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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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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서울 감독 "린가드, 올해는 80% 정도…내년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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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하고 받아들이는 면모 좋아…내년엔 100% 채우도록 할 것"

연합뉴스

김기동 감독과 제시 린가드
(구리=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K리그1 상위 스플릿에서 순위 경쟁 중인 FC 서울의 김기동 감독과 제시 린가드가 30일 오후 경기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훈련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4.10.30 hkmpooh@yna.co.kr



(구리=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4시즌 프로축구 K리그 최대 화제이자 '미스터리'는 제시 린가드(잉글랜드)의 등장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유스 출신으로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월드컵에도 출전한 유명 선수가 K리그행을 타진한다는 소식이 2월 초 영국 언론을 통해 갑자기 전해졌다.

2022-2023시즌을 마치고 EPL 노팅엄 포리스트와 계약이 끝난 이후 한동안 소속팀 없이 지내긴 했어도, 이렇게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외국인 선수가 특별한 접점이 없던 K리그에 온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2월 8일 FC서울이 계약을 전격 발표하며 린가드는 진짜 K리거가 됐다.

한 시즌을 보내고서도 '대체 린가드가 왜 한국에 왔지'라는 의문을 거두지 않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서울의 김기동 감독도 처음 영입 얘기가 나왔을 때는 믿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달 말 서울의 클럽하우스인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 감독은 "단장님이 제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처음 물으셨을 때 '누가요?'라고 반응할 정도로 놀랐다. 정말 올 가능성이 크다고 하길래 '(린가드에게 맞는) 돈을 줄 수 있나'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구단이 린가드 측과 진지하게 협상 중임을 알고 난 뒤엔 실전 공백이 있었던 린가드의 몸 상태부터 체크해달라고 했고 나쁘지 않다는 평가에 김 감독도 동행을 받아들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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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투입된 린가드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서울 제시 린가드가 전반 교체 투입되고 있다. 2024.3.10 ksm7976@yna.co.kr



이후엔 오히려 주변에서 '부담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서울이 K리그를 이끌어 가야 하고, 흥행을 위해서 그런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시작해야 다른 팀도 그런 선수를 데려오고 관중이 늘고 프로축구가 산다고 무조건 데리고 오자고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와서 보니 린가드가 볼 차는 센스는 있는데 경기를 오래 쉬다 보니 컨디션이 떨어져 있더라. 몸 상태가 본인은 80∼90% 된다고 했으나 제가 보기엔 50∼60% 정도였다"고 되짚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인 김 감독은 시즌 초반 린가드와의 '밀당'으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3경기를 치르고서 공개 석상에서 린가드를 향해 "'설렁설렁'한다"며 태도를 직격한 것이다.

당시를 떠올리며 김 감독은 "내 이름이 영국과 스페인에도 알려졌더라. 우리나라 팬들에게서도 '네가 왜 린가드한테 까부냐'고 욕먹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린가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자신이 노력하겠다고 했고, 김 감독 역시 "네가 특별한 선수이자 리더이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다독여 유대는 한층 단단해졌다.

연합뉴스

7월 10일 대전과의 홈 경기 이후 '피리 세리머니'하는 린가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릎 통증으로 4월 수술을 받고 한동안 자리를 비우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린가드는 6월 26일 강원FC와의 19라운드 페널티킥 첫 골을 시작으로 6골 3도움을 올리며 K리그에 안착했다.

기성용이 부상으로 결장한 사이에 서울의 '임시 주장'도 맡아 중심을 잡으며 팀이 4위로 마치는 데 힘을 보탰다.

과거 '악동' 이미지도 있었던 린가드지만, K리그에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프로다운 면모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 감독은 "린가드는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척 좋다"면서 "다른 선수 같았으면 이런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린가드가 자신의 기대보다 좋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서 '얘 정말 뭐지' 싶을 정도로 잘 지냈다. 올해 여름처럼 잔디가 좋지 않으면 여타 유명 선수라면 훈련을 거부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린가드는 아쉬워하면서도 따라오더라"고 밝혔다.

이어 "린가드가 쉴 때 곳곳을 돌아다닌 것도 저는 좋았다. 다니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라고, 다만 술만 마시지 말라고 했다"면서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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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탐나는 우승 트로피'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2024 K리그1 파이널 라운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FC서울 김기동 감독과 제시 린가드가 트로피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16 dwise@yna.co.kr



린가드는 10월 영국 더타임스 기고를 통해 노팅엄 시절 전후로 부상에 따른 기량 저하와 개인적인 아픔 등을 털어놓으며 "내가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서울행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행복'을 찾아 낯선 땅으로 온 린가드가 공교롭게도 외국인 선수를 잘 키우고 기량이 주춤한 베테랑을 살려 쓰는 능력으로 정평이 난 김 감독과 만나게 된 것 또한 행운일지 모른다.

서울에서 부활 조짐을 보인 린가드가 유럽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김 감독은 다음 달 초 시작하는 전지훈련을 비롯해 내년에도 린가드가 함께 할 거라고 단언했다.

김 감독은 "원래 올해가 끝나기 전에 린가드가 경기당 12㎞를 뛰기로 약속했다. 고강도 러닝과 스프린트 횟수 같은 것도 정해뒀는데, 아직은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에 헤어지면서 '너는 경기 뛴 것에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아직 80% 정도이니 동계 때 열심히 해서 100%를 채우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년 계약을 했더라도 500만달러 오퍼가 온다면 보내야 하는 게 프로의 생리 아니냐. 그걸로 또 이름 있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고, 린가드는 더 높은 리그로 가면 서로 윈윈이다"라면서도 "올해는 린가드가 100%를 못 보여줬기에 내년에도 같이 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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