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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소통’으로 한숨 돌린 정관장…미들 블로커 공격 비중 높이고, 표승주 반등하면 연승 모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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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숨은 돌렸다. 개막 전 여자 프로배구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으나 ‘고난의 4연전’에서 4연패한 뒤 휘청거리던 정관장이 연승행진을 달리던 IBK기업은행을 잡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정관장은 30일 경기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7 25-13 25-14)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양팀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었다. 2085일만의 6연승을 달린 IBK기업은행은 본격적으로 흥국생명-현대건설의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내며 여자부 판도를 ‘3강 체제’로 재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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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개막 전만 해도 흥국생명, 현대건설과 더불어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었던 정관장은 시즌 초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시즌을 앞두고 가장 걱정거리는 과연 부키리치가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리시브 구멍 신세가 되지 않느냐였다. 지난 시즌 함께 했던 지아가 미국 무대로 떠나면서 정관장은 외국인 선수를 새로 뽑아야했고, 트라이아웃에서 2순위 지명권을 얻어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리시브 면제를 받고 공격 작업에만 집중했던 반야 부키리치(세르비아)를 지명했다.

이는 곧 기존의 아시아쿼터 메가(인도네시아)와 부키리치가 공존을 하기 위해선 한 명은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리시브를 받아야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훈련 과정을 거친 결과, 부키리치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갔다. 부키리치가 자기 앞으로 오는 서브는 곧잘 받아내는 데다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부키리치는 리시브는 받지 않으면서도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었던 것은 그 자리에서의 공격을 더 편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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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 부키리치의 공존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탈은 다른 데서 났다. FA로 IBK기업은행으로 떠난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팀에 합류한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가 포지션 전향 후 공격과 리시브에서 가장 떨어지는 효율을 보였고, 리베로 노란은 상대 목적타 서브의 타겟이 될 정도로 리시브에서 흔들렸다. 심지어 지난 12일 흥국생명전에선 무려 33개의 서브를 받으면서도 리시브 효율이 0%를 찍을 정도였다.

두 선수의 리시브가 흔들리자 자연히 메가와 부키리치는 가장 성공률이 떨어지는 오픈 공격을 때려야 할 상황이 많아졌다. 아울러 정관장의 장점인 정호영-박은진의 미들 블로커 라인의 공격도 살려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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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인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7개 구단 최강의 ‘쌍포’도 효율은 바닥을 쳤다. 1라운드 막판부터 2라운드 초반까지 현대건설-흥국생명-현대건설-흥국생명을 만나는 ‘고난의 4연전’에서 4전 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23일 GS칼텍스를 3-2로 간신히 잡고 4연패에서 탈출했으나 지난 27일 베스트 전력을 가동해 맞붙은 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페퍼저축은행에게 1-3으로 패했다. 정관장은 페퍼저축은행이 2021~2022시즌 창단해 V리그에 참가한 이후 두 시즌 간은 12전 12승을 거뒀고, 지난 시즌엔 플레이오프 직행이 확정된 이후에 주전을 모두 빼고 1-3으로 패하며 페퍼저축은행전 통산 첫 패배를 당한 적 있다. 지난 27일 패배는 베스트 전력으로 맞붙었으나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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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지만, 자칫 패배가 더 쌓일 경우 추격이 힘들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 고희진 정관장 감독이 택한 것은 전술이나 기술 등의 배구 내적인 해결이 아닌 ‘소통’이었다. 이제 여자 프로배구 사령탑 3년차인 본인이 여자배구 경험이 부족한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선수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고 감독은 “선수들 마음을 헤아려야 했는데, 내가 아직 여자배구 경험이 부족해서 잘 몰랐다. 감독이 선수들을 더 세심하게 챙겨주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 덕에 오늘 경기에서 함께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런 부분이 소통인 것 같다. 젊은 감독으로서 가장 큰 장점이 이런 부분일 것 같다. 더 신경 써야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이날 정관장의 리시브 효율은 38.1%로 시즌 평균(29.87%)을 훨씬 웃돌았다. 특히 리베로 노란이 38.46%(6/13, 1개 범실)의 리시브 효율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면서 한결 공격작업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메가는 오픈 공격에서 무려 61.11%(11/18)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3점(공격 성공률 56.76%)를 기록했다. 부키리치도 51.35%(19/37)의 공격 성공률로 22점을 몰아쳤다. ‘쌍포’가 동반 50%의 공격 성공률을 넘겼으니 질래야 질 수 없는 경기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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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직 과제는 있다. 메가와 부키리치가 항상 5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할 수는 없는 법. 가운데 공격의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 이날도 정관장은 박은진(4/5)과 정호영(1/4)의 공격 시도는 9번에 그쳤다. 두 선수의 공격점유율이 합쳐서 8%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었다. 워낙 쌍포가 잘 터졌으니 그쪽으로 몰아준 측면도 있지만, 두 선수의 공격감을 살려야만 상대 블로커들과의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나 더. 표승주는 이날도 공격(20%, 4/20)에서나 리시브(효율 27.27%, 3/11)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에서 표승주는 팀 내 제2옵션을 맡아으면서도 35.66%의 공격 성공률과 35.16%의 수준급 리시브효율을 보이며 국내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FA를 앞두고 있는 올 시즌엔 공격 성공률도 30.23%로 5% 이상 하락했고, 리시브 효율도 28.52%로 6% 이상 떨어졌다. 표승주의 반등이 절실한 정관장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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