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믹스 챔피언십에서 만난 윤이나가 힘차게 드라이버 스윙을 하고 있다. |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를 통해 꿈의 무대인 LPGA 투어 진출을 노리는 윤이나의 이야기다. 한국에서 10억원 넘게 벌 수 있는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단 하나. 골프에 제대로 미쳐보기 위해서다.
윤이나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LPGA 투어는 골프를 시작한 뒤로 항상 가슴속에 품고 있던 꿈의 무대와도 같다.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돼 도전을 결정하게 됐다.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일단 부딪혀 보려고 한다. 국위 선양하는 프로골퍼 윤이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LPGA 투어 2024시즌은 윤이나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위메이드 대상과 상금왕, 평균타수상까지 싹쓸이한 그는 KLPGA 투어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윤이나의 3관왕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구 플레이로 인한 1년9개월의 공백에도 최고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윤이나는 "다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 한 해였다. 내게 무대와도 같은 골프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최선을 다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3관왕을 차지한 내게 올해는 100점 만점에 99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윤이나는 100점짜리 시즌을 만들기 위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그가 올해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어 하는 건 Q 시리즈 통과다. 오는 12월 5일부터 닷새간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매그놀리아그로브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Q 시리즈에서 상위 25명 안에 들면 다음 시즌 L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게 된다.
윤이나는 "KLPGA 투어 시상식이 끝난 다음 날 곧바로 미국으로 넘어가 시드 순위전을 준비하려고 한다. 처음 도전에 나서는 만큼 어느 때보다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한다. 한 타에 희비가 엇갈리고 닷새간 경쟁해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Q 시리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강조했다.
L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윤이나는 마음가짐까지 굳게 했다. 윤이나는 "올해 KLPGA 투어 일정을 마무리한 뒤 '내 골프는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여러 감정이 공존한다. 과거의 영광은 모두 잊고 LPGA 투어에서도 기록을 하나씩 작성해보겠다"고 말했다.
새 무대에서 윤이나가 이루고 싶어 하는 건 LPGA 투어 우승,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등이다. 그중에서도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윤이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어떻게 하면 널리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해봤는데 올림픽 금메달만큼 파급력이 큰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애국가를 듣는 장면을 상상해봤는데 정말 짜릿했다. 세계랭킹 1위, 메이저 챔피언, 명예의 전당 등 다른 목표까지 이룰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과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윤이나는 골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과 다르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야 하는 곳이 LPGA 투어라고 들었다. 자연스럽게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 같다. LPGA 투어에 진출한다면 골프에 제대로 미쳐 사는 삶을 한번 살아보겠다"고 설명했다.
보물 1호라고 밝힌 골프 다이어리는 앞으로 윤이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전망이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다이어리를 윤이나는 10년 전부터 매일 작성하고 있다. 그는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 등 미리 계획을 세우는 편인데 LPGA 투어 Q 시리즈와 미래에 어떻게 되고 싶은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다이어리에 적혀 있다. 과거에 작성했던 KLPGA 투어 3관왕을 올해 달성했을 때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새로운 목표를 하나씩 이뤄내보겠다"고 강조했다.
윤이나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나를 보고 프로골퍼의 꿈을 키워 가는 것만큼 값진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되면 자연스럽게 윤이나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묵묵히 이겨내보겠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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