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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용 SSG 감독은 2군으로 내려가기 전 면담 자리에 마주한 한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2군에서 좋은 성과를 냈고, 1군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텐데 경기 상황이 나갈 수 있는 흐름이 아니었다. 그리고 1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선수를 콜업해야 했다. 이 감독의 맞은편에는 좌완 박시후(23)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 선수는 그런 상황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더 강해지고,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동기부여로 삼고 1군에서 짐을 뺐다.
박시후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내려가서 기분이 안 좋거나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다시 1군에 올라오고 싶다’는 그런 느낌이 더 강했던 것 같다”면서 “감독님께서 열심히 하면 계속 기회는 주어진다고 하셨다. 다시 올라올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 올라왔다 내려가서 끝나는 게 아니다. 나는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1군에 올라왔지만 경기도 한 번 뛰어보지 못하고 내려간 게 6월의 일이었다. 박시후가 아직은 1군 코칭스태프에 큰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동기부여와 함께 2군으로 내려간 박시후는 멈추지 않았다. 다양한 상황에서 묵묵하게 경기에 나섰고,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멀티이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기회는 계속 왔다. 올라와서 1경기 뛰고 내려가고, 올라와서 또 1경기를 뛰고 다시 내려가는 일이 세 번이나 반복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1군을 눈에 담고, 그 1군에서 뛰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박시후는 시즌 마지막 콜업이었던 9월 22일 1군에 온 뒤 네 경기에 나가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멀티이닝 소화 경기가 두 번이나 됐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자신의 장점을 1군 코칭스태프에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숭용 감독의 눈에도 들었다. 가고시마 캠프를 지휘한 이 감독은 “박시후도 내년 5선발 경쟁에 나설 것”이라면서 “롱릴리프로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기대를 드러냈다. 어쩌면 입단 이후 가장 높은 위치에서 시작하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박시후는 “한 번에 자리를 잡는 건 솔직히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내 자리를 만들어가자고 생각했다. 1군에 올라갔을 때는 어차피 불펜에서 뛰어야 하지만 2군에서 선발을 돌며 준비를 했는데 그러다 보니 1군에서도 멀티이닝 게임을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2024년을 돌아보면서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구속도 안 나왔고, 연투를 할 때 힘이 부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제구도 흐트러졌다. 그리고 공의 구위도 떨어졌다”면서 냉정하게 자신의 문제점을 짚었다. 그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곰곰이 시간을 보낸 게 바로 가고시마 캠프였다.
스스로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박시후는 “150㎞는 어느 정도 타고 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제구력, 변화구, 밸런스와 같은 부분은 연습을 해서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더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고시마 캠프는 많은 것을 실험하고, 또 물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된 캠프 기간에도 눈빛이 계속 반짝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캠프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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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발 경쟁에 대해서는 의욕은 가지되 부담은 버리려고 한다. 박시후는 “기사로 봤다”고 웃으면서 “굉장히 ‘좋은 기회다’ 이렇게 생각을 했다. 다만 그게 이제 부담감이 돼가지고 저를 막 억누르고 더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안 되더라”면서 “프로 있는 동안 좀 많이 겪었던 문제다. 잘 하려고 하기 보다는 계속 준비를 잘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잡힌다고 생각을 한다”면서 차분하게 앞을 향해 가겠다고 다짐했다.
자신도 스스로 생각하지 못했던 5선발 경쟁 예고는 ‘들어오는 물’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그 물을 보며 노를 쥔 손에 힘을 준다. 하지만 박시후는 반대로 생각한다. 물이 있든 없든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시후는 “어디서 봤는데 물이 들어온다고 노를 젓는 게 아니라, 노를 계속 젓고 있으면 물이 들어온다고 하더라. 굉장히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계속 열심히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다가오는 스프링캠프를 고대했다. 이쯤 되면 1군과 2군을 오가며 아쉬웠던 그 기억도 다 좋은 약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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