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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머리카락 싹둑 자른 ‘단발 효과’+눈물에 부담감까지 흘려보낸 도로공사 강소휘, ‘연봉퀸’의 진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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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에서 선수의 가치는 연봉이 대변한다. 구단들이 선수에게 고액 연봉을 안기는 이유는 그간 보여준 실적과 리그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인정함과 동시에 앞으로도 그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달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다. ‘연봉킹’, ‘연봉퀸’이라는 수식어는 곧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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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공수겸장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는 데뷔 10번째 시즌인 2024~2025시즌에 리그의 정점에 섰다. 2015~2016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V리그에 입성한 뒤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그였지만, 단 한 번도 ‘연봉퀸’ 자리에 오른 적은 없었다.

데뷔 후 첫 6시즌을 치른 뒤 첫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소휘는 원 소속팀인 GS칼텍스와 재계약을 맺으며 3년 더 동행했다. 그리고 3년이 흘러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한 강소휘는 데뷔 10번째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9년 간 뛰었던 장충 홈코트를 떠나 자신의 재능을 김천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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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부 FA 최대어로 평가받은 강소휘를 영입하기 위해 복수의 팀이 뛰어들었고, 영입전에서 승리한 것은 한국도로공사였다. 2022~2023시즌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으로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도로공사는 2023~2024시즌 빠져나간 FA 선수들의 공백을 실감하며 6위에 그쳤다. 2년 만의 챔프전 트로피 탈환을 위해서 전력 보강에 나선 도로공사에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에이스급 활약을 해줄 수 있는 강소휘는 영입 1순위였다. 강소휘는 싱가포르 여행지까지 날아와 정성을 보인 도로공사에게 맘을 열었고, 도로공사는 그런 강소휘에게 보수상한선인 8억원을 꾹꾹 눌러담았다. 그렇게 강소휘는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과 함께 V리그 여자부 ‘연봉퀸’에 올랐다.

강소휘와 도로공사 모두 야심차게 2024~2025시즌을 시작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달 22일 페퍼저축은행에 0-3 완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26일 IBK기업은행전에서도 1-3으로 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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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2연패에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은 토종 에이스 역할을 맡은 강소휘였다. 페퍼전에서 10득점(공격 성공률 42.86%), IBK기업은행전에서 단 7점(20%)에 그치며 극도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강소휘는 지난달 31일 수원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훈련 방식과 경기 준비에도 변화를 줬지만, 좀처럼 경기력은 올라오지 않았고,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단발로 쳤다.

그만큼 결연한 의지로 임한 현대건설전. 그러나 강소휘는 또 다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5세트까지 모두 선발 출장했지만, 득점은 13점에 그쳤다. 공격 성공률은 26.19%. 낙제점이었다. 리시브 효율도 33.33%(10/27, 1개 범실)에 그쳤다. 공수 모두 에이스답지 못했다. 에이스의 부진에 도로공사는 세트 스코어 2-1로 앞서다 4,5세트를 내주며 시즌 첫 승을 거두는 데 실패했다. 당시를 돌이켜보며 강소휘는 “그날 내가 잘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며 “그날은 코트에서 도망가고 싶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머리카락을 자르면서는 울지 않았는데, 그날 경기가 끝난 뒤 펑펑 울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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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울던 강소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코치이자 선배인 이효희 코치의 말 한 마디였다. 이효희 코치는 강소휘에게 “나도 이적한 뒤 팀 성적이 떨어져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부담감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하던 플레이를 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다독였다. 강소휘는 “‘효쌤’(이효희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운 채 훈련과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전 패배 후 흘린 눈물에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흘려보낸 것일까. 이후 강소휘의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지난 3일 정관장전에서 도로공사는 0-3으로 완패하긴 했지만, 강소휘는 21점, 공격성공률 50%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3으로 패한 지난 7일 흥국생명전도 신인 세터 김다은의 토스워크가 들쑥날쑥한 상황에서도 18점(공격 성공률 35.56%)을 올리며 제 몫을 다 해냈다.

도로공사의 개막 후 5연패는 강소휘만의 책임은 아니었다. 주전 세터를 전체 1순위 신인인 김다은으로 바꾸는 과정도 있었고, 아시아쿼터 유니를 기량 미달로 퇴출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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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은 여전히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선수 개인의 감은 끌어올리던 강소휘는 지난 9년간 홈구장으로 썼던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날아올랐다. 지난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강소휘는 팀에서 최다인 30.59%의 공격을 책임지면서 50%의 공격성공률로 27점을 몰아쳤다. 리시브 효율도 상대에게 서브득점을 허용치 않으면서 43.48%(10/23)의 준수한 효율을 보였다.

백미는 4세트였다. 세트 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도로공사는 세트 중후반까지 15-19로 밀렸다. 5세트에 돌입하려나 싶은 순간, 강소휘가 날아올랐다. 결정적인 퀵오픈 2개를 성공시켜 19-19 동점을 만들어낸 강소휘는 20-19에서 김다은의 정확한 세트를 받아 퀵오픈을 성공시키는 등 15-19부터 도로공사가 득점한 10점 중 7점을 혼자 책임졌다. 그야말로 ‘강소휘 원맨쇼’였다. 이날 올린 27점 중 무려 12점이 4세트에 올린 득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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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뒤 “익숙한 곳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펼쳐 마음이 편했다”며 “이제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1라운드를 5연패로 시작해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둔 도로공사와 강소휘. 아직 갈 길은 멀다. 강소휘의 파트너가 되어줄 아시아쿼터 아웃사이드 히터는 12월 초에나 합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곧 강소휘가 공격에서 GS칼텍스전에서 보여준 활약을 당분간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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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주전으로 낙점받은 신인 세터 김다은은 아포짓 스파이커 니콜로바가 후위로 가면 라이트 백어택 토스를 올리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도 강소휘에게 공을 몰아준 것은 힘 있게 앞으로 쏴주는 토스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소휘는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도 끌어올림과 동시에 신인 세터의 자신감을 끌어올려주는 역할도 해내야 한다는 얘기다.

시작은 많이 늦었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 과연 강소휘가 자신을 둘러싼 힘든 상황을 딛고 ‘연봉퀸’다운 면모를 뽐내며 한국도로공사를 봄배구로 이끌 수 있을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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