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0 (일)

“우승 없는 선수 꼬리표도 뗀다” 강민호는 2399경기 21년 기다림을 스스로 끝냈다! 다음도 마찬가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꼬리표를 하나 뗐다.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도 바로 떼겠다.”

현역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장 오랫동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풀어냈다. 강민호가 플레이오프 4차전 결정적인 선제 솔로홈런으로 팀에 귀중한 리드를 안겨, 삼성이 9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강민호 개인으로는 정규시즌 2369경기, PS 30경기만에 거둔 성과다.

삼성 라이온즈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서 강민호의 결승홈런과 대니 레예스의 호투를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시리즈 1~2차전 승리 이후 3차전을 내줬던 삼성은 4차전서 LG에 설욕하며 3승 1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매일경제

사진(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2015년 이후 무려 9년만이다. 당시 삼성은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으나 두산 베어스의 돌풍에 막혀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준 바 있다. 올해는 정규리그 2위(78승 2무 64패)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고 홈에서 1차전(10-4)과 2차전(10-5)을 모두 승리한 이후 원정에서 3차전(0-1)을 패했지만 4차전서 설욕에 성공하면서 플레이오프 시리즈 승리를 가져갔다.

2015년 이후 삼성의 9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강민호가 이끌었다. 이날 8번 포수로 선발 출전한 강민호는 양 팀이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 말 주자 없는 상황 LG 2번째 투수 손주영의 5구째 146km 직구를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인 동시에 결승 아치를 그려 삼성의 승리와 한국시리즈 진출을 자신의 힘으로 견인했다.

역대 KBO리그에서 강민호는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많은 2369경기에 출전한 선수다. 하지만 통산 2,000경기 이상 출전한 야수 22명 가운데 아직 한국시리즈를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는 강민호와 2,058경기의 손아섭(36·NC 다이노스)까지 단 2명 뿐이다.

2008년 첫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이후 강산이 몇 번이나 바뀔 시간 동안 단 한차례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던 강민호는 ‘농담 속에 진심을 담아’서 그간 수차례나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며 오랜 열망을 드러내곤 했다.

매일경제

사진(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강민호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PO 시리즈 MVP 대니 레예스와 함께 수훈선수 인터뷰장에 들어온 강민호는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낸 감격을 유감 없이 전했다.

서로간의 사정을 잘 아는 취재진의 ‘드디어 한국시리즈 냄새를 맡게 됐다’는 농담과 축하를 담은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살짝 울 뻔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강민호 역시 “정말 (한국 시리즈 진출 관련)이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정확히 21년이 걸렸다. 분위기가 좋은 만큼 올라가서 최선을 다하고 승부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했다. 약간 목이 매인듯한 목소리였지만 강민호는 끝내 환하게 웃으며 씩씩하게 소감을 마쳤다.

강민호의 홈런은 삼성의 PO3~4차전 16이닝 무득점 침묵을 깨는 동시에 삼성의 KS 진출을 결정 지은 귀중한 한 방이었다. 이날 삼성 타선이 LG 선발 디트릭 엔스에게 틀어막혀 침묵하던 상황. 8회 선두타자로 나온 강민호는 1,2구 볼을 골라낸 이후 3구와 4구 직구도 그대로 지켜봤다. 그리고 5구째 147km 직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는 129m가 나왔고 발사각 29.9도, 타구 속도는 169.1km가 나왔다.

홈런 상황에 대해 강민호는 “1S-3B에서 볼을 하나 더 볼까도 했는데 ‘공격적으로 해보자’라고 생각하면서 타격을 했다.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벤치에서 ‘기다려라’는 사인이 났는데 못봤다. 2B 때는 사인이 나올까 해서 봤었는데 안나왔다”면서 “1S-3B에선 당연히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왔더라. 벤치에 들어가니까 선수들이 ‘웨이팅 사인 났는데 봤어요’라고 하더라. 보고도 모른 채 한 게 아니라 정말 못봤다”며 활짝 웃었다.

매일경제

사진(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타자로서 결승홈런을 때렸지만 다시 직후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투수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안방마님이다. 그렇기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애썼다. 강민호는 “그래서 잠시 기뻐하고 난 이후에 공격 상황에 아예 경기를 지켜보지 않고 라커룸에 가서 있었다”면서 “계속 ‘여기서 내가 들뜨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에 그 이닝 동안 있다가 나왔다. 아웃카운트 6개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절대 흥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강민호는 경기 초반 LG의 2루 도루 시도를 두 차례나 저지시키며 결정적으로 상대 흐름을 끊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런 강민호의 활약에 대해 “LG는 빠른 주자들이 많아서 강민호 선수가 대비를 잘 했는데 상대의 흐름이나 맥을 잘 끊었던 것 같다”면서 시리즈 전체 승리에 강민호가 기여한 바가 컸다고 치하했다.

이에 대해 강민호는 “레예스가 퀵모션이 커서 LG 야수들이 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습하면서 베이스가 아니라 선수의 방향으로 송구하는 것을 연습했는데 운이 좋게 그리로 가면서 그게 도루 저지 2개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 2369경기에 더해 포스트시즌 30경기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강민호다. 2004년 프로 무대를 처음으로 경험한 이후 무려 21년만에 숙원이 이뤄졌다. 누구에겐 단순히 ‘숫자’지만 강민호에겐 너무나 떨쳐내고 싶었던 세월의 지긋지긋한 ‘꼬리표’였다.

매일경제

사진(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민호는 “항상 ‘최다 경기를 뛰고 한국시리즈에 못 가본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그걸 하나 뗐고, ‘이제 우승 없는 선수’라는 다른 꼬리표도 바로 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강민호를 응원해준 이들이 있다. 삼성 선수들은 “민호 형 KS에 보내주자”며 힘과 마음을 모았다. 강민호는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3차전 지고 나서 후배들이 와서 형이 이제 ‘해 달라’고 하더라. 농담으로 ‘나는 수비를 해야 되니까 너네들이 쳐 줘’라고 했는데 오늘은 내가 멱살을 끌고 간 것 같다”며 특유의 위트를 담아 승리에 대한 기쁨을 드러냈다.

팬들의 열기는 강민호를 힘이 나게 한다. 강민호는 “(팬들의 열기는) PS뿐만 아니라 시즌 내내 느끼고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정말 많다고 느끼는 게, 타 지역 가면 (관중들이) 적을 수도 있는데 늘 가득 채워주시더라.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선수들도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매일경제

사진(잠실 서울)=김영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동료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고 절친한 사이인 최형우가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먼저 KS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운명의 맞대결이 이뤄진다. 강민호는 “(아직)휴대폰 확인은 못했는데 연락이 와 있을 것 같다. (최)형우 형이랑 멋진 승부 해보고 싶다”면서도 “(최)형우 형이 너무 자신만만해 하고 있더라. 인생이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KS 선전을 다짐했다.

KS에서 맞붙을 상대를 인정하지만, 자신감은 있다. 강민호는 “(KIA에 대해)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투수들 타자들 모두 좋고, 짜임새도 좋다”면서도 “LG의 투수들 좋다고 생각했는데 흐름을 우리가 가져오면 충분히 좋은 경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됐다. 그런만큼 KIA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