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수다] 2025 KBO 신인 드래프트 리뷰 - 달라진 것과 사라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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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지난 11일 2025년 프로에 입성할 선수들을 뽑는 KBO 신인 드래프트가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의 선택을 받은 덕수고 좌완투수 정현우 선수를 필두로 110명의 신인 선수가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드래프트는 프로야구 생태계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수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드래프트에서 얼마나 좋은 선수를 잘 뽑는지가 십년지대계를 결정합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프로야구'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드래프트는 단순한 '입시' 그 이상의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이런 중요성들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드래프트를 통해서 현재 야구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었을까요?
202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2순위로 지명된 정현우(좌)-정우주(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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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라진 리틀-유소년 야구 시스템의 위상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아마추어 야구의 기반은 '학교'였습니다. 학생 선수가 초등학교 야구부를 시작으로 중학교 야구부에 진학하고, 이후 고등학교와 대학교 야구부를 거쳐 프로에 입성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야구를 할 수 있는 '리틀 야구' 시스템이 등장하며 이 오랜 패턴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엘리트'의 길을 걸어야 하는 학교 시스템과 달리 취미로 야구를 시작할 수 있고,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부담마저 덜 수 있는 리틀 야구단이 초등학교 야구부를 대체하게 된 겁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야구 클럽' 형태 시스템인 유소년 야구단까지 저변을 넓힌 것 역시 결정적이었습니다.
2014년 KBO 신인 드래프트 당시 전체 드래프티(드래프트에 뽑힌 선수)의 84%가 초등학교 야구부를 통해 야구를 시작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그 비율이 42%까지 줄었습니다. 2014년 15명(13%), 2015년 9명(8%)에 불과했던 리틀 야구단 출신은 올해 56명(51%)으로 늘었고, 유소년 야구단 출신도 8명(7%)이나 뽑혀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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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초등학교 야구부가 그 존재 의미를 당장 잃어버린 것을 아닙니다. 2025 드래프티의 경우 리틀 야구를 통해 처음 야구를 접한 56명의 선수 중 12명이 초등학교 야구부로 전학해 본격적으로 엘리트 야구에 입문했기 때문입니다. 리틀 야구단의 '선수반'이 하는 기능 일부를 초등학교 야구부가 나눠맡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취미 야구'의 저변 확대와 저출산의 여파에까지 본격적으로 노출된 초등학교 야구부가 언제까지 현재의 존재 가치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2. 잠수함 투수의 실종
이강철부터 임창용, 박종훈과 고영표까지. KBO리그에는 항상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 명맥이 얼마 안 가 끊어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투수가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투수는 60명. 그중 잠수함 투수는 9라운드 82번으로 한화의 선택을 받은 인창고의 엄요셉 한 명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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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투수 실종'의 원인을 지금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섣부를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가 고교야구판에 아예 보이질 않게 됐다며, 프로야구와 고교야구에 모두 도입된 ABS 자동판정 시스템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한 고교 감독은 "앞으로 몇 년은 ABS 시스템이 잠수함 투수에게 주는 악영향이 있는지 면밀히 체크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제하면서도 "어린 야구 유망주들 사이에서 잠수함 투수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생긴 건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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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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