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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 운이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올 시즌이 끝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은퇴하겠다"고 했는데 소속팀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런데 우승까지 해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다. 통장에는 메이저리그 12년 선수생활을 통해 총 940억원이나 되는 연봉이 입금됐다. 남 부러울 게 전혀 없다. 베테랑 외야수 케빈 키어마이어(34) 스토리다.
키어마이어는 류현진(37. 한화)과 함께 지난해 토론토에서 뛰었다. 그 전에는 탬파베이에서 최지만(33)과 함께 뛰었다.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도 꽤 익숙한 인물이다.
키어마이어는 지난 9월초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만난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내가 제일 싫어했던 팀인 다저스에서 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야구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가 다저스를 싫어한 이유는 간단하다. 탬파베이 소속이었던 지난 2020년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다저스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키어마이어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덜컥 우승까지 해버렸다. 인생사 정말 모를 일이다.
(지난 2019년 최지만이 끝내기 안타를 치자 키어마이어(왼쪽)가 필드로 달려 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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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메이저리그 12년차 베테랑인 키어마이어는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1년 1050만 달러(약 141억원)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8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5, 4홈런 18타점으로 부진했다. 그러자 그는 지난 8월말 "올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단 6일 후에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키어마이어는 예전에 비해 타격에서 힘에 부치는 모습은 확실하다. 하락세도 분명하다. 하지만 외야수비 하나 만큼은 아직도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저스가 그를 영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키어마이어에게 '은퇴를 번복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이어 "내가 가진 실력보다 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오랜 시간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제는 그만해도 될 때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고, 그래서 은퇴를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확고한 생각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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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마이어는 미국야구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인디애나주 출신이다.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지방이라 농구로 유명한 곳이다. 그는 2010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31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을 만큼 아마추어 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그가 받은 계약금도 7만 5000달러(약 1억원)였다. 한국프로야구(KBO)로 돌아간 이학주(34. 롯데)가 미국진출시 시카고 컵스에서 받았던 계약금 100만 달러보다 무려 10분의 1 수준 밖에 안되는 금액이었다. 최지만이 받았던 계약금의 3분의 1수준이다.
하지만 키어마이어는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프로진출 단 3년 만인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기염을 토했다. 드래프트 최하위 지명이라 할 수 있는 31라운드 출신이 빅리그에 데뷔한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인데 그는 데뷔 이듬해인 2014년 탬파베이 주전으로 성장하며 자신의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키어마이어는 2014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리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과 두 자리수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그리고 이런 그의 기동력은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까지 품에 안게 해주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탬파베이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키어마이어에게 6년 총액 5350만 달러(약 717억원)의 연장계약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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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마이어는 FA 자격을 얻어 토론토로 이적한 2023년 전까지 탬파베이에서만 10년간 롱런했다. 겨우 7만 5000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진출한 그가 통산 6816만 2095달러(약 940억 4324만원)를 벌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키어마이어는 MHN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난 2020년 생애 첫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 본것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자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당시만 해도 다저스에 패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쳤기 때문에 다저스는 내가 제일 싫어했던 팀이다. 이왕 다저스에 왔으니 올해도 월드시리즈를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 꿈을 이루게 됐다. 게다가 '우승'까지 했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을 듯 싶다.
메이저리그 12년차 베테랑 키어마이어가 선수 유니폼을 입고 필드를 누비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은퇴를 예고한 마지막 시즌에 그것도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한 팀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게 됐으니 앞으로 '인생은 키어마이어처럼'이란 이야기가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될 듯 싶다.
사진=케빈 키어마이어©MHN스포츠 DB
'MHN스포츠'에서는 메이저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실을 반영하여 <이상희의 메이저리그 피플>을 연재합니다. 한국기자 최초로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정회원이 된 이상희 기자가 미국 현지 인터뷰 및 취재 등을 통해 메이저리그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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