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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SW광장] 안세영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어른’들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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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사진=뉴시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지난 8월 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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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땀, 오롯이 인정해주기를!’

우리 사회에 중요 화두 중 하나는 ‘공정’이다. 일방적인 갑을관계서 탈피하고자 했다. 보다 상식선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런 측면에서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의 발언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돈 문제를 차지하고서라도 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많았다. 수직적인 선후배 관계가 대표적. 남다른 재능의 안세영은 중학교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랜 시간 막내 생활을 하면서 선배들의 청소와 빨래 등을 대신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케케묵은 관행이 버젓이 살아있었다. 안세영은 “선수촌은 학생 선수가 혼자 버티기엔 너무나도 외로운 곳”이라고 털어놨다. 선배들의 개인적인 업무, 이를 테면 청소와 빨래, 라켓 줄 끼우기 등을 후배가 대신하는 게 당연한 문화였다.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나가는 길에도 선배들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했다. 누구와 왜 어딜 가는지 상세하게 밝히고 허락을 받은 후에야 외출이 가능했다.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안세영 측이 ‘1인실’ 배정을 요구했던 배경이다.

그토록 바랐던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순간. 안세영은 기쁨 대신 작심발언을 먼저 털어놓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아쉬움과 더불어 대표팀 운영에 대한 부조리를 밝혔다. 이때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나서야 된다고 믿었다. 실제로 안세영 측이 제시한 건의서엔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하려고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다만, 이런 문화는 바뀌어야 하고 모든 선수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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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지난 10월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덴마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 여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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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바라던 대로 ‘어른’들이 움직였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안세영의 인터뷰를 계기로 지난 8월12일부터 조사단을 꾸려, 배드민턴 협회와 대표팀을 둘러싼 전반적인 내용을 조사했다. 문체부 직원뿐 아니라 스포츠과학원 연구진,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 회계법인과 노무법인 관계자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8월22일 ‘올림픽 선수단 격려 만찬’에서 “좋은 결과를 낸 방식은 더 발전하고 낡은 관행들은 과감하게 혁신해서 청년 세대의 가치관과 문화, 의식에 맞는 자유롭고 공정한 훈련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로 모인 힘은 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문체부는 부상 진단, 재활·치료 과정에서 선수가 원하는 의료기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수의 선택권을 보장키로 했다. 진천선수촌의 진료 공간을 확대하고 물리치료사를 증원하는 등 지원도 늘렸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다. 주말과 공휴일 외출·외박 규제와 청소·빨리, 스트링, 외출 시 선배 보고 등 부조리한 문화를 개선키로 했다. 안세영이 바랐던 개인 트레이너도 허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물론 이번 사태로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고쳐질 순 없다. 중요한 것은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닫혀있던 문을 열고 조금은 날것의 모습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비단 배드민턴협회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어쩌면 현 사회를 대변하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누구든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 안세영을 통해 보고자 하는 모습이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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