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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기흥 체육회장, 스포츠공정위에 3연임 적법 판단 의뢰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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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임명한 공정위원들에게 요청…‘셀프 승인’비판
공정위원장은 체육회장 측근…‘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문체부,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의 구성 운영 등 개선 권고
일부 공정위원, 이해당사자로부터 골프접대 등 받아 물의
내년 1월 14일 체육회장 선거…강신욱 유승민 등도 출사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라는 속담은 어떤 일을 믿을 수 없거나 적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맡길 때 쓰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이기흥(69) 대한체육회장이 자신의 세 번째 연임에 대한 적법성 판단을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의뢰했다.

스포츠공정위로부터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아 2016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도전하기 위한 ‘셀프 승인’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체육회장 본인이 임명한 위원들에게 자신의 연임제한 폐지 심사를 맡기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김병철 스포츠공정위 위원장은 이기흥 회장의 측근이어서 그의 행보가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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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024년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여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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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체부는 체육단체장의 연임 제한 폐지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 엄격한 심사가 필요한데도 현재 상태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심사의 일반법 원칙인 제척, 기피, 회피에도 위반된다고 판단, 스포츠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 임원의 연임 허용 심의 관련 제도 등의 개선을 대한체육회에 권고했다.

스포츠공정위, 4일 이기흥 회장 연임 1차 심사
이와 관련, 스포츠공정위는 4일 소위원회를 열고 이기흥 회장 3선 연임 등의 1차 심사를 진행한다. 스포츠공정위는 체육 관련 단체와 개인 등의 포상이나 징계를 다루고 체육 단체 임원들의 연임 제한 예외 인정 등을 심사하는데 이 회장이 이 과정을 통과해야 3선 연임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정관에는 체육회장이나 체육 단체 회장의 중임(2회)은 가능하나 3선, 4선을 하기 위해서는 스포츠공정위의 승인을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15명으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 전체 회의는 물론 4일의 소위원회에서도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도전은 100% 승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감사원 감사위원 출신인 스포츠공정위 김병철 위원장이 2017년 1월부터 만 2년간 이기흥 회장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했고 이어 2019년 5월부터 현재까지 스포츠공정위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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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체육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대한체육회장·회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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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14명의 위원도 이기흥 회장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이어서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 도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1%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의심받는 스포츠공정위의 공정성이다.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이 자신들을 위원으로 지명해 준 이기흥 회장의 연임을 반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스포츠공정위 위원은 “어떤 사안이든 가결 혹은 부결하려면 과반수여야 효력이 있는데 나는 15분의 1의 역할밖에 할 수 없다”며 한계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정몽규 회장, 국감에서 공정위원 골프접대 시인
더욱이 이해당사자가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에게 골프접대 등 공개적으로 로비를 벌인 사례도 드러나 스포츠공정위의 공정성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정몽규(62)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일부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에 대한 골프접대 사실을 시인했다.

김병철 위원장은 이날 김승수(국민의 힘) 의원의 접대 골프 의혹 관련 질문에 대해 “대한체육회 임원 단합대회라고 해 갔더니 그분(정몽규 회장)이 있었다”며 “누구한테 연락을 받았느냐”는 김승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당시 “숙박은 했는지, 비용은 계산했는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의 질문에 김병철 위원장은 “숙박은 하지 않았고 비용은 계산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문제의 골프접대는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이 2021년 축구협회 회장 3선 연임 도전을 승인해 준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골프장으로 초대해 이루어졌으며 당시 이기흥 회장이 함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 체육의 법제, 포상, 징계, 임원 임기 등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스포츠계 전반의 공정성을 확립해야 할 스포츠공정위의 행보가 국회에서까지 도마 위에 오르자, 문체부는 지난달 9일 대한체육회에 스포츠공정위의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임원의 연임 허용심의 관련 제도의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기흥 회장은 문체부의 권고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장 후보 더욱 늘어 난립 양상 띨 가능성
한편 내년 1월 14일 치러질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는 스포츠공정위의 심사를 기다리는 이기흥 회장 외에 강신욱(69)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 회장, 유승민(42) 전 탁구협회 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후보 등록 기간은 12월 24~25일 양일간으로 후보자는 더욱 늘어 난립 양상을 띨 전망이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총괄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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