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손흥민으로 바라보는 축구세상

또 100위에 당했다… 홍명보호, 팔레스타인과 1대1 무승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손흥민 51호골, 황선홍 넘어 A매치 득점 단독 2위

홍명보호가 팔레스타인에 또 한 번 발목이 잡히며 연승 행진이 중단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2위)은 19일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6차전에서 팔레스타인(100위)과 1대1로 비겼다. 조 최하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또다시 실망스러운 무승부를 보여줬다. 점유율 76%를 가져갔고, 코너킥을 8개 차면서 끊임 없이 기회를 엿봤으나 결정력이 떨어졌다.

3차 예선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대0으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한 홍명보호는 오만과 2차전(원정·3대1 승), 요르단과 3차전(원정·2대0 승), 이라크와 4차전(홈·3대2 승), 쿠웨이트와 5차전(원정·3대1 승)에 이어 이날 5연승에 도전했다. 낙승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답답한 무승부였다. B조 1~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 구조에서 한국은 4승2무(승점 14)로 선두를 지키긴 했지만 2-3위 그룹과 격차를 벌리는 데 실패했다.

이날 경기는 팔레스타인 불안한 정세 탓에 제3국인 요르단에서 열렸다. 팔레스타인 교민 10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고, 200여명 붉은악마 응원단도 “대~한민국!” 구호로 맞섰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지난 쿠웨이트전 베스트11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오세훈(마치다)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서는 가운데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2선 공격수로 뒤를 받쳤다.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박용우(알 아인)가 중원을 지키고, 포백은 왼쪽부터 이명재(울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조유민(샤르자), 설영우(즈베즈다)다. 조현우(울산)가 변함 없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배준호(스토크시티)와 교체로 나와 3차 예선에서 2골을 넣은 오현규(헹크)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조선일보

19일 오후(현지시각)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 팔레스타인 자이드 쿤바르가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 어이 없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전반 12분 김민재가 골키퍼에게 준 백패스가 짧았고, 골키퍼 조현우도 쇄도하는 팔레스타인 공격수 제이드 쿤바르를 의식한 듯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하자 쿤바르가 몸을 돌리며 찬 공이 조현우 다리 사이를 지나 텅 빈 골문으로 흘러갔다. 지난 1차전에서 고전 끝에 팔레스타인과 0대0으로 비긴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여기서 손흥민이 빛을 발했다. 전반 16분 팔레스타인 문전 왼쪽에서 이명재가 안쪽으로 찔러준 패스를 이재성이 수비수 사이로 쇄도하는 손흥민 쪽으로 슬쩍 내줬다. 전형적인 2대1 패스 패턴. 손흥민은 이 공을 몰고 가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았고 각이 거의 없는 골문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차 오른쪽 구석으로 꽂아넣었다.

손흥민의 A매치 역대 51호골. 그는 황선홍 대전 감독을 넘어 단독 2위가 됐다. 1위는 58골의 차범근 감독이다. 손흥민에게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제공한 ‘특급 도우미’ 이재성이 손흥민에게 준 역대 6번째 어시스트였다.

전반 25분 이명재의 정확한 크로스가 오세훈의 머리를 향했으나 헤더가 골대 위로 빗나갔다. 한국은 부지런히 패스를 돌리며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조직적인 수비에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전반 44분 손흥민이 날린 왼발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골키퍼 품에 안겼다. 1분 뒤 손흥민이 왼쪽 측면을 돌파해 내준 공을 오세훈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팔레스타인도 역습 기회로 한국 골문을 노렸으나 득점까지 연결하진 못했다. 한국은 전반 팔레스타인에 볼점유율 75-25, 슈팅 8-2, 유효슈팅 3-1로 우위를 보였다. 다만 추가골을 넣지 못한 게 아쉬웠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한국은 후반 들어 공격의 고삐를 더욱 쥐었다. 후반 3분 손흥민이 왼쪽 골문 인근에서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을 노렸으나 골키퍼 손에 맞고 나갔다. 후반 7분 이강인이 올린 긴 크로스를 오세훈이 수비수들을 비집고 머리로 떨어뜨리자 황인범이 수비수를 앞에 두고 강하게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위로 스치며 빗나갔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8분 오세훈을 빼고 주민규를 투입했다. 후반 20분 김민재의 패스가 상대 수비에 끊기며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최근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던 김민재는 이날 패스 미스를 자주 범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후반 25분 팔레스타인의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에 수비가 뚫리며 오다이 다바흐에게 골문 앞에서 결정적 기회를 내줬으나 슛이 빗나가 한숨을 돌렸다.

홍 감독은 후반 27분 이재성과 이강인을 빼고 오현규와 배준호를 내보내며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후반 36분 황인범이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이어 준 패스가 팔레스타인 골문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던 손흥민에게 연결됐고, 손흥민이 이 공을 잡아 골키퍼와 충돌할 듯한 상황에서 오른발로 툭 차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VAR(비디오 판독)까지 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황인범 발에서 공이 떨어지는 순간, 손흥민이 거의 종이 한 장 차이로 수비수보다 앞서 있었다.

한국은 결국 경기 종료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아쉬운 무승부로 올해 A매치 일정을 마감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강팀의 조건 중 하나가 일관성”이라면서 “강팀을 만나든 약팀을 만나든 일관성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C조 일본은 중국을 3대1로 꺾고 5승1무(승점 16), 선두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2대0으로 누르고 첫 승(1승3무2패)을 거뒀다. 사우디는 FIFA 59위, 인도네시아는 130위. 인도네시아가 사우디에 이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일보

한국의 손흥민과 김민재가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팔레스타인과 1대1로 경기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응원단 석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암만(요르단)=장민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