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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SW인터뷰] 세월을 거스르는…노경은 “보여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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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고 싶었어요.”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순 없다. 특히 프로선수에게 나이는 꽤 민감한 대목이다. 다만, 이를 어떻게 활용해 가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누군가는 일찌감치 ‘에이징 커브(Aging Curve·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를 걱정하는데 반해,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을 숙성시키는 과정으로 여긴다. 우완 투수 노경은은 후자다. 불혹을 넘겼지만, 마운드 위에서 여전히 짙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나이 들어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더라고요”라며 웃었다.

노경은의 시계는 진행형이다. SSG와의 동행을 이어간다. 지난 22일 계약기간 2+1년에 총액 25억(계약금 3억, 연봉 13억, 옵션 9억) 규모로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최소 2시즌 이상 현역으로 뛴다는 의미다. 노경은은 “(지난 시즌 FA 계약한) (오)승환(삼성)이 형이 물꼬를 잘 터줬고, 내가 바통을 이은 듯하다”면서 “주변 선·후배 동료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 베테랑 선수들이 현역을 연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게끔 정말 잘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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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2024시즌이었다. 77경기 83⅔이닝서 8승5패 38홀드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SSG를 지키는 필승카드였다. 최고령 홀드왕 타이틀에, 프로야구 최초로 2년 연속 30홀드를 작성하는 쾌거까지 이뤘다. 타고투저 흐름 속에, 그것도 타자친화적인 홈구장서 빚은 성과다. 노경은은 “홀드 개수보다는, (종전 최고령 홀드왕이었던) 류택현(2007년, 23홀드) 선배님의 기록을 깼다고 들었을 때 감회가 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늦게 맞이한 전성기다. 노경은은 2003년 1차 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포효했지만 영광의 나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상 등이 겹쳐진 탓이다. 2016시즌부턴 롯데서 뛰었다. 첫 FA 자격을 취득했던 2018년 말 소속팀과 기나긴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했다. 2019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던 배경이다. 2021시즌을 마친 뒤엔 방출 통보까지 받았다.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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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도약의 시간을 맛봤다. 지난 3년간의 성적이 말해준다. 194경기서 29승15패 7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거뒀다. 이닝 수만 하더라도 79⅔, 83, 83⅔에 달했다. 노경은은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된 FA 계약을 해본 것 같다고 전했다. 노경은은 “다소 애매한 나이에 FA를 행사하게 됐다. 첫 번째 때는 사실상 선수생활을 연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도 목표의식은 내려놓지 않았던 것 같다.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꾸준함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노경은은 자신의 루틴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하다. “단 한 번도, 하루 쉬자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노경은은 “후배들이 운동에 대해 물어볼 때, 다이어트와 비교를 많이 한다. 운동에 식단조절까지 열심히 했는데 살이 안 빠진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오늘만 쉬자, 먹자라는 생각이 쌓여 실패한다. 1년 내내 정해진 흐름대로 간다면 분명 해낼 것이다. 그간 몸으로 느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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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계약을 체결했지만 안주할 생각은 없다. 지금껏 그래왔듯, 계획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더 먼 곳을 바라본다. 노경은은 “2년, 3년 뒤에도 성적이 좋고 기량이 건재하다면 그 이상도 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600경기, 100홀드, 100승 등 등 도전해볼만한 기록들이 많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동기부여가 많이 되는 듯하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계약이 늦어져서 죄송하다. 처음과 끝이 똑같은, 팀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내년 시즌에도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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