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제명·자격정지 등 중징계 여부가 관건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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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약 3개월간의 감사 끝에 정몽규 축구협회장에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최대 해임까지 가능한 엄중한 수위의 징계 요구다.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일었던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해서도 선임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를 부적정하게 운영한 정몽규 회장과 김정배 상근부회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등에 대해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의 경우 "누구보다 축구협회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고 이사회를 존중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규정을 위반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 개입하고, 부적절한 사면 조치를 실시했으며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을 허위로 신청했다"며 "기관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중징계에는 제명, 해임, 자격 정지 등이 포함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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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요구 실효성에는 우려 목소리 나와
문제는 징계 요구의 실효성이다. 최 감사관은 "징계 권고가 아니라 요구"라며 강제성이 있는 조치라 강조했지만, 실제 징계를 의결하는 기구가 정 회장이 임명한 사람들로 구성된 축구협회 내 공정위원회라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최 감사관은 "협회 공정위가 국민의 눈높이와 여론에 맞춰 바람직한 판단을 할 거라 기대한다"면서도 "만에 하나 기대와 다른 솜방망이 처분이 나올 경우, 감독부서인 체육국 등과 협의해 보조금 지원 제한 등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조금에 대한 그간의 협회 태도를 감안하면 이 또한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해 축구협회 일반예산은 총 1,021억 원으로, 이 중 약 32.6%에 달하는 333억 원(스포츠토토 지원금 225억 원+국민체육진흥기금 108억 원)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이 때문에 보조금 제한 시 협회가 막중한 영향을 받을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지난 7월 협회가 낸 한 보도 설명자료에서 협회는 "기금이 늘면 정부가 국민체육진흥을 위해 진행하려는 축구 지원 사업을 더 많이 맡아서 시행할 수 있는 반면, 기금이 줄면 줄어든 만큼 사업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원금을 줄이면 정부 관련 사업 규모를 축소하면 그만이라는 취지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5, 6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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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 선임 절차 다시 밟아야"
문체부는 현재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치르고 있는 홍 감독에 대해서도 "권한 없는 자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추천으로 이뤄져 절차적 하자가 확인됐다"며 선임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감독 후보자를 다시 추천해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최근 벌어진 '절차적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홍 감독과 협회가 맺은 계약 자체가 무효화되는 건 아니다. 최 감사관은 "문체부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의 무효 여부까지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홍 감독과의 계약을 유지, 변경, 취소할지 여부 등은 모두 협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제도 개선, 시정 등의 조치는 2개월 이내에 하는 게 원칙이지만, 전강위에서 후보자를 추천하고 논의하는 등의 시간을 감안해 관련 스케줄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하면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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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허위 신청, 지도자 강습회 불공정 운영 등 '총체적 난국'
이밖에도 이번 감사에선 각급 대표팀 지도자 선임 과정 및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 등에서도 여러 차례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확인됐다. 지도자 선임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10개 대표팀에서 일하는 43명 지도자 중 42명이 이사회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권한이 없는 인물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협회가 축구종합센터 건립 재원을 조달하면서 문체부의 승인 없이 하나은행에 615억 원 한도 대출 계약을 약정했고, 사무동을 조성하지 않기로 한 협의를 깨고 거짓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보조금 56억 원을 교부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선 최대 5배의 제재부가금이 징수될 전망이다.
국가대표 및 프로축구 1부 리그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는 P급 지도자 강습회 운영 과정에서도 불공정한 면이 드러났다. 불합격 처리를 해야 할 수강생 6명이 합격하거나 결석률이 10%를 초과한 수강생에 재강습 기회를 부여하는 등이다. 축구인·축구팬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통합경기정보시스템 등도 부실하게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징계 축구인 사면 조치에 대해서도 근거 없이 사면권을 부당하게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이날 문체부 감사 결과에 반발해 재심의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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