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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이승엽 나가” 18이닝 무득점 굴욕 탈락에 두산 팬도 등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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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나가”

2024 KBO리그 정규시즌 4위 팀 두산 베어스가 5위 팀 KT 위즈에게 사상 첫 업셋을 허용한 이후 홍역을 앓고 있다. 경기 직후 200여명의 팬들은 잠실구장 앞에 모여 약 2시간 동안 이승엽 두산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등 성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두산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의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서 단 3안타에 그친 빈공 끝에 0-1로 패했다. 앞서 전날 1차전서도 두산은 0-4로 패하면서 전적 1승으로 유리한 위치서 시작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시리즈 2연패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매일경제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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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팀이 5위 팀에게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내주고 준PO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역대 최초다.

KT가 이번 시리즈 승리로 준PO에 진출하기 전까지 9차례의 WC에선 모두 5위 팀이 무릎을 꿇었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 이후 9년 연속 4위 팀이 모두 5위 팀을 꺾었다. 시리즈 전적 1패를 안고 시작하는 5위 팀이 4위 팀을 시리즈서 최종 승리한 적은 올해 전까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두산이 10년만에 최초의 불명예 팀이 된 것이다.

특히 KT는 1,2차전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투수력을 통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22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세우는 무결점의 경기록으로 준PO에 올랐다. 반대로 두산은 18이닝 연속 무득점이란 와일드카드 시리즈 신기록의 불명예 기록을 추가하면서 가을야구 여정을 마치게 됐다.

경기 종료 후 성난 함성이 쏟아졌다. 잠실구장 주출입구 인근과 관계자 전용 주차장 등 인근에는 200여명의 팬들(추산)이 운집했다. 이들은 ‘이승엽 나가’와 ‘사과 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는 미디어의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된 인터뷰실까지 고스란히 들릴 정도였다. KT위즈의 수훈선수 인터뷰가 진행될 때도 해당 구호가 계속 울려 진행이 어려웠을 수준이었다. 취재진과 선수간에 여러 차례 질문을 다시 주고 받는 촌극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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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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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운집한 팬들은 이승엽 감독의 현역 선수 시절 소속팀이었던 삼성의 응원가를 제창하거나 ‘삼성으로 돌아가라’며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온라인 팬심도 들끓었다. 2연패로 사상 첫 업셋을 내준 굴욕을 당한 결과만큼이나 내용도 무기력했다는 게 팬들의 주요 불만이다. 1,2차전서 두산이 1개의 볼넷도 얻어내지 못한 경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1차전서는 KT보다 1개 더 많은 7안타를 치고 무득점에 그치고 2차전서는 아예 3안타로 꽁꽁 틀어막힌 과정도 굴욕적이란 반응이 다수 보였다.

사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을 통해 이같은 불만이 야구계에선 흔치 않은 팬들의 야구장 앞 단체 행동이란 모습을 통해 수면위로 드러났을 뿐 이전부터 조짐은 심상치 않았다. 두산이 올 시즌 한때 2위에 올라 1위를 위협하는 위치에 있기도 했지만 이후 무기력한 모습을 통해 가까스로 4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팬들의 시즌 후반기 불만이 컸던 게 사실이다. 특히 두산이 막바지 상위권 순위 싸움을 펼쳤던 삼성을 상대로 올 시즌 4승 12패의 절대 약세를 보였다는 점도 팬들이 이승엽 감독을 꾸준히 비판했던 지점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 감독 또한 2시즌 연속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지만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NC전 9-14)에 이어 올해도 2연패로 KT에 무릎을 꿇게 되면서 가을야구 3연패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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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양의지. 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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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과정만 놓고 본다면 PS 3연패의 과정에서 이 감독의 개인적인 실책이나 패착이 크게 부각된 것은 아니다.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시리즈를 앞두고도 두산의 공수 전력의 핵심 전력인 양의지가 쇄골 부상 이후 통증으로 공격에서 한 차례도 타석에 들어서지 못하기도 했다. 양의지는 대수비로만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출전했다.

양석환, 김재환, 제러드 영 등의 중심 타자들도 결정적인 순간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아예 점수를 내지 못하는 경기서 벤치에도 활용할만한 유용한 자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반면에 투수들은 대부분 제 몫을 해줬다. 1차전 선발 등판해 1이닝 동안 4실점을 한 곽빈을 제외하면 두산 투수진 전원이 나머지 17이닝을 단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2차전서 이병헌이 내준 1실점이 유일한 추가 실점이었는데 그게 2차전의 결승점이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곽빈이 선발 마운드에 올랐던 게 유일한 패착이 된 것인데, 토종 에이스인 곽빈을 기용한 것을 이 감독의 잘못된 선택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결국엔 패배에 따른 결과론인 셈인데, 시즌 내내 불만이 누적된 팬들은 그 사정 또한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결국 프로이기에 반드시 결과를 내야했던 사실이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패자가 된 상황에서 이 감독 또한 쓰린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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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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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인터뷰서 이승엽 감독은 “2패로 올해 야구를 이렇게 마감하게 되어서 마음이 아프다. 2경기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것이 컸다. 결국 야구는 홈플레이트를 통과해서 득점을 올려야 하는 것인데,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 같다”며 이번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총평했다.

타선 부진 등 패배 이상으로 아쉬움을 발견한 결과다. 개선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 감독은 “잘 치고 잘 달리는 것과 함께 찬스가 왔을 때 놓치지 않는 응집력이 중요한데 삼진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고 세밀한 야구를 하지 못했다. 우리가 사사구 또한 얻지 못했다”면서 “올해 정규시즌엔 장타로 효과를 봤는데 PS에선 또 장타가 나오지 않으면서 힘든 경기를 치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내년을 위해서 공격적인 야구와 세밀한 야구 등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는 거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 “올해 김재환, 김재호, 양석환, 정수빈 등 베테랑 위주의 경기를 했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아직은 그들을 넘어서지 못한 것 같다.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 차이도 많이 났다. 그 선수들 간에 격차를 줄여야 강팀이 될 수 있다. 여러 생각이 많이 드는 시즌이었다”고 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너무나 죄송하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직업이지만 항상 야구장에 오는 것이 즐거웠다”면서 “노력하는 선수들이 열심히 뛸 수 있게 감독이 많이 도와줬어야 하는데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2월 1일부터 10월까지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했다. 아직은 내가 부족한 것 같다. 선수들은 정말 고생많았다.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거듭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팬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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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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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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