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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김하성 자존심 상한다고? 오히려 대박 호재다… 퀄리파잉오퍼 없었다, 마지막 족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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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시장 및 이적 시장에는 하나의 독특한 제도가 있다. KBO리그에는 없는 퀄리파잉오퍼(보상FA선수자격)다. 2011년 11월 메이저리그 노사협약(CBA)에서 새로 생긴 제도로, 사실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다. 하지만 구단과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

퀄리파잉오퍼 제도는 세부적으로 굉장히 복잡하지만, 쉽게 설명하면 원 소속 구단의 1년 단년 계약 제의다.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 중 퀄리파잉오퍼 대상자가 있다. 경력에서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고,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온 선수들에게는 구단이 제안할 수 없다. 퀄리파잉오퍼의 금액은 메이저리그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으로 산정된다. 리그 전체적인 연봉은 계속 오르기 때문에 퀄리파잉오퍼의 금액도 그에 상응해 점진적으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퀄리파잉오퍼 금액은 2105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다.

만약 선수가 퀄리파잉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원 소속구단은 이적 팀으로부터 드래프트 보상픽을 받을 수 있다. 이 드래프트 보상픽은 원 소속팀이 사치세를 내고 있는 팀인지, 수익분배금을 내고 있는 팀인지, 그렇지 않은 팀인지에 따라 보상 드래프트의 순번이 달라진다. 하지만 구단들도 막무가내로 제안할 수 없다. 선수가 덜컥 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퀄리파잉오퍼는 해당연도 FA 선수 중 상위 클래스만 받을 수 있는 전유물이다. 그리고 이런 선수들은 보통 시장에서 다년 계약을 노리기 때문에 퀄리파잉오퍼를 수락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역사상 류현진을 비롯해 몇몇 선수들만 이 오퍼를 수락했다.

2024년 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김하성이 퀄리파잉오퍼를 받을지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김하성은 2021년 맺은 4년 보장 2800만 달러의 계약이 올해로 끝났다. 2025년 800만 달러 상당의 상호 옵션이 있기는 했다. 샌디에이고는 당연히 이 옵션 실행을 원했지만, 시장에 나가면 800만 달러 이상의 대우를 받을 것이 확실한 김하성 측은 당연히 거부했다. 그리고 5일(한국시간) 발표된 퀄리파잉오퍼 대상자에도 김하성의 이름은 없었다. 샌디에이고는 1년 2105만 달러를 제안하고, 김하성이 거절하면 드래프트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일단 이 제안을 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FA 대상자 중 퀄리파잉오퍼를 받은 선수는 총 13명에 불과하다. 최대어로 뽑히는 선수이자, 총액 5억 달러 이상이 확실시되는 후안 소토(원 소속팀 뉴욕 양키스), 그리고 투수 최대어인 코빈 번스(볼티모어)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 맥스 프리드(애틀랜타), 루이스 세베리노, 션 머네아, 피트 알론소(이상 뉴욕 메츠), 닉 마르티네스(신시내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LA 다저스), 닉 피베타(보스턴), 알렉스 브레그먼(휴스턴), 윌리 아다메스(밀워키), 크리스티안 워커(애리조나), 앤서니 산탄데르(볼티모어)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중 대다수는 당연히 이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에게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해 마지막까지 구애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여러 측면에서 이를 실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샌디에이고는 현재 연봉 감축 기조다. 작년까지만 해도 팀 연봉 총액이 2억 달러를 훌쩍 넘겨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지출하는 팀 중 하나였던 샌디에이고는 올 시즌을 앞두고 돈줄이 막혀 피나는 연봉 다이어트를 했다. 그 결과 올해 연봉이 1억8000만 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연 평균 700만 달러를 받던 김하성에게 1400만 달러 이상을 더 보장해야 했다. 이는 구단 연봉 구조에서 애당초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대형 계약을 한 선수들이 적지 않기에 페이롤 유동성이 꽉 막힌 샌디에이고는 마이클 킹 재계약 등 앞으로 돈을 쓸 일이 많다. 일단 김하성을 보내는 쪽으로 선택한 것이다. 샌디에이고는 원래 올스타 유격수인 잰더 보가츠를 유격수로 다시 보낼 수도 있고, 팀 내 최고 유격수 유망주였으나 올해 빈약한 팀 외야 사정상 중견수로 뛰었던 잭슨 메릴을 유격수로 보낼 수도 있다. 내부에서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이 있고, 정 안 되면 저렴한 유격수를 영입할 수도 있다. 이미 몸값이 너무 커져버린 김하성에게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하는 것보다는 일단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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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의 자존심과도 연관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장에 나가 다년 계약을 생각하고 있는 선수로서는 ‘못 받는 게’ 나은 제도다. 보상 드래프트 픽이 있기 때문에 영입하는 팀으로서는 이것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하성에게 퀄리파잉오퍼가 없었고, 이는 영입 대상팀들의 구상을 조금 더 홀가분하게 해주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어차피 김하성의 새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연장 계약보다는 시장에 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에이전트다. 이적을 생각하고 있던 상황에서 퀄리파잉오퍼라는 족쇄까지 없어졌으니 긍정적인 일이라고 해석할 만하다.

