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K리그 MVP에 도전하는 조현우.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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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깡마른 꼬마에서 프로축구 최강팀의 '거미손'으로.
K리그1 챔피언 울산 HD의 골키퍼 조현우(33)의 얘기다. 그는 2020년부터 5년째 주전 수문장으로 울산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이 기간 '만년 2위'였던 울산은 1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2022년)을 차지했고, 창단 첫 2연패(2023년)에 이어 올해 3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조현우는 핵심 선수였다. 특히 올 시즌 활약이 눈부시다.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손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앞선 두 시즌과 달리, 이번엔 공·수에서 주요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이어졌다.
조현우는 울산이 3연패를 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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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조현우만은 꾸준했다. 리그에서 골키퍼로는 유일하게 전 경기(38경기)에 출장하며 상대에게 40골만 허용했다.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도 2위(14회)다. 김병지, 이운재(이상 은퇴) 등 레전드 골키퍼들의 전성기에 견줄 만하다. 조현우를 최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딛고 우승해서 울산이 진짜 강팀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위기 때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먹은 그대로 잘했다. 덕분에 3연패를 이룬 것 같아 감격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축구화를 신었다. 빼빼 마른 몸이었지만, 달리기 만큼은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왼쪽 사이드백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몇 달 뒤 골키퍼 포지션이 공석이 되면서 또래보다 키 크고 민첩했던 조현우의 차지가 됐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이미 키가 1m83㎝까지 자랐다. 하지만 큰 키에도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단 한 차례도 연령대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당연히 프로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다. 조현우는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골키퍼를 한 걸 후회한 적 없다. 상대 공격수의 슛을 막았을 때 희열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조현우는 프로 꿈을 꾸며 혹독한 훈련을 견뎠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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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했다. 중대부고 시절 오전과 오후 팀 훈련이 끝난 뒤엔 혼자 그라운드에 남아 야간훈련을 했다. 매일 줄넘기까지 2000~3000회를 마친 뒤에야 잠들었다. 꾸준한 노력 덕분에 그의 체력과 민첩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조현우는 경기를 뛰고 나면 체중이 4~5㎏ 빠진다. 일반적으로 골키퍼는 90분 동안 7㎞ 정도 뛰는데, 조현우는 그보다 3㎞나 더 많은 10㎞ 뛰기 때문이다. 그만큼 활동 범위가 넓다. 지치는 법도 없다. 경기 막판에도 번개 같은 속도로 펼치는 '다이빙 선방'은 그의 전매 특허다. 조현우는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 비해 활동량이 현저히 적다는 편견이 있지만, 필드 플레이 못지않게 힘든 포지션이다. 폭발적인 힘을 순간적으로 써야 하는 순간이 많아서 혹독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대학 진학 후엔 '체격'과의 싸움을 벌였다. 조현우는 키가 1m89㎝였지만, 마른 체형이었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사량을 늘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근력과 근육이 붙은 조현우는 더욱 안정감 있는 골키퍼라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선문대 1학년이 끝날 무렵부터 그토록 바라던 20세 이하(U-20) 대표팀 부름을 받았다. 조현우는 "학창 시절 정말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 각종 훈련은 물론 심지어 '알'을 먹을까봐 경기 전에 미역국은 입에도 안 되는 징크스까지 만들어 지켰다. 전부 축구를 잘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털어놨다.
울산에선 수비진의 리더 격인 조현우(오른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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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주목 받은 조현우는 결국 프로 선수의 꿈을 이뤘다. 2013년 신인 계약금 한도액(1억5000만원)을 받고 대구에 입단했다. 대구에서 선방쇼를 펼친 그는 2017년 처음 A대표팀에도 뽑혔다. 그리고 2018 러시아월드컵을 계기로 스타가 됐다. 특히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였던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한국의 2-0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와일드카드로 뽑혀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빛현우'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다. 이후 2020년 명문 울산에 입단해 본격적인 전성기를 달렸다. 조현우는 "아직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걸 달성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이제 K리그 대상 시상식의 최우수선수(MVP)에 도전한다. 프로축구연맹은 조현우, 양민혁(강원FC), 안데르손(수원FC) 3명을 29일 열리는 올해 K리그1 시상식 MVP 후보에 선정했다. 그동안 시즌 MVP는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휩쓸었다. 골키퍼가 이 상을 받은 건 2008년 이운재(당시 수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MVP는 우승팀이 가져가는 게 관례다. 조현우는 16년 만의 골키퍼 MVP의 영광을 안을 가능성이 크다.
조현우는 김병지, 이운재의 후계자로 불린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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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는 올해 시상식에서 8회 연속 K리그1 베스트11 선정 신기록도 노린다. 대구FC에서 뛰던 2017시즌부터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베스트11로 뽑혔던 그는 지난해 7회 연속으로 선정되며 신의손(사리체프·6회)을 넘어 이 부문 최다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조현우는 "월드컵도 나가고 리그 베스트11보다 여러 차례 하는 등 많을 걸 이뤘다. 마지막 꿈이 있다면 K리그 MVP를 수상하는 것이다. 프로 입단 때부터 목표였다. 골키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리그 3연패에 이어 또 하나의 역사를 쓰겠다"고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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