장은 “바꾸겠다”고 답했다.

다만 이 장면은 지켜본 관계자는 질의한 민 의원도, 이에 바꾸겠다고 답변한 김 회장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달았다. 이 관계자는 “결국 돈이다. 협회 예산을 채우기 위해서는 후원사 계약이 필수다. 신발이나 라켓 등을 자유롭게 풀어주면 그만큼 스폰서에서 지급되는 금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김 회장이 이에 대한 복안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선수들이 용품이나 신발의 경우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 맞지만, 당장 예산이 줄어드는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문체위 소속 국회의원이라면 그런 부분도 함께 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부분도 모르고 배드민턴 대표팀 전체 의사가 아닌 안세영 선수의 발언만으로 협회 규정을 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김 회장의 ‘페이백’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회장은 후원사로부터 페이백을 통해 1억원 어치의 장비를 절차 없이 사용해 횡령 및 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3일 협회는 “명확한 근거 없이 한 개인을 횡령, 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확한 명예훼손으로 향후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아울러 협회 내부에서는 김택규 회장에 대한 사퇴를 두고 성명서를 내는 등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제대로 배분했다”고 선을 그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차윤숙 협회 이사는 김 회장의 의견에 반박했다. 차 이사는 “회장님의 페이백 논란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사가 알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신고한 적도 있다”며 “협회의 집행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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