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이 뛰어본 적도 없는 이탈리아에서 느닷 없이 손흥민이 거론됐다.

이탈리아 최고 명문 AC밀란 감독이 기자회견 도중 그를 찬양하고 나선 것이다. 공격력 때문에 극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수비와 헌신적인 움직임, 공수를 쉼 없이 오가는 실력으로 각광 받았다.

공수 겸장 윙어의 전형으로 손흥민이 꼽혔다. AC밀란을 지휘하는 파울로 폰세카 감독이 '박스투박스' 선수를 설명하면서 손흥민을 좋은 예로 들었다.

AC밀란은 22일 오전 1시 4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에서 벨기에 명문인 클럽 브뤼헤와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3차전을 치른다.

AC밀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여러 번 차지한 명문이지만, 리그 페이즈 1~2차전을 모두 패하면서 토너먼트 진출 실패 위기에 몰렸다. AC밀란은 리버풀과 홈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이어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챔피언 바이엘 레버쿠젠과 잘 싸웠으나 0-1로 패했다.





남은 6경기에서 최소 5승은 챙겨야 36개 클럽 중 24개 클럽이 참가하는 토너먼트 티켓을 받아들 수 있다. 클럽 브뤼헤는 AC밀란 입장에서 해 볼만한 팀으로 여겨지는 만큼 승리를 목표로 할 수 있다.

경기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는 손흥민 이른 석자가 나온 것이다.

AC밀란 폰세카 감독이 손흥민을 언급했다.

손흥민 이름 석자가 나온 이유는 이랬다. 폰세카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AC밀란 대표 선수 티자니 레인더스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등장했다.

레인더스는 "난 박스 투 박스 선수다. 한 포지션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움직인다. 미드필더 역할을 전부 소화할 수 있다"며 "8번(중앙 미드필더)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6번(수비형 미드필더)이나 10번(공격형 미드필더)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취재진은 레인더스가 설명한 '박스 투 박스'가 뭘 가리키는지 폰세카 감독에게 물었다. 폰세카 감독이 설명하다가 손흥민이 등장했다.



폰세카 감독은 "오늘날엔 모두가 공격과 수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며 "토트넘 윙어 손흥민이 박스 투 박스 선수"라고 얘기했다.

사실 박스 투 박스는 8번 유형의 중앙 미드필더를 가리키는 말이다. 양측 페널티박스를 줄기차게 오가며 공격과 수비에 모두 관여하는 체력과 투쟁심 넘치는 선수들의 역할을 '박투박'이라고 한다.

손흥민처럼 윙어가 주포지션이며, 스트라이커까지 보는 손흥민에게 어울리는 포지션은 아니다.

하지만 폰세카 감독 생각은 달랐다. 꼭 8번이 아니라 손흥민처럼 윙어로 7번을 다는 선수들도 박스 투 박스 유형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포지션이 아니라 선수의 성향과 많이 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폰세카 감독은 "박스 투 박스 선수를 중앙 미드필더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모두가 박스 투 박스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할 때만 해도 수비가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생존경쟁을 하는 사이 압박과 수비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 2023-2024시즌엔 스카이스포츠가 선정한 프리미어리그 공격수 전방 압박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21-2022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거머쥐는 등 공격력은 이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으나 수비가 더욱 훌륭해 각광받는 게 손흥민의 모습이다.

이번 폰세카 감독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입증됐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