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연재] OSEN 'Oh!쎈 초점'

'불법도박' 이진호, 제작진도 별렀나..예능 빙자한 '인성폭로'[Oh!쎈 초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OSEN=박준형 기자]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파티움에서 진행되는 제5회 대한민국 예술문화인대상 앞선 포토월에 개그맨 이진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soul1014@osen.co.kr


[OSEN=김나연 기자]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언행이 인성논란으로 번지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현장 분위기조차 싸늘했을 정도로 문제 소지가 있는 모습이 편집없이 방송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이에 일각에서는 편집을 하지 않은 제작진들을 비판하는 반면, "오죽했으면"이라는 반응도 뒤따랐다.

지난 7일, KBS2 '1박 2일' 멤버들에 대한 비매너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육각형 남자가 되자' 특집의 일환으로 매너 테스트가 진행됐고, 두 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하는 막내 여성 작가를 본 멤버들의 반응을 몰래 살폈다. 이 과정에 문세윤을 제외한 김종민, 딘딘, 유선호, 조세호, 이준이 작가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김종민은 작가의 짐을 보고도 "수박 누구 거야?"라고 물을 뿐이었고, 유선호는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걷던 중 "지금 들어주기에는 너무 늦었죠?"라며 자리를 떴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테스트 이후 반응이었다. 뒤늦게 매너 테스트였다는 걸 알게 된 김종민은 "본인건데 괜히 들어준다고 하면 조금 그럴까봐"라고 오지랖을 고민했고, 딘딘은 "존중을 했다. 눈을 보고 얘기하느라 수박을 못 봤다"고 해명했다. 유선호도 "무겁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거의 다 왔더라"라고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조세호는 휴대전화를 보느라 작가를 못 보고 지나간 탓에 이 상황 자체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준 역시 "작가님을 본 적이 없다"면서도 "봤어도 안 들어줬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힘들게 들고 있으면 도와줬을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데 도와주는 게 오지랖 같다"고 억울해 했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저 재미로 한 테스트일지 몰라도 출연진들의 인성이 도마위에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억울함 가득한 이준의 해명 당시 유선호를 제외하고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듯한 다른 멤버들의 모습과, 딱딱하게 굳어있는 제작진들의 표정이 화면에 포착되면서 더욱 빈축을 샀다.

출연진들의 행동과 더불어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을 고스란히 편집없이 방송에 내보낸 제작진을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이 될 수 있음을 예상 가능함에도 시대 착오적인 포맷으로 출연진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오히려 이런 문제 행동을 고발하기 위해 일부러 방송에 내보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이어졌다. 이준의 발언에 "충격적이지 않다"고 했던 김종민의 반응과 더불어 영상에 담긴 것만으로도 평소 스태프들을 대하는 태도가 어떨지 예상이 간다는 것. 이에 출연진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일환으로 이런 테스트를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다만 이와 관련해 '1박 2일' 측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문제의 클립 영상을 삭제 조치했다.

OSEN

'1박 2일'과 더불어 JTBC '아는 형님'에서 나온 이진호의 부적절한 발언도 덩달아 논란이 됐다. 지난달 28일 방송에서 비춰진 이진호의 무례한 태도가 뒤늦게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문제가 된 것. 당시 방송에는 드라마 '조립식 가족'의 주연 배우 최원영, 최무성, 정채연, 황인엽, 배현성이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게스트들이 자신에 대한 퀴즈를 내는 '나를 맞혀봐' 코너가 진행됐다.

