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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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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홀드왕' 쓴소리 "문동주·원태인 없어 프리미어12 탈락?…KBO 이대로면 반성 없는 퇴행뿐" [직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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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한국야구 국제 경쟁력이 이대로 무너지는 걸까. 최근 몇 년 동안 우물 안 개구리라는 조롱을 받았음에도 한국 야구대표팀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 최초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물을 받아들였다. 이미 널찍이 멀어진 일본이 아니라 이제 대만과 벌어진 격차를 고민해야 할 정도다.

'원조 홀드왕(2001·2002·2003년 3년 연속 홀드왕)' 차명주 국민대학교 스포츠산업대학원 겸임교수(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스포츠윤리센터 이사) 목소리에도 답답함이 가득했다. 차명주 교수는 3년 전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수모 때도 KBO 야구대표팀 운영시스템에 대한 비평을 내놓았다.

3년 뒤에도 전혀 달라진 것 없이 한국야구는 오히려 시스템이 후퇴한 게 아니냐는 시선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물론 프리미어12 대표팀이 조별 예선 전패로 최하위 성적을 거둔 건 아니다. 한일전에서도 나름대로 팽팽한 흐름을 경기 초반까지 보여줬다.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도 컸다. 하지만, 차명주 교수는 본질적인 대표팀 운영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제대회마다 일회성으로 운영되는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문제점도 통렬하게 지적했다.

다음은 차명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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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최초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선발 투수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이 컸다는 시선도 나옵니다.

과연 문동주, 원태인, 노시환 선수가 없어서 탈락했다고 봐야 할까요? 다른 국가들도 부상 등으로 이탈이 없었나요. 그만큼 인력 풀이 적은 한국야구의 현실이죠. WBC 대회에 가서 김하성, 이정후 선수가 나오면 일본도 오타니 쇼헤이와 사사키 로키 등 정예 멤버들이 다 나오지 않을까요. 이제는 일본과 격차를 인정하고 거기에 따른 대책과 전력 분석을 토대로 경기 운영을 해야죠. 지난 WBC 호주전도 그렇고 이번 대만전 역시 운영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에 1차전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겁니다.

-전력 분석이 실패했다고 봐야 합니까.

전력 분석의 전문성과 방향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속구, 변화구 구사율 또는 몸쪽, 바깥쪽 중 어디가 약하다, 타구 방향 등 분석원 정성평가 비중도 중요하지만, 정량적으로 접근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투수의 공 궤적, 타자의 스윙 궤적에 따른 코스 전략, 투수의 공 유형에 따른 도달 시간과 타자의 반응 시간, 스윙 시간, 속도, 등등 정량평가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력 분석 측면에서 지피지기(적의 사정뿐만 아니라 나의 사정까지 자세히 앎)가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대부분의 전력 분석은 상대 팀의 사정을 파악하는데 치우치는데 우리 팀 분석이 먼저 이뤄지고 적을 분석한다면 지피지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봅니다.

일본 대표팀은 출루율이 가장 좋은 선수들을 우선 리스트에 올려두고 있어요. 또 메이저리그 규정 변화도 점차 출루와 도루에 특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장기 레이스도 아니고 1, 2경기에 올인해야 하는 국제전이면 더 전략적으로 고민해야죠. 결국, 이번 대회에서도 홍창기 선수가 앞에서 정말 잘해주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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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수들의 구위와 제구도 따라잡기 힘든 수준이 됐습니다.

인식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투수들이 구속이 빨라지면서 그 공이 먹히는 게 아닙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00마일에 육박하는 빠른 볼에 속는 것이 아니라 빠른 변화구에 대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속는 것입니다. 또 주목해야 할 건 스트라이크존의 변화로 인해 하이 패스트볼 가치가 높아지는 방향입니다.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스트라이크 존 최고점에 들어오는 볼을 심판이 잡는다는 것과 더불어 고영표 선수의 주무기인 낮은 스트라이크가 보더라인에 들어가도 손이 잘 안 올라간다는 것도 세계 야구의 흐름인 거죠.

최근 일본 투수들의 변화를 살펴보면 대부분 투수가 포크볼에서 스플리터로 피치 디자인을 바꾸고 있단 점입니다. 부상 이슈도 있지만, 낙폭보다는 피치 터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속구와 같은 궤적으로 던지기 위함인 거고, 그래서 메이저리그 투수들도 스위퍼를 장착하는 이유 중 하나죠.

일본 투수들이 주로 던지는 스플리터 그립을 보면 넓게 안 잡고 투심 패스트볼 느낌으로 짧게 잡고 던집니다. 그러면 140km/h 중후반대 빠른 변화구로 나오는데 그게 제구가 된다는 게 정말 큰 차이점이죠. 한국 투수들은 그런 피치 디자인 연구와 변화구 제구 연마가 아직 많이 부족한 겁니다. 체인지업 같은 주무기 하나만 만들어도 통하는 게 KBO리그라고 하더라도 연구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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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선발 투수 린위민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세 번째 만남인데도 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타자들의 대처도 아쉬움이 있었을까요.

이제 대만도 따라잡기 힘들 겁니다. 이미 U-15, U-18 연령대부터 대만을 이기기가 쉽지 않아요. 대만 야구계도 국제대회 유치 등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어요. 향후 더 어려울 겁니다. 또 대만 선수들이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나가서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속도가 다릅니다.

린위민 선수도 마이너리그에서 1년 동안 더 발전하고 성장했을 겁니다. 만약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공을 봤던 경험으로만 대비했다? 그건 대표팀 전체의 직무유기죠. 2024년에 무슨 구종을 쓰고 바깥쪽 안쪽 구사율이 몇 퍼센트다 이런 게 전력 분석이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상대 릴리스 포인트나 투구 궤적에 따라 타자들이 어떤 스윙 궤적으로 확률을 높여야 하나 이런 것까지도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바이오메카닉스 기반 실전 적용 역시 한참 뒤쳐지는 상황일까요.

