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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인터뷰] "연기하러 갔는데, 연기해야죠"…김희애, 보통이 아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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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지호기자] "진짜 소름이 돋았죠. '방법이 없다'며 그렇게 열심히 하더라고요." (설경구)

"너무 놀랐어요. 신인 배우도 저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장동건)

"연기 경험이 제일 많은데도 겸손했습니다. 리허설도 현장에서 그렇게까지 몰입해서 하는 걸 처음 봤죠." (허진호 감독)

세 사람 모두, 영화계에서 잔뼈 굵은 베테랑들이다. 그런데도, 촬영 중 놀라운 순간들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희애. (무려) 데뷔 41년차 배우다. 신인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배우임에도, 신인의 열정과 견주는 호평들이 나왔다.

그 모든 찬사에도, 정작 김희애는 겸연쩍게 미소짓는다.

"제가 그랬나요? 저는 제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잘 몰랐어요. 다들 그렇게 하시지 않나요? 연기 하러 갔는데, 연기 해야죠." (김희애)

'디스패치'가 최근 김희애를 만났다.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의 연경 역을 연기한 소감을 들었다. 그녀의 겸손함, 그리고 연기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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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아닌 여자, 연경

'보통의 가족'은 가족 서스펜스극이다. 연경은 재규(장동건 분)의 아내이자, 성공한 프리랜서 출신 번역가. 평온했던 일상이 아들의 범죄로 무너진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희애는 "(허진호는)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감독"이라며 "오래 부름을 못 받다가, 나이 먹어 불러주시니 반가웠다"고 말했다.

"허 감독님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에 대한 열의를 느꼈어요. 그 분의 예술 세계에 저도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연경은 현실에 있을 법한 여자다. 선행을 베풀고, 시모 간병을 하는 천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수(수현 분)를 은근히 혹은 대놓고 무시하고 경멸한다. 아들의 범행도 합리화한다.

"착한 게 뭘까요? 생각해보면, 연경이란 여자는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 해요. 솔직하고, 치열하죠. 직설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좋은 일을 할 때도 물러서지 않아요."

여기에 '스노비즘'(Snobism, 상류층의 오만과 타인 경시 태도)을 녹여넣었다. "잘난 체하고, 아닌 척하며 거들먹거리고, 예의 바른 척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경과 재규가 딱 그런 사람들이에요. 뒤에선 속물인데, '우린 그런 사람 아닌데?', '우린 봉사도 하고, 예의도 차려' 하죠. 자신조차 미처 몰랐던, 상류층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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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닌 노력

출연진들은 모두, 김희애의 노력을 칭찬했다. 특히, 3번의 디너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김희애가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순간에도, 소름돋는 연기를 펼쳤다는 것.

김희애는 겸손 그 자체였다. 칭찬에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전, 이 작품이 두 형제의 이야기라 생각했다"며 "작품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디너 테이블이 크고, 모니터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어요. 왔다갔다 하기 힘들어 제 포지션을 유지했을 뿐이에요. 그게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다만, 베테랑에게도 디너 신은 쉽지 않았다. 특히 3번째 디너. 연경의 감정을 극한으로 지속해야 했다. 감정을 분출하고 화를 내는 테이크를 수 차례 가야 했다.

"이 영화는 사실, 처음엔 '밥 세 번만 먹으면 끝나겠다'고 (가볍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 세 번이 정말 진을 다 빼놓더군요. 감정도 그대로 해야 하고…."

김희애는 "그러나 결과적으론 쉽게 가는 것보다, 과정이 고통스러운 것이 낫다"며 "돌이켜보면, 과정이 힘든 게 결과가 훨씬 보람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 회상했다.

"촬영 첫 테이크를 가장 좋아해요. 많이 (테이크) 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허 감독님 스타일을 좋아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배우라면 기꺼이, 얼마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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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닌 배우, 김희애

믿고 보는 배우. 진부하지만, 가장 어려운 수식어다. 그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의심 없이 선택하게 된다는 것. 베테랑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김희애는 항상 해낸다.

그 바탕에는, 김희애의 성실과 열정이 있었다.

"어휴. 저도 대사가 많으면 고통스러워요. 하지만 대사가 단 한 마디만 있더라도, 숫자가 있는 건 마찬가지죠.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어요. 계속 연습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계속, 계속요."

41년차 베테랑의 마인드는, 그렇게 단단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어요. 너무 감사했죠. 오래 버티면 좋은 날도 있구나, 싶었어요. 옛날 같으면 제 나이는 할머니에요. 뒷방서 고모나 이모를 연기하죠.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멋진 샤넬 드레스를 입고, 상을 받다니!"

그는 "허 감독님도 그 자리에 계셨다. 제 젊은 날의 로망이신 분"이라며 "이 나이에 부름 받고 연기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그저 감사하다"고 전했다.

"초심엔 철이 없어서, (연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었어요. 세월이 흐르며 점점 더 소중하고 감사해요. 나이 먹었으니 잘 해야죠. NG 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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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을까? 이 질문에, 김희애는 보통 아닌 답변을 남겼다.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대 이뤄지지 않을 목표를 전했다.

"현재 진행형으로 활동하는 배우라는 것만 해도 축복이에요. 제가 '어떻게 남겨질까' 라는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그냥, 소모품이랄까요? 그 대단한, 쩌렁쩌렁한 배우 분들도 공평하게 세월 앞에선 사라집니다. 하물며 저 같은 사람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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