이때 배현성은 "내가 고등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아직도 잊지 못할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실수일까"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이진호는 "혹시 '우리들의 블루스' 그 내용?"이라고 말했고, '아는 형님' 출연진들은 일제히 이해하지 못한 듯 "무슨 얘기냐"며 웅성거렸다. 싸늘한 반응에 눈치를 살핀 이진호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드라마에서 아이를 가졌지 않냐"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를 들은 서장훈은 황당하다는 듯 정색하며 "미친거냐"고 지적했다. 강호동 역시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안 될때는 잠시 쉬어도 된다. 괜히 무리수를 두고 그러냐"고 진심으로 우려를 표했다.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이진호는 옆에 있던 이상민이 시켰다며 책임을 떠넘겼고, 이상민은 크게 당황하며 "내가 언제 시켰냐"고 큰 소리쳤다. 그러자 이수근은 "시키는 소리 들었다"고 거들면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해당 영상이 확산되면서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했다. 아무리 웃기려는 장난성 멘트라 하더라도 충분히 불쾌함을 느낄만한 내용이었던 데다, 그런 발언을 서슴없이 당사자 면전에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 '아는 형님'에서는 그전부터 여러 차례 무리수 발언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지만 이진호의 발언은 무리수를 넘어 성희롱에 가깝다는 지적이었다.

해당 장면을 편집하지 않은 제작진에 대한 분노도 뒤따랐다. 시청자들에게까지 불쾌감을 조성하는 내용은 적절히 잘라내는 것이 제작진의 역할인 만큼 우스갯소리로 "이진호가 제작진한테 밉보인거 아니냐", "일부러 욕 먹어보라고 편집 안한 거 아니냐", "방송에서도 이러는데 사석에서는 어떻겠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OSEN

공교롭게도, 방송 영상으로 구설에 오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진호의 불법도박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졌다. 넷플릭스 '코미디 리벤지' 방송을 코앞에 두고 이진호가 직접 자신의 계정에 2020년부터 불법도박에 손을 댔으며, 감당하기 힘든 빚을 떠안고 주변인들에게까지 돈을 빌렸다고 자백한 것. 그는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방송에 나오는 유명인으로서 본분을 잊고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망쳐버린 지난 날이 진심으로 후회스럽다"며 "저에게 남겨진 채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변제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진호는 불법도박으로 인해 사채까지 손을 댔으며 대부업체에 빌린 돈만 13억원에 달하는것으로 알려졌다. 뿐만아니라 '부모님'과 '세금' 등의 핑계를 대며 BTS(방탄소년단) 지민, 하성운, 이수근, 가수 영탁과 같은 동료 연예인을 비롯해 방송국 임원, PD, 작가 등에게까지 손을 벌린 것으로 알려졌다. BTS 소속사 빅히트 뮤직 측은 "금전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며, 차용증을 쓰고 대여해준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고, 영탁 소속사 어비스컴퍼니는 "이진호 씨가 세금 문제로 작년 7월 18일에 소속 아티스트 영탁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해 도움을 드렸고, 9월 12일에 전액 다시 돌려받았다"고 전액 변제한 사실을 밝혔다.

논란 여파로 이진호는 '아는형님'에서 즉시 하차했고, 기 촬영분도 통편집을 결정했다. 반면 '코미디 리벤지' 측에는 사전에 언질조차 없었으며, 이미 공개가 임박한만큼 편집조차 불가능한 상황임이 전해져 '민폐' 지적도 일었다. 이에 더해 이진호가 지난 6월에도 사기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지인에게 수천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고소를 당했던 것. 이후 이진호가 채무를 변제하면서 3개월만에 고소가 취하됐으며, 해당 사건이 불법도박과 연관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만큼 '아는 형님'을 통해 불거진 논란이 이번 불법도박 사태를 예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잇따랐다. "터질 게 터졌다"는 것.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일부러 웃기기 위해 과도한 멘트와 리액션을 하는 것이 일상일 뿐더러 편집을 통한 과장 연출의 영향도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개그맨 김경진은 '돈의 맛'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는 걸 알고 일부러 설정에 맞춰 오버했다가 '인성 쓰레기' 논란으로 수년째 악플에 시달린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만 노홍철이 '무한도전'을 통해 정준하의 소개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전재산의 절반 이상을 날린 사실을 폭로했듯, 웃음 속에 '진심'이 담겨있기도 한 만큼 시청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그 전체를 판단할 수 없듯이, 섣불리 확대해석하고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OSEN DB, KBS2, JTBC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