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형주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집무실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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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생활하면서 체육공단을 쭉 지켜봐왔고 동경해왔는데,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크고, 무거운 부담이 어깨를 누르는 듯합니다. 그래도 헌신적으로 제 몸을 던지며 일해야지요."
2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하형주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에 무거운 책임을 느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로 한 시대를 풍미한 유도 스타였던 그는 지난 20일 14대 체육공단 이사장에 공식 취임해 3년 임기로 체육행정 역량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하 이사장은 "체육계 수장이 되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었고, 주인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만큼 반듯한 체육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온몸으로 노력해왔다"면서 "이제 직원들을 뒷바라지하면서 반듯한 체육계 후배를 키우는 데 헌신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사장에 오르기 전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로 38년간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면서 꾸준하게 국내 체육계에 몸담았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서 최근 국내 체육계 상황에 대한 시선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의 각종 비위 혐의와 배드민턴, 축구 등 일부 경기 단체의 불법행위, 체육회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 경남 진주 출신인 하 이사장은 특유의 사투리로 "체육계가 '와 이리 됐노(왜 이렇게 됐는가)' 싶다"며 강한 어조로 안타까워했다.
하 이사장은 "선수들 생각과 기량은 21세기인데, 몇몇 가맹 단체의 사고나 행정은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체육계가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게 안타깝다. (다른 체육 단체도) 몇몇 사람에 의해 조직화되는 게 안타깝다. 왜 이렇게 됐는지 자책하면서 깊은 고민을 할 때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체육계가 바로 서는 데 필요한 요소로 '원칙'을 꼽았다. 하 이사장은 "스포츠의 가치는 정정당당함이다.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체육계가 원칙이 깨지고 정상화하지 못했다"면서 "체육을 온몸으로 했던 분, 체육의 가치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분이 체육회장이 되면 좋겠다. 체육계에도 전문가가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체육회가 비판받고 있다고 해서 체육공단에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책임감을 갖고 관계 기관들과 슬기롭게 해결책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1989년 서울올림픽 잉여금 3500억원으로 출범한 체육공단은 올해 2조2500억여 원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체육공단의 상임감사를 맡았던 하 이사장은 안정적인 기금 운영과 생활체육 환경 구축, 학교 엘리트 체육 활성화 도움 등 굵직한 사업을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 역시 하 이사장은 '원칙'을 강조했다.
하 이사장은 "체육공단이 규모나 예산, 사업 등은 엄청난 일을 하고 있지만 방향성과 철학이 부족한 것은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체육공단의 기본원칙은 국민체육진흥법 36조에 담겼다.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를 기념하고 국민체육 진흥을 위한 다음의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적혔다"고 밝힌 그는 "서울올림픽의 숭고한 정신이 담긴 가치를 기념사업에 반영해야 하고, 그것을 하려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 체육시설 확충과 장애인, 시니어, 유아체육 등도 촘촘하게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이사장은 '원칙'에 대해 자신의 현역 시절 경험도 빗댔다. "실패했을 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건 기초가 튼튼했기 때문이다. 잠시 흔들려도 뭐가 잘못됐는지 돌아보고 다시 시작하면 길지 않은 시기에 회복할 수 있었다"고 밝힌 그는 "여러 요소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도 설립 취지와 목적, 숭고한 정신을 구성원들이 재무장하고 원칙을 가져 언제나 다시 설 수 있는 체육공단을 만드는 데 내 임기 3년을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하 이사장은 임기 내 국민생활체육 참여율을 62.8%에서 70%로 확대하고, 체육진흥기금 조성액을 2조2500억여 원에서 2조5000억여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또 학교 체육 활성화에 대한 과감한 지원도 예고했다.
하 이사장은 "내 장점은 한 가지밖에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운동할 땐 운동, 공부할 땐 공부만 했다. 양다리를 걸칠 줄 모른다"고 웃어 보이면서 "이제 체육공단의 새 이사장이 됐으니 내게 주어진 일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열심히 해나가겠다. 공단은 스포츠의 젖줄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원칙 속에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흔들림 없는 뿌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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