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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쿠에바스, 오늘만 나 믿어봐"…포수+주축 타자 '장성우'가 승리를 이끈 방법 [WC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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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KT 위즈 장성우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결승타를 장식했다. 주축 타자이자 주전 포수로서 제 몫을 완벽히 해냈다. 팀의 4-0 완승에 기여했다.

우선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에게 최고의 조력자가 돼줬다. 쿠에바스는 9월 4경기 16⅓이닝서 1승1패 평균자책점 7.16으로 고전했다. 올해 두산전 성적 역시 3경기 14이닝 1승2패 평균자책점 5.79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장성우는 쿠에바스가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뽐낼 수 있도록 도왔다. 덕분에 쿠에바스는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103개로 호투했다. 선발승을 챙겼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경기 후 만난 장성우는 "(이강철) 감독님도 나도 경기 전 쿠에바스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시즌 초반 구위가 정말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흔들렸다"며 "시즌 도중 선발진에 부상자들이 생기면서 쿠에바스가 혼자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못하고 계속 던져야 했다. 그래서 후반기엔 조금 안 좋았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장성우는 "나와 감독님 모두 쿠에바스가 혼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쿠에바스에게 '모든 걸 다 하려 하니 네가 조금 힘든 듯하다. 이번엔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사인을 내겠다'고 했다"며 "원래 쿠에바스는 피치컴을 착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엔 피치컴을 차고 내가 사인 주는 대로 던져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난 뒤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경기 중 나를 마운드로 부르라고 했다. 원하는 대로 바꿔주겠다고 말했다"며 "실점하지 않고 계속 이닝을 거듭하다 보니 이번엔 거의 내 사인대로 투구하게 됐다. 더불어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 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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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쿠에바스는 커터(45개)와 패스트볼(28개), 슬라이더(26개), 체인지업(3개), 커브(1개)를 구사했다. 평소보다 커터의 비중을 높였다. 장성우는 "쿠에바스는 모든 구종이 좋지만 내가 봤을 땐 커터가 제일 좋다. 그래서 많이 썼다"며 "올해 우리 팀이 두산에 약했는데(4승12패), 이번엔 커터를 많이 던져서인지 두산 타자들이 평소보다 덜 공격적이라 느꼈다. 두산이 패스트볼을 잘 쳐 커터를 더 구사한 것이 통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장성우는 "커터로 스트라이크존을 가장 많이 공략했다. 6회말 2사 1, 3루에서 양석환을 삼진으로 잡을 때도 내가 일어나서 커터를 볼로 유도했다"고 돌아봤다. 해당 상황서 쿠에바스는 양석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포효했다.

'3번 타자' 장성우도 훌륭했다. 장성우는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서 타율 0.353(34타수 12안타) 4홈런 16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번 와일드카드 1차전서도 1회초 빅이닝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김민혁의 볼넷, 멜 로하스 주니어의 좌전 안타로 무사 1, 2루. 장성우는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트렸고 팀에 1-0 선취점을 안겼다. 이 한 방이 결승타로 이어졌다.

후속 강백호와 오재일의 1타점 우전 적시타로 점수는 3-0. 오윤석의 희생번트, 황재균의 루킹 삼진 후 배정대가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쳐 4-0을 만들었다. 그렇게 승기를 가져왔다.

장성우는 "내 앞에서 (김)민혁이와 로하스가 너무 잘해주고 있다. 덕분에 내게 찬스가 많이 온다"며 "1회에 주자 1, 2루가 됐는데 사실 난 그런 상황에서 감독님이 사인을 주시지 않아도 번트를 대곤 한다. 특히 이런 큰 경기에선 선취점이 정말 중요하다. 후속 타자인 (강)백호의 타격감이 좋아 번트를 대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 타석에서 (두산 선발투수) 곽빈 선수의 공을 보는데 너무 좋더라. 전광판에 구속이 156km/h까지 찍혔다. 번트를 대기 쉽지 않을 듯했다"며 "차라리 그냥 쳐야 점수를 낼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패스트볼이 무척 좋았는데 하나도 안 던지더라. 슬라이더, 커브, 커브가 들어온 뒤 슬라이더에 안타를 쳤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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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우는 "볼카운트 0-2가 된 후 '큰일 났다' 싶었다. 삼진만은 안 된다고 다짐했다. 만약 1사 1, 2루가 되면 다음 타자는 무척 부담스럽다"며 "병살 가능성도 있어 어떻게든 앞 타자가 주자들을 진루시켜줘야 한다. 무조건 공을 맞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실투가 와 안타가 됐다. 사실 나도 어떻게 쳤는지 잘 모르겠다"고 미소 지었다.

올해 곽빈은 KT전 6경기에 나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1로 맹위를 떨쳤다. 시즌 15승 중 5승을 KT전서 챙길 정도로 강했다. 그러나 이번엔 1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장성우는 "오히려 우리는 부담스러울 게 없었다. 유한준 타격코치님께서 '못 치는 거 어떻게 하겠냐. 공이 좋은 걸 어떡하냐. 그냥 공 놓치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쳐라'라고 말해주셨다"며 "민혁이의 볼넷으로 이닝이 시작됐고, 백호도 내야수들이 뒤로 간 것을 보고 2루 땅볼을 치려다 안타를 쳤다. (배)정대까지 적시타를 쳐준 덕에 기선 제압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KT는 '0%의 기적'에 도전한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후 정규시즌 5위 팀이 4위 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일 SSG 랜더스와 KBO리그 사상 최초 5위 결정전을 치러 승리한 뒤 와일드카드 1차전까지 챙긴 KT는 새 역사를 노린다. 3일 열리는 2차전까지 차지하면 최초로 업셋을 이룰 수 있다.

장성우는 "우리 팀은 힘든 경기도 많이 해봤고,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2패 후 3승으로 리버스 스윕도 달성해 봤다. 올해까지 5년 동안 정규시즌 1위부터 5위까지 다 해보기도 했다"며 "(박)영현이, (손)동현이 등 투수들이 정규시즌 때보다 훨씬 좋은 공을 던지는 걸 보니 확실히 다들 큰 경기 경험이 많아 빅게임에서 강한 듯하다. 후배들은 전혀 걱정 없다. 기적을 한번 써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시즌 막바지부터 한 경기도 지면 안 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고 있다. 여기까지 왔으니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성우는 보다 긴 가을을 소망한다.

사진=잠실, 김한준 최원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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