일본 투수들의 큰 힘을 안 들이고 던지는 하체 밸런스는 이미 많이 나온 얘기고, 타자들도 스윙 메커니즘이 잘못된 방향이 많아요. 현대 야구는 갈수록 변화구가 빨라지니까 생체역학적으로 공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치면 늦습니다. 공이 날아오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스윙을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 대부분 선수는 반대로 가고 있는 거죠.

실전과 육성을 위해서는 몸에 데이터 즉, 바이오메카닉스 기반 동작 분석 데이터를 통해 움직임 개선이 먼저 선행이 돼야 하는데 KBO리그 대부분 팀은 트래킹 데이터만 활용하다 보니 가치를 높일 수 없는 걸음마 단계인 거죠. 위성을 달까지 보내는 기술은 있는데 위성을 만드는 기술이 없는 것과 같은 겁니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벤치에서 QC(Quality Control) 코치가 경기 전 수집한 경기 영상과 통계, 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뒤 파트별 코치들과 경기 운영 전략을 수립하고, 감독 의사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분석과 데이터를 점검하면서 거기에 따라 투수 교체와 대타 기용, 공략 방향이 순간적으로 정해지는 겁니다. 어렵다는 이유로 현장의 감으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KBO가 이제라도 대표팀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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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갈수록 육성에 소홀해지고 있단 비판이 나옵니다.

일본 야구대표팀인 '사무라이 재팬'은 일본프로야구(NPB) 협회와 독립된 기구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유스 대표팀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모든 게 독립 기구 관장 아래 톱니바퀴로 굴러갑니다. 대표팀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긴 임기가 보장된 성인 대표팀 감독이 유스팀부터 시작해 연령대 대표팀에 통달해 있어야 합니다. 바이오메카닉스와 전력 분석 등 유소년 때부터 해당 데이터를 쌓아야 합니다.

전력 분석팀과 대표팀 코치 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KBO가 진정 한국야구 육성에 관심이 있다면 1개월가량 일을 하는 성인 대표팀 감독에 거액을 소모하고 코칭스태프에게 일당을 주는 게 아닌 시스템을 갖춘 전력 분석팀과 대표팀 전담 육성 코치들을 장기 계약을 통해 운영해야 합니다. 독립된 기구를 구성해 유소년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총괄할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이런 혁신이 없다면 2020 도쿄올림픽과 2023 WBC, 그리고 2024 프리미어12와 똑같이 향후 국제대회에서도 반성 없는 퇴행만 있을 겁니다.

왜 U-12, U-15, U-18 육성에 KBO도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결국, WBSC 세계랭킹 포인트가 유소년 야구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합산 포인트로 랭킹이 정해집니다. 랭킹 12위 밖으로 나갈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러면 올림픽에 나가려면 1차 예선부터 다시 치러야 합니다.

-유명무실해진 KBO 전력강화위원회도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을까요?

훈련 소집 대표팀 명단과 최종 명단을 추릴 때도 선수 발탁 이유에 대해 전력강화위원회가 나서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하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대표팀에 뽑을 때는 이 선수를 왜 뽑아야 하고 기술적으로 어떤 메커니즘을 보유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잘하고 있고 컨디션이 가장 좋기 때문에 뽑았단 이유는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납득을 시킬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봅니다. 우리 팀 선수들도 제대로 파악 못 하는 게 현실인데 국제대회에서 어떤 게 통할 수 있을까요.

KBO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은 1년 내내 전국을 다니면 선수들을 지켜보고 평가하고 뽑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노고에 비해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합니다. 과연 전력강화위원회는 한국 선수들 경기를 포함해 다른 팀 선수들 경기를 얼마나 직접 보고, 전력 분석을 얼마나 했을까요? 좋은 좌타자들이 많은 대만전에 언더핸드 투수 공을 못 치는 것으로 전력 분석을 했다는 말만 봐도 알겠습니다. 세계 야구의 흐름과 수준을 장기간 면밀하게 살펴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야구연맹 기술위원 자격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석해 일본 대표팀 전력 분석 업무를 지켜봤습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했음에도 경기 전 포터블 장비를 이용해 배팅 훈련 시 스윙 궤적, 속도 등의 모든 측정 데이터를 활용해 경기에 대비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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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력강화위원회는 선수들의 바이오메카닉스 기반 움직임 데이터뿐만 아니라 신체 측정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했을지 의문입니다. 데이터 활용을 제대로 못한다면 선수들의 컨디션 등을 선수 또는 트레이너의 주관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거죠. 전력 분석을 토대로 코칭스태프에게 줄 수 있는 정보는 정성평가를 바탕으로 한 볼카운트별 구종 선택, 타구 방향 등 몇 장의 페이퍼 자료가 전부인 겁니다.

전력강화위원회 구성원 중에 바이오메카닉스나 세이버메트릭스를 다룰 수 있는 현장 전문가가 전혀 없고, 해설자 또는 지도자 출신들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죠. 대회가 열릴 때마다 운영이 바뀌는 일회성 조직에 불과한 겁니다.

이제부터라도 학연, 지연, 개인의 이익에서 벗어나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선수들을 위해 뛸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할 때입니다. 지식은 겸비하지 않고 언제까지 그냥 앉아서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바라보면서 육성을 외칠 겁니까. 최초 1000만 관중 달성 결과는 유행처럼 다시 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야구 실력 내실을 키워야 모래성처럼 급격하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한국야구 구성원 모두 정말 정신을 차릴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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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스포츠뉴스 DB/차명주 교수 제공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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