이제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인 가운데 김하성에 대한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대다수 매체들이 발표한 FA 랭킹에서 ‘TOP 20’ 내에 들어 있다.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윌리 아다메스에 이어 부동의 2위다. 아다메스는 공격에서, 김하성은 수비에서 상대적으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다메스는 올해 맹활약으로 몸값이 많이 치솟았다. 아다메스를 영입할 돈은 없지만, 그래도 유격수 포지션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김하성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아다메스는 보상 드래프트픽이 필요하지만 김하성은 그렇지 않다. 이 또한 두 선수의 차이점이 될 수 있다.

시장의 가치 판단은 다소 엇갈린다. 연간 1000~2000만 달러 사이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1000만 달러 쪽으로 붙은 금액을 예상하는 쪽도 있고, 2000만 달러 쪽에 더 가까운 금액을 예상하는 팀도 있다. 또 계약 기간에 대한 예상도 조금 다르다. 2년에서 4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아무래도 계약 기간이 짧으면 연 평균 금액이 조금 늘어나고, 계약 기간이 길면 총액은 늘어나는 대신 연 평균 금액이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2년 3600만 달러에서 4년 5000만 달러까지 다양한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하성이 2024년 시즌 막판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것 또한 하나의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수술은 잘 된 편이지만, 좋은 시나리오 속에서도 내년 개막 대기는 다소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4월 중순에서 말 복귀가 유력하다. 어깨 수술 이후 건재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단들도 이 부분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김하성 측에서는 건강함을 최대한 과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할 가능성이 크다.

김하성이 이번 FA 시장을 앞두고 스캇 보라스로 에이전시를 바꾼 것 또한 주목을 받는다. 보라스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박 사례가 훨씬 더 맞고 고객의 사정에 따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실적은 있지만 직전 시즌 성적이 부진한 선수들, 혹은 부상 위험이 있는 선수들은 옵트아웃(잔여 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조항을 요긴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블레이크 스넬도 내구성 위험도와 너무 비싼 가격 탓에 계약이 미뤄졌지만, 보라스는 1년 뒤 옵트아웃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승부수를 걸었다. 대신 연 평균 금액을 높였다. 구단으로서는 장기 계약의 위험도를 줄이고, 선수로서는 일단 남부럽지 않은 연봉으로 1년을 보낸 뒤 진가만 발휘하면 1년 뒤 다시 대형 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김하성의 어깨 상태에 구단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고 해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만한 경험과 능력을 가진 보라스다. 퀄리파잉오퍼를 받지 못한 것도 보라스로서는 세일즈 포인트다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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