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부주상골 이상으로 '농구 동호인' 선택
사령탑 교체에도 "제로베이스" 긍정 마인드
"올 시즌 한 경기라도 뛰는 게 1차 목표"
한국농구연맹(KBL) 신인드래프트 최초의 '비선출' 지명 선수인 정성조가 26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본보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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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 이름이 불린지도 몰랐어요."
26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만난 정성조(고양 소노)는 2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한국농구연맹(KBL) 신인드래프트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그는 이날 3라운드 2순위로 소노의 지명을 받았다. KBL 역사상 최초로 '비선출(비선수 출신)' 참가자가 프로구단에 몸을 담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나를 응원하러 와준) 동호회 회원들의 환호 소리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름이 불린 걸 인지했다"며 "그럼에도 단상을 향해 걸어가던 순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뭐에 홀린 듯 걸음을 뗐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KBL의 새 역사를 쓰긴 했지만, 정성조가 처음부터 농구 동호인의 길을 걸은 건 아니다. 경기 안양 비산중에 재학 중이던 그는 2학년 때 농구부가 있는 홍익대 사범대학 부속중학교로 전학을 갔고, 약 3개월간 엘리트 농구를 배우기도 했다. 정성조는 "당시 발목 쪽이 아팠는데, 진단을 받아 보니 양쪽 부주상골(복숭아뼈 아래쪽에 위치한 뼈)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약 1년간 재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유급을 해야 했는데, 부모님이 유급을 선호하지 않아 결국 일반 학생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정성조가 고양 소노 훈련복을 입고 본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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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엘리트의 길을 포기하고도 농구공을 놓지 않았다. 청소년 시절 안양시 아마추어 농구 대표로 꾸준히 활동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농구 동아리 강호인 '아울스'에 합류해 금쌀배 우승 등 수많은 역사를 써내려 갔다. 동시에 '3X3 농구'에도 발을 들여 2019년 23세 이하(U23) 3x3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성조는 "최근 2, 3년간 3X3 대표팀을 목표로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기량이 성장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동호인들 사이에선 이미 실력자로 정평이 난 정성조지만, 프로무대는 또 다른 세계다. 정성조 스스로도 트라이아웃을 거치며 이를 새삼 실감했다. 그는 "처음 일반인 트라이아웃을 끝내고는 프로 지명 확률을 40% 정도로 봤는데, 본 트라이아웃 때는 게임 템포가 너무 빨라서 고전했다"며 "'(엘리트 출신들에 비해) 내 실력이 밑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낙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승기 전 소노 감독은 정성조의 간절함과 잠재력을 높이 샀다. 정성조는 "프로에 지명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면서도 "한편으론 이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 같아 무척 긴장도 된다"고 만감이 교차하는 현재의 심정을 전했다.
정성조(가운데)가 15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김승기 전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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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그를 뽑은 김 전 감독은 소속 선수에 대한 폭행 논란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정성조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령탑인 김태술 감독 체제에 녹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는 "전임 감독님은 이미 기존 선배들을 쭉 봐온 게 있었을 것이다. 나는 몇 자리를 두고 팀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새 감독님이 오셨으니)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물론 김태술 감독님도 선수들의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계속 파이팅있게 훈련에 임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성조의 1차 목표는 올 시즌에 한 경기라도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너무 성급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한 경기라도 뛰어봐야 비시즌에 다음 시즌 준비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팀에서 궂은 일과 리바운드에 주력하다 기회가 오면 주저없이 슛을 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기적으로는 유소년 농구교실에서 함께 운동했던 박인웅(DB)을 뛰어넘는 게 목표다. 정성조는 "인웅이와는 비시즌 때 운동을 몇 번 같이 했는데, 언젠간 인웅이처럼 농구를 하고 싶다"며 "내가 넘어서야 할 선수"라고 강조했다.
정성조가 26일 경기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소노 훈련복을 입고 드리블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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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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