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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문체부, 정몽규 축구협회장 사실상 사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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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최종 감사 결과 발표

조선일보

정몽규 회장.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에 정몽규 회장에게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어떤 식으로든 징계가 확정되면 정 회장은 물러나야 한다. 다만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문체부는 지난 7월부터 진행한 축구협회 최종 감사 결과를 5일 최종 발표하고 이 같은 후속 조치를 협회에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차입금·보조금 사용 내역 등 협회 운영 전반을 겨냥했다. 그 결과 위법·부당 사항 27건을 확인했으며, 정 회장과 함께 김정배 (상근)부회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까지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했다.

◇사실상 정몽규 회장 사퇴 요구

자격 정지 이상 중징계에는 자격 정지, 해임, 제명 3단계가 있다. 자격 정지는 직무 정지, 해임은 면직, 제명은 파면에 해당한다. 이번에 자격 정지 이상 징계를 내리라고 한 건 결국 해임과 제명도 고려하라는 취지다.

가장 낮은 단계인 자격 정지 징계를 받더라도 정 회장은 일단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정지 기간을 얼마나 할지는 스포츠공정위가 다시 논의한다. 문제는 축구협회 정관에 임원(회장 포함) 결격 사유로 “자격 정지 이상 징계 처분을 받고 그 기간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

정 회장으로선 자격 정지 기간이 길어지면 다음 축구협회장 후보 등록 마감(12월 2일)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4선 도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축구협회는 문체부 요구에 따라 1개월 이내 징계 여부를 의결한 뒤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제도 개선과 시정 등 후속 조치는 2개월 이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문체부 감사담당관실은 “축구협회가 적절한 징계를 하지 않으면 다른 행정 수단을 다 동원해서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계 결정권을 쥔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정 회장이 임명한 인사들로 이뤄져 있어 문체부 요구를 그대로 결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홍 감독은 해임 대신 절차 하자 개선

꾸준히 논란을 부른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선 “규정상 권한이 없는 이임생 이사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방법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감독으로 내정 발표한 후 이사회에 서면으로 의결을 요구해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했다“며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후보자를 다시 추천해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안을 포함해 축구협회가 절차적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특정 조치(해임)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홍 감독과 계약을 유지하든, 변경 혹은 파기하든 축구협회가 자율적으로 하자를 바로잡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칫 섣불리 해임을 요구했다가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금지하는 외부 간섭으로 비칠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축구종합센터 건과 관련해서는 “축구협회는 재원 조달을 위해 문체부 장관 사전 승인 없이 615억원 한도 대출 계약을 맺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체부) 보조금 77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센터 내부에 협회 사무 공간을 조성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종목 단체 사무 공간을 짓는 데 국비를 지원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2023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56억원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센터 내가 아닌 별도 사무동을 짓겠다고 속이고 돈을 받은 것으로 이번에 드러났다. 문체부는 “해당 업무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보조금을 반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 조작 사태 연루자 등 징계자 100여 명을 ‘기습 사면’하려 한 것에 대해선 “대한체육회가 2022년 징계 사면 및 복권 관련 조항을 삭제해 축구협회도 사면 규정을 삭제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고 근거 없이 사면권을 부당하게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 밖에 남녀 성인 대표와 연령별 대표팀의 코치 등 지도자 43명 중 42명이 이사회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지도자 선임 절차를 위반한 점, 일부 코치가 필수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았는데도 지도자로 선임해 활동하게 한 점, 비상근 임원들에게 자문료 형식의 급여성 보수 약 28억원을 방만하게 집행한 점, 최고 등급 지도자 자격증 강습회에 불합격해야 할 수강생들을 합격 처리한 점 등도 지적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현대산업개발 직원의 부적절한 축구협회 파견 등 의혹은 별도로 감사하겠다고 했다.

◇강태선 회장 대한체육회장 출마

축구협회와 더불어 문체부와 꾸준히 대립각을 세우는 대한체육회는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인사가 늘고 있다.

5일엔 강태선(75) BYN블랙야크 그룹 회장이 도전장을 냈다. 제주 출신인 강태선 회장은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서울시 산악연맹 회장,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을 역임했고, 작년 3월부터 서울시 체육회장을 맡고 있다. 11일 오후 출마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로써 내년 1월 14일 열리는 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현재까지 강태선 회장을 비롯해 유승민(42) 전 대한탁구협회장, 강신욱(69) 단국대 명예교수, 김용주(63)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 박창범(55) 전 대한우수협회 회장 등 5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내달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

이기흥(69) 현 대한체육회장도 사실상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 회장은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에 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위한 관련 자료를 제출했고, 지난 4일 공정위 소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이 회장 3선 출마를 승인할지 1차 심사를 했다. 공정위는 12일 전체 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체육회 정관에는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으며, 공정위 심사를 거치면 3선에 나설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문체부는 최근 공정위 위원들이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로 되어 있어 공정한 심사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며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이날 공정위 회의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을 찾아 이기흥 회장 불출마를 요구하며 “이 회장은 재임 기간 직원들은 뒷전인 채 예산을 탕진하고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며 “공정위는 사심 없이 공정하게 심의하라”고 주장했다. 문체부 공공기관 노동조합협의회도 “대한체육회장의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행태로 조직 구성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체육회 노조에 적극적인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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