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도 사람이다. 손흥민의 말처럼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지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온다.
손흥민이 쓰러졌다.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라바흐FK(아제르바이잔)과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스테이지 1라운드에 선발 출격한 손흥민은 후반 23분경 전매특허 오른발 강슛을 시도해 도미니크 솔란케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한 뒤 다리를 붙잡고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았다.
손흥민은 자신이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하기 힘들다는 걸 직감했다. 곧바로 토트넘 벤치에 교체 요청 신호를 보냈고, 주장 완장을 풀었다. 결국 손흥민은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교체되어 71분 만에 경기를 마쳤다.
다행히 손흥민은 제 발로 뚜벅뚜벅 걸어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손흥민이 다리에 불편함을 느낀 모습이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큰 부상은 아닌 듯했다.
경기 후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피로가 쌓였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현지 언론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아직 메디컬 팀과 (손흥민의 부상에 대해) 추가적인 이야기를 더 나누지는 않았지만, 손흥민은 조금 피로한 것 같다고 말했다"며 손흥민이 주저앉은 이유가 피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하루 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최근 축구계에 던져진 화두인 선수들의 혹사 논란에 대해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라며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한 손흥민은 공교롭게도 기자회견 직후 치른 경기에서 피로 누적으로 인한 부상 때문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게 손흥민은 현재 프리미어리그(PL)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에서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손흥민은 소속팀인 토트넘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각종 억지 비판에 시달리고 있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주요 경기 때마다 손흥민을 선발 명단에서 절대 제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갖고 있는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손흥민은 온갖 경기에 전부 출전해야 한다. 심지어 손흥민은 코번트리 시티(2부리그)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경기에서도 팀이 끌려가자 교체 투입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비교적 변방 리그의 팀으로 평가받는 카라바흐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해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선발 투입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을 힘들게 하는 건 시즌 중간중간 있는 국가대표팀 경기 일정이다. 손흥민은 현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서 한국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최종 예선에 참가하고 있다.
당장 이달 중순에도 영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경기를 치르고, 이후 오만으로 이동해 또다시 풀타임을 소화하는 강행군 일정을 보냈다. A매치 휴식기가 끝나고 돌아온 뒤에도 일주일 동안 세 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이다. 일반 수준의 체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미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지만, 손흥민은 국가대표팀 선발 자체가 영광이라는 말을 하면서 꿋꿋하게 버텼다.
손흥민도 이제 32세다. 손흥민 본인뿐만 아니라 구단과 대표팀 차원에서도 손흥민을 관리해야 오랫동안 손흥민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손흥민이 빠지면 경기력이 크게 흔들리기 때문에 손흥민을 쉽게 빼기 힘든 감독들의 입장도 이해는 가나, 더욱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선수 관리 없이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팬들은 손흥민의 기량이 크게 꺾이는 모습을 또다시 볼 가능성도 존재한다. 손흥민은 이미 지난 시즌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체력적 문제를 겪으면서 기량 저하를 보인 바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시 영국 유명 일간지 '가디언'조차 손흥민과 김민재 등 해외 빅클럽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들이 아시안컵에 다녀온 이후 겪은 체력적 문제가 기량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손흥민은 2023-24시즌 전반기에 몰아친 반면 후반기에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손흥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손흥민은 카라바흐와의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경기 일정이 너무 많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멀다. 선수들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데 경기가 많아서 회복하기가 힘들다"면서 "선수들은 때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부상 위험이 너무 커진다"고 목소리를 냈다.
현재 분위기로는 손흥민의 부상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당장 다가오는 10월 일정을 생각하면 관리가 필요한 건 분명하다.
토트넘은 당장 사흘 뒤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을 떠난다. 이후 다시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2라운드 일정과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일정이 토트넘을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이 이 경기에 모두 출전할 경우 10월 10일과 15일 열리는 요르단, 이라크와의 북중미 월드컵 최종 예선 때까지 또다시 강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지금 시점에 손흥민의 체력 관리를 해주지 못한다면 토트넘의 이번 시즌 성적도 장담할 수 없다. 우승을 외치면서 시즌을 시작한 만큼 토트넘은 에이스를 철저하게 관리해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