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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10주기에 다시 울린 '민물장어의 꿈'…한목소리로 "해철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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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전인권·이승환·국카스텐 등 신해철 기일에 헌정 공연

"허당 형이었지만 음악은 완벽…성공한 팬이 이 자리에 섰다"

연합뉴스

신해철 10주기 헌정 콘서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
[드림어스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오늘이 기일이잖아요. 우리 하나, 둘, 셋 하면 한번 불러볼까요? 해철이 오빠! 해철이 형! (신해철도) 어딘가에서 씩 웃고 있을 겁니다."(신화 김동완)

27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장내를 채운 관객들이 입을 모아 그리운 이름 석 자, 신해철을 힘껏 외쳤다.

고인이 몸담았던 밴드 넥스트의 팬 혹은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 애청자이던 관객들은 어느새 중·장년이 됐지만 명곡 앞에 달아오르는 모습은 그 시절 그대로였다.

이날은 지난 2014년 10월 27일 신해철이 세상을 뜬 지 꼭 10년이 된 날로, 전날에 이어 그를 추모하는 헌정 콘서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가 열렸다.

신해철을 사랑했던 팬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먼 영종도까지 찾아와 고인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연장 입구에는 신해철의 실제 유품들로 작업실을 재현해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공연은 넥스트(김영석·김세황·이수용)의 '디스트럭션 오브 더 셸'(Destruction of the Shell)로 막을 올렸다. 보컬 신해철의 빈자리는 후배 가수 홍경민, 고유진, 김동완이 돌아가며 채웠다.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호쾌한 록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았고, 한 번쯤 생각을 곱씹게 하는 가사는 여전한 울림을 안겼다. 생전 달변가이자 독설가로 이름을 날린 신해철다웠다.

넥스트 1집 타이틀곡 '도시인'에서 신해철이 노래하던 '아무런 말 없이 어디로 가는가 /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가사는 발매 32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우리 모습을 그대로 묘사해낸 듯했다.

김동완은 신해철에 대해 "빈틈 많은 '허당' 형이었지만 음악은 완벽했다"고 추억했다.

넥스트 베이시스트 김영석은 "그가 없는 자리를 너무 그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오늘은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가시라. 그러기를 해철이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러머 이수용은 "신해철이 보고 싶을 때 (우리가) 한 번씩 모여서 제사를 지내자"고 말해 넥스트 공연이 다음에도 마련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연합뉴스

신해철 10주기 헌정 콘서트 '마왕 10th : 고스트 스테이지'
[드림어스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넥스트에 이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에피톤 프로젝트, 국카스텐의 무대가 차례로 이어졌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일상으로의 초대'가 수록된 1998년 앨범 '크롬스 테크노 웍스'(Crom's Techno Works) CD를 들고나와 '팬심'을 인증하며 "신해철의 성공한 팬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신해철에게 대학가요제 대상을 안긴 데뷔곡 '그대에게'를 어쿠스틱 사운드로 재해석해 들려줬고, 무대 뒤 전광판에는 활동 초기 앳된 얼굴의 신해철이 등장해 뭉클함을 안겼다.

국카스텐은 보컬 하현우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앞세워 고인의 대표곡 '일상으로의 초대'와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등을 선보였다. 웅장한 사운드가 압도감을 주는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후렴구를 '떼창'으로 따라했다.

하현우는 "신해철 선배님의 음악을 초등학교 때 알았는데, 어린 시절에 들었을 때도 그의 음악의 결이 달랐다는 것을 느꼈다"며 "늘 듣던 음악이 아닌, (신해철 음악의) 신선함 때문에 많이 좋아했다. 사춘기 때에는 그의 음악을 듣고 위로도 받았다"고 추억을 꺼냈다.

이날 공연에서는 전인권도 출연해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돌고 돌고', '걱정 말아요 그대', '사랑한 후에' 등 자신의 대표곡을 열창했다. 그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뿐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쓰고 묵직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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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10주기 헌정 콘서트 공연장에 재현된 작업실
[촬영 이태수]


이승환은 마지막 주자로 무대에 올라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불러 가슴 먹먹한 감동을 줬다.

공연 후반부 신해철이 평소 무척 아꼈던 '민물장어의 꿈'이 떼루아 합창단의 맑은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이 곡은 고인이 2010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노래"라고 꼽은 곡으로,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흘러나왔다.

팬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거나 응원봉을 흔드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신해철을 기억하고, 소환했다. 공연장에서는 턱시도에 안경 차림으로 생전 신해철의 모습과 같이 차려입은 열성 팬도 눈길을 끌었다.

"저희가 여러분께 감동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준비했지만, 하다 보니 신해철을 사랑하는 여러분들로부터 오히려 기운을 얻고 가는 것 같습니다. 노래하면서 울컥했어요."(플라워 고유진